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재생의학이 가져올 유병장수 시대 2017.08.07

 

2030년대 어느 날, 말기 심부전 환자 김모 씨는 자신의 세포로 심장조직이 형성된 특별한 심장을 이식 받았다. 김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뜻 즐기지 못했던 외식도 자주 하고 가벼운 등산과 장거리 가족여행도 다녀올 수 있게 되는 등 새로운 삶을 찾았다.


김 씨의 이야기는 가상의 사례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될 수도 있다. 재생의학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의학은 손상되거나 결손이 발생한 장기나 조직을 새로운 장기나 조직으로 대체하여 기능을 회복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학문으로 뉴스에서 드물지 않게 접하는 줄기세포치료도 재생의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공여장기의 부족은 전세계적으로 만성적인 문제이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고령과 동반질환 등으로 인해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단계인 우리나라는 잠재적인 장기이식 수요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월 현재 등록된 국내 이식대기자가 29,000여 명에 달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이식건수는 4,365건에 불과하다. 이식 대기자 전체의 15%가 장기이식으로 새 삶을 찾지만 나머지 85%의 대기자는 기약 없이 기다리는 셈이다. 이 때문일까. 해외에 가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 장기이식 관광 여행자가 두 번째로 많은 국가가 우리나라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외국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재생의학이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공여 심장이 부족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 본인의 세포를 이용해 심장을 만들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할 필요도 없고, 타인의 장기를 이식 받은 사람들이 겪는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재생의학은 199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랭어 교수와 하버드 의대 바칸티 교수가 인체의 장기나 조직을 체외에서 재생하여 이식하는 아이디어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이란 새로운 용어와 함께 제안하여 시작되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연골세포를 생분해성 지지체에 배양하여 귀 모양을 만든 후 실험쥐의 등에 이식하여 귀 조직의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최초의 제안 이후 다양한 조직 및 장기의 재생이 시도되었는데 심장판막, 연골, 피부, 각막, 혈관, 기도, 심장근육 등을 포함하여 수십 가지의 장기 및 조직을 체외에서 재생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재생의학의 3대 요소는 크게 세포, 지지체, 신호인자로 구분된다. 줄기세포, 분화된 세포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만능유도줄기세포를 만든 후 분화시키는 방법 또는 원하는 세포 종으로 직접 분화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장기나 조직을 체외에서 재생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배경 지식이 필요한데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유전자치료, 동물실험, 소재 및 기계공학 등의 학제간 연구 또는 다양한 분야를 깊이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는 조직의 구조에 따라 위치별로 다른 종류가 분포하고 각 세포는 호르몬, 성장인자의 농도나 조직의 물리적 특성 등에 영향을 받아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포 주위의 미세환경의 물리화학적 요소들을 시간·공간적으로 최적으로 조절하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인체조직을 체외에서 형성하는 시도는 초기의 예상과 달리 임상적으로 환자에 적용되기까지는 비교적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이는 세포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영양분과 산소를 조직 구석구석에 있는 세포에 공급하는 통로인 미세혈관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고려할 수 없었던 점과 조직공학 제품의 안전성 검증 측면에서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허가당국의 신중함에도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

 

현재는 혈관이 없는 연골조직 재생 후 환자의 관절연골에 이식하는 방법이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방법으로 적용되고 있고 피부, 각막, 방광, 요도 등이 허가되어 임상 적용되거나 임상시험 단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최근 하버드의대 헤럴드 오트 교수는 폐기되는 인체유래 심장조직의 세포를 제거한 후 만능유도줄기세포에서 분화시킨 심근세포를 파종 후 체외에서 장기간 배양하여 수축하는 기능을 가진 심장을 형성하였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겠지만 환자의 세포로 만능줄기세포를 만든 후 면역문제가 최소화된, 기능적으로 완벽한 심장을 체외에서 만들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비슷한 방법으로 심장 이외에도 간, 폐, 신장 등 대기자가 많은 장기들이 재생의학의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또한 재생의학 기술의 도움으로 암 조직을 체외에서 형성하여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과 신약 개발에도 응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무병장수가 예전 시대의 건강 키워드였다면 이제는 유병장수로 새로운 삶을 누리는 것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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