헬스 > 전문가 칼럼 머리가 아픈데 MRI 찍어주세요 2020.12.16

 

두통은 머리에 발생하는 통증이다. 흔히 머리가 아프면 뇌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걱정하지만 정작 뇌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면 직접 뇌를 만지는 데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반면 뇌를 둘러싼 막, 뇌혈관 등에는 신경이 분포하여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머리에는 두개골 바깥쪽 근육, 눈, 코에서 발생하는 통증도 두통으로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MRI가 능사가 아니다

오늘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머리가 아프다며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아주머니. 한참 동안 머뭇거리던 환자가 뗀 첫 말은 “머리가 아픈데 MRI 찍을 수 있을까요?”였다. 물론 영상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두통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두통인지이다. 먼저 머리 어디가 아픈지가 중요하다. 긴장형 두통은 머리 바깥쪽 근육의 긴장에서 비롯되어 근육이 많은 양측 관자놀이나 뒷목이 아프거나 띠를 두른 것처럼 아픈 경우가 많다. 한쪽 머리가 아프다고 모두 편두통은 아니다. 편두통의 경우 한쪽 머리가 아프기도 하지만 번갈아 가며 아프기도 하고 양쪽 머리가 아플 수 있다. 눈 주변이 아픈 경우 눈이나 안와에 병변이 있을 수 있고 코 주변이 아프거나 미간이 아픈 경우 코 주변 공간에 염증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어떻게 아픈지도 중요하다. 아픈 양상을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 뻐근하게 아프거나 조이듯이 누르듯이 아픈 경우 근육에서 오는 긴장형 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찌릿찌릿 아픈 경우나 전기가 오듯 아픈 경우는 신경에서 오는 통증일 수 있다. 터질 듯 아프거나 박동 치듯이 아픈 경우 혈관성 두통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 두통의 강도 및 지속시간도 중요하다. 두통의 강도는 환자마다 주관적일 수 있어서 통증 점수가 8~9점이어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있고 3~4점이어도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점수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장애를 주는 두통인지의 여부이며 이런 심한 두통은 의사와 면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동반되는 증상도 원인을 찾는 데 중요하다. 편두통의 경우 두통과 함께 메스꺼움,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통증만큼이나 불편하고 힘든 경우도 많다.
 

원인이 있는 두통? 원인이 없는 두통?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 다 했는데 이상이 없대요”라며 답답해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일차 두통은 특별한 원인이 없다. 따라서 검사 결과도 정상이다. 일차 두통은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평생 가지고 사는 두통이므로 두통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피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차 두통은 고유의 이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긴장형 두통, 편두통 등이 있다.
긴장형 두통은 병원에 오지 않고 일반적인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근육이완제를 처방 받아 개인적으로 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물 과용을 주의해야 한다. 진통제를 한 달에 10일 이상 복용하면 두통에 대한 역치가 낮아져 일반적으로 통증으로 느끼지 않을 통증도 두통으로 느낄 수 있게 돼 약물 과용 두통, 만성 두통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마사지로 머리 주변, 목 주변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편두통은 젊은 여성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두통이 30분~1시간 내에 최고치에 도달하며 하루 정도 지속된다. 욱신욱신 거리는 두통이 한쪽에서(혹은 양쪽에서) 지속되며 메스꺼움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편두통약을 일찍 복용하면 더 심한 두통으로 진행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진통제나 덜 메스껍게 해주는 약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두통이 너무 잦은 경우는 예방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두통을 매개하는 물질인 CGRP 수용체에 길항제로 작용하는 주사제(월 1회 자가주사)를 사용해 두통 빈도를 많이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게 됐다.
반면 ① 갑자기 발생한 평생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이 있거나 ② 50세 이후에 갑자기 발생한 두통 ③ 두통과 함께 뇌압상승소견(메스꺼움, 토함)이 있거나 ④ 다른 신경학적 이상을 동반한 두통이 있는 경우 뇌의 다른 원인에 의한 이차 두통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영상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두통일기를 적어보자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는 매일 혈압 혹은 혈당을 측정하여 혈압일기, 혈당일기를 적는다. 더 적절한 관리를 위해서다. 두통도 마찬가지다. 일차 두통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두통일기를 적는 것이 좋다. 특히 두통의 양상이 2가지 이상인 경우 각각의 두통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아는 데 도움이 된다. 편두통의 경우 월경이나 특정 냄새, 특정 음식, 술, 스트레스 등 촉발 인자가 있을 수 있다. 촉발인자가 뚜렷하게 있는 경우 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치료 전후의 두통 빈도를 살핌으로써 불필요한 약의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살면서 머리 아플 일이 없으면 가장 좋겠지만 신경 쓸 일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 두통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원인을 잘 찾아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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