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환자 이야기 지구 반대편에서 얻은 새 삶 - 남미 칠레에서 온 60대 가장, 2대 1 생체간이식 성공 2019.11.21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18,000여 km를 날아 서울아산병원을 찾아온 알베르토씨,
“평범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게 해준 서울아산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9년 3월,
칠레, 세 딸의 아버지 알베르토 링겔링(ALBERTO EUGENIO) 환자

“어느 날 아버지에게 찾아온 갑작스러운 병”
“말기 간 경화 그리고 담도 폐쇄를 동반한 간암”

아니타 이시도라 네우만 아츄라(ANITA ISIDORA, NEUMANN ACHURRA) / 막내딸(기증자)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웠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둘 순 없었어요

칠레의 병원이 내린 마지막 진단 / “불가능”
미국에 의뢰한 수술에 대한 진단 / “불가능”

그리고
우리에게 “가능”을 이야기한 단 하나의 병원

아니타 이시도라 네우만 아츄라(ANITA ISIDORA, NEUMANN ACHURRA) / 막내딸(기증자)
저희에게 주어진 유일한 방법으로 아버지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서울아산병원에서의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만이 환자가 건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가 2000년 3월 최초 성공
전체 6600례 간이식 중 540건 이상 세계 최다 수술 기록

이승규 석좌교수 /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모든 환자분들이 완쾌해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게
저희의 미션이고 또 그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의식마저 희미한 상태로
30여 시간을 날아 도착한 한국

두 딸로부터 각각 왼쪽과 오른쪽 간을
기증받은 장시간의 대수술

2019년 4월 8일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 진행

시간은 더디었지만
건강은 조금씩 회복되어 갔습니다

알베르토 링겔링(ALBERTO EUGENIO)
전 이제 2개의 생일을 갖게 되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이 저에게 다시 한번 더 살 기회를 줬기 때문이죠
저에게 간을 이식해준 두 딸에게도 정말 고마워요

이제야 다시,
함께 웃게 된 알베르토의 가족들
성공적인 치료가 전한 가족의 행복

병원은 너무 멋졌고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저에게 두 번째 삶을 선물해 줬습니다

“Gracias~! 감사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칠레 60대 가장,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다

 

칠레에서 토목 기사로 생계를 꾸려가던 알베르토(ALBERTO/남,62세) 씨는 2018년 겨울 극심한 피로와 황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여러가지 검사 후 담당 의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알베르토 씨와 그의 가족에게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습니다. 말기 간경화와 진행성 간암이라는 최종 진단. 간 문맥이 혈전으로 폐쇄되고, 담도까지 암이 침범해 수술이 불가능했습니다. 아주 작은 희망도 가질 틈 없이 담당의사는 요양병원에서 마지막 삶을 편히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장기이식 선진국인 미국에서 수술이 가능한지 알아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수술이 어렵다는 말뿐.

알베르토 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뇌사자의 간 전체를 이식하거나 2명의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각각 간 일부를 제공 받아 시행하는 2대1 생체간이식 수술뿐이었습니다.

칠레는 생체간이식 수술 조차 시행 초기 단계로 알베르토 씨의 간이식 수술은 불가능했습니다. 문제는 두 명의 간 기증자가 확보되었다 하더라도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면서 알베르토 씨의 건강상태는 급격히 나빠졌고, 간성혼수까지 왔습니다. 정신은 혼미해졌고, 가족들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알베르토 씨의 건강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가장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에 알베르토 씨의 가족들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찾아온 희망…

의식이 온전하지 못하고 거동조차 어려웠던 알베르토 씨는 이대로 가족들과 영영 이별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는듯 했습니다. 그 순간 알베르토씨의 아내와 세 딸은 세상을 다 잃는듯 했고, 예고 없이 찾아온 말기 간경화와 간암은 그렇게 한 가정을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아버지를 잃을 수 없었던 세 딸은 여러 의료진을 만나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하였고, 칠레에 있던 의사의 소개로 에콰도르 출신의 간이식외과 전문의 라울 오레아스(남/50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간이식외과 전문의로 프랑스와 한국의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에서 간이식 수술 연수를 받았던 의사였습니다.
그는 연수 경험을 토대로 6,000여 건이 넘는 간이식 수술 경험과 간암 말기의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97%의 성공율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라면 수술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고, 알베르토 씨의 가족에게 한국에서의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추천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에콰도르 출신의 간이식외과 전문의가 맺어준 서울아산병원과의 인연은 알베르토 씨의 가족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되었습니다.

