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조절 가능한 만성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2019.08.30

 

관절은 뼈와 뼈를 연결하는 조직으로 우리 몸이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관절조직에는 뼈와 끝부분을 감싸며 쿠션 역할을 하는 연골이 있고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이 있으며 이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활액막이 있다. 그리고 활액막 바깥으로 인대, 근육, 피하지방 등이 있다. 관절부위 인대염, 근막염, 연부조직염 등 관절 주위 조직의 문제로 발생하기도 하는 관절통과 관절강 내 구성물의 염증 혹은 구조적 문제로 야기되는 관절 붓기, 압통, 열감 등이 관찰되는 관절염은 그 표현이 자주 혼용되고 있지만 전혀 동일하지 않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어원은 질병을 일으키는 흐르는 물질이란 뜻의 고대 그리스어 류마(Rheuma)에서 기원했다. 이후 중세기에 나쁜 액상 물질이란 뜻의 류마티즘(Rheumatism)이라 불리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의 대명사처럼 불려졌다. 실제 류마티스 관절염은 활액막 염증, 활액막 증식, 관절액 염증 및 세포 밀집으로 시작해 뼈, 연골 파괴, 관절 변형이 순차적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질병으로 ‘흐르는 나쁜 물질로 인한 관절염’이란 작명은 매우 창의적이고 적절해 보인다.
다양한 류마티스 질환 중 가장 흔한 류마티스 관절염은 전 세계적으로 약 0.3~1%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약 3배 많이 나타난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전과 환경 요인이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차세대염기서열 및 빅데이터 분석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유력한 100여 개의 고위험 유전자와 흡연, 치주염, 장내균총 등의 환경 요인이 발병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흡연은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금연 이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되며 발병뿐 아니라 질병 경과 및 치료 반응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과 단일 유전인자가 아닌 다수의 유전인자 영향, 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 요인도 고려해야 하므로 발병 원인을 단정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여성에서 흔한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은 여성호르몬 변화와 관련성이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여성 발병 빈도가 45세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이후 유지되는 패턴을 보이는 역학 조사 결과가 여성호르몬 변화와 류마티스 관절염의 관련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에스트로겐은 관절염을 호전시키며 폐경 후 여성에서 여성호르몬제의 복용이 관절염 증상 완화에 효과를 보인다는 동물실험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 여성호르몬과 류마티스 관절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관절이 아프고 시린 느낌이 잦아지지만 많은 경우 노화에 따른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점점 통증이 심해지고 진통제도 듣지 않는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을 방문하게 되고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연골이 닳아 없어지거나 찢어지는 퇴행성 관절염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다른 질환이지만 예상외로 많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류마티스 관절염이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받는다.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는 대부분 손목과 손가락 사이 관절, 발의 작은 관절 등에서 지속적인 통증과 뻣뻣함이 나타나며 이러한 증상은 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심하다가 1시간 후에 호전되는 양상이 반복된다. 뿐만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감, 체중 감소, 미열감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진단은 혈액 검사를 통해 도움 받을 수 있는데 여러 관절의 통증, 붓기 및 변형이 관찰되고 류마티스 인자 및 항CCP항체 등의 염증 수치가 증가돼 있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류마티스 인자는 일반인에게도 5~10% 나타나며 류마티스 관절염뿐만 아니라 만성 간질환, B형 간염, 결핵, 간질성폐질환 등에서도 위양성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이에 비해 병태 생리와 관련된 항CCP항체의 존재는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 특이도가 매우 높으므로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약 40년 전부터 생물학적 항류마티스 약제(DMARD)로 불려온 메토트렉세이트 등의 항류마티스 약물이 요즘에도 여전히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절반에게서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없었으며 관절 변형도 막을 수 없다는 약점이 있었다. 비약적인 생명공학 발전에 힘입어 2000년 이후에는 표적치료제가 등장했고 기존 DMARD와 함께 혹은 단독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초기 표적치료제는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인터루킨-6 억제제를 포함해 T세포, B세포 활성 억제제 등이 주사제로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세포 내 염증 전달 물질인 야누스 키나아제를 표적으로 하는 소분자억제제가 개발되어 경구 제제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약제들은 기존의 항류마티스 약제 반응이 불충분한 경우에 추천되고 있으며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 조절뿐만 아니라 관절 변형 예방에도 뚜렷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피부암 등의 악성종양 발생 및 재발 우려와 잠복결핵 재활성을 포함한 감염 취약성은 사용 전 고려되어야 한다.
예전에 난치병, 불치병으로 알려졌던 류마티스 관절염은 이제 조절 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심각한 관절 변형 없이 편안한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또 류마티스 관절염의 표적치료제는 고가 약제로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글로벌 제약 마켓에서 시장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격변하는 분야인 류마티스 관절염 표적 발굴 및 치료제 개발 연구에서 국내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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