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이 약, 먹어도 되나요? 2020.08.19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의료기관 이용이 용이하고 문턱이 낮아 여러 의료기관에서 약제를 처방받는 것이 어렵지 않다. 특히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사거나 여러 건강보조식품, 민간요법 식품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경우도 많아 약물 부작용의 위험이 특히 높다. 약제의 적절한 복용과 대처 요령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노인에서 약물 부작용은 약전에 기술된 질환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드물다. 약물 부작용이라 함은 여러 차례의 임상시험과 사례 보고를 통해 정리되는데 임상시험 자체가 노인이나 허약한 환자들이 아닌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조건에서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기 때문에 노인에서 흔히 발생하는 약물 부작용은 기술되기 어렵다. 특히 노인의 경우 약물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실제 발현 여부는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고, 부작용이 어떤 질병의 형태보다는 증상의 형태로 먼저 나타난다. 또한 호소하는 증상들은 ▲기력없음 ▲식욕저하 ▲멍해짐(인지기능 저하) ▲어지러움증 ▲입마름 ▲변비 등으로 대개 노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이 대부분이어서 약물 부작용에 의한 증상인지 알 수 없고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러한 약물 부작용들은 단순히 나이가 듦에 의한 퇴행성 변화로 치부되거나 다른 질병과 병발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도 많아 심지어 전문가들 마저도 해결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은 약을 복용하는 어르신들을 조사해보면 10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하면 거의 100% 한 가지 이상의 약물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약물 부작용의 발생 확률은 특히 신체기능이 저하되어 있거나 혹은 80세 이상일 경우 더 높아지므로 기력 없음, 식욕저하, 인지기능 저하 등을 호소하는 경우 복용 약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노년내과 약물조화클리닉 등을 통해 약제 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약물끼리의 충돌 가능성’이다. 이론적으로 각기 약제마다 부작용이 있고 여러 약을 복용하면서 개별 약제의 효능이 바뀌고 부작용도 발생한다. 그러나 약물 상호작용에 의한 부작용 중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 약제 부작용은 다른 형태의 약물 부작용에 비해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실제 임상에서 흔한 약물 부작용 문제는 약물 상호작용보다는 ①다약제 복용 ②노인 부적절 약물의 장기 복용 ③처방 캐스케이드(cascade) ④기존 만성질환의 조절/관리 실패(약물 용량이 오히려 부족할 경우) ⑤새로운 질병의 발현(암,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의 발견) 등이다. 다약제 복용은 보통 하루 5가지 이상 약물을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부작용 발현 빈도가 현저히 상승하며 알려진 부작용 발현 방식도 전형적이지 않아 약물 종류 자체를 줄여주어야 부작용 증상이 해결될 것이다.

노인이 부적절한 약물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도 문제다. 가급적 노인은 복용하지 말 것을 권하는 약물 리스트가 해외에서 잘 정립되어 있으나 국내 의료기관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환자의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부적절 약물이 필요할 수 있는데 그때에는 의료진과 상의하여 적은 용량으로 단기간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방 캐스케이드는 약물의 부작용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 증상 해결을 위해 새로운 약을 처방하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고령 노인이 여러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받을 경우 많이 발생한다. 그 외에도 수 년 이상 약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관리가 잘 되던 만성질환도 어느 시점부터는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환자 대부분은 오래 복용해온 약물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작은 변화에도 약물의 농도와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특히 체중이 늘어나거나 빠지면 잘 맞던 만성질환 약제 용량이 맞지 않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약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약물을 채워 넣어주어야 증상이 해결될 것이다. 한편 새로운 질환이 생겼으나 이를 지나치게 약물 부작용 또는 노화현상으로 간주하여 발병한 새 진단에 대한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특히 노인에서는 당뇨병, 우울증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조절되던 당뇨병, 우울증이 갑자기 조절되지 않거나, 혹은 처음에 인지하지 못하였다가 상기 질환을 처음 진단받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약물조화클리닉에 방문한 환자가 암을 진단받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노인에서 약물 부작용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중복되는 약을 줄이는 것은 도움이 되나 한 두가지 약을 줄이기만 하거나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약물 부작용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질환이 잘 조절되지 않을 수도 있고 새 질환이 생겨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루에 7종류 이상 또는 하루 8번 이상 약물을 복용하게 되거나, 혹은 하루에 10알이 넘는 약을 복용하거나, 나이가 많거나, 신체기능 또는 인지기능이 저하되었거나, 이전 약물부작용을 경험한 노인 환자는 건강관리 측면에서 한 번쯤은 꼭 약물 검토를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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