2019년 3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간이식외과 전문의 라울 오레아스로부터 다급한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이승규 교수님! 여기 칠레에 말기 간경화와 진행성 간암으로 당장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습니다. 간 문맥이 폐쇄되고 암이 담도 전체에 침범해 황달과 복수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국에서 수술이 가능한지 확인 바랍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당장 알베르토 씨의 수술이 가능한지 환자 기록을 보며 회의를 진행했고, 칠레에 그 결과를 전달했습니다. “수술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살릴 수 있어요!

한국에서 선물 받은 새 삶

알베르토 씨와 그의 가족들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의 성적을 확인 후 한 치의 망설임없이 한국행을 결심 했고, 2019년 3월 25일 알베르토 씨와 그의 가족들은 그렇게 한국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한국에 도착 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로 입원 당시 알베르토 씨는 간부전에 의한 황달 수치가 심하게 높았고, 대량의 복수와 혈액응고 기능장애, 간성혼수 증상까지 있어 알베르토 씨의 아내와 3명의 딸 모두가 서둘러 간 기증자 적합 검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혈액형이나 조직적합성 여부가 가장 잘 맞는 사람은 첫째 딸(바바라 크리스티나, BARBARA CHRISTINA, 34세)과 막내딸(아니타 이시도라, ANITA ISIDORA, 23세)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4월 8일 월요일 오전 7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두 딸의 간을 기증받아 알베르토 씨의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암이 침범한 담도와 폐쇄된 간 문맥 전체를 제거하고 두 딸의 간을 연결하는 수술은 쉽지 않았습니다. 장시간의 대 수술 후 회복 상태를 지켜보며 알베르토 씨는 오랜 기간 중환자실에 머물러야 했고, 두 딸로부터 이식 받은 알베르토 씨의 간 기능이 예상만큼 빨리 회복 되지 않았습니다. 수술 당시 알베르토 씨의 체격에 비해 두 딸의 간 용적이 작아 이식 후에도 간이 제 기능을 못 할 수도 있어, 두 딸의 간 좌엽과 우엽을 각각 이식하기로 결정하는 등 수술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수술 후 알베르토 씨는 더딘 회복 속도를 보였고, 간이식팀 의료진은 더 자주 회진을 돌며 정성스레 알베르토 씨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간이식팀의 적절한 치료 덕분에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고, 7월부터는 일반병실로 옮겨 회복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알베르토 씨는 한국을 방문했던 길고 험난한 과정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수술 후 장시간 중환자실에서 회복과정을 보내고 눈을 떳을 때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한국에서 두 번째 삶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태어났고, 두 개의 생일이 생겼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평범한 일상으로

 

알베르토 씨는 퇴원을 앞두고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들은 알베르토 씨의 병실을 찾아와 그의 퇴원을 진심으로 축하했고, 알베르토 씨는 기쁨의 눈물로 어느새 눈가를 적셨습니다.

“이렇게 새 삶을 얻어 너무 행복해요. 나를 위해 망설임 없이 간 일부를 내어준 딸들과 오랜 기간 간병으로 고생한 아내에게 고맙고, 무엇보다 새 삶을 선물해준 서울아산병원 영원히 기억할거에요. 무치시마스 그라시아스(정말 고맙습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간이식팀 의료진 한 명 한 명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며 2019년 10월 7일(월) 칠레로 돌아가기 위해 병원을 나섰습니다.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온 60대 가장 알베르토 씨는 한국에서 얻은 두번째 삶을 가슴에 담고서 가족들과의 평범한 일상을 다시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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