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환자 이야기 430km 길 위에 선 용기 - 희귀암 기스트(GIST, 위장관기질종양) 치료 성공, 강대식편 2016.12.09

‘위장관기질종양(GISTㆍ기스트)’는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암입니다. 재발률이 높아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5년 5월 강대식 씨(62세)는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430Km를 걸었습니다.

 

‘위장관기질종양(GISTㆍ기스트)’는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암입니다.
재발률이 높아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5년 5월 강대식 씨(62세)는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430Km를 걸었습니다.

00:15
해남땅끝마을이라는 데가 있거든요,
해남땅끝마을에서 출발을 해가지고
광주, 전주, 최종목적지는 서울아산병원으로 정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있었는데,
진료실에서 보는 환자들의 얼굴, 힘들어하는 그 얼굴들을 봤을 때는
기어서라도 꼭 아산병원까지 가야겠다는 간절한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430Km 길 위에 선 용기
고난도 희귀암 위장관기질종양(GIST) 치료
강대식 편


강대식
2009년 위장관기질종양(GIST) 진단
2014년 재발 방지용 약물치료 종료
현재 2년간 재발 없음


00:54
2009년 5월달에 기스트 진단을 받았습니다.
희귀암 이니 일반 암보다 위험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두려움과 함께 시작된 암과의 싸움

01:11
서울아산병원 강윤구 교수님이 최고 권위자이고,
다른 기스트 환자들이 많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경험 많은 병원으로 당연히 옮겨야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만남

01:26
기스트는 우리나라말로 하면 위장관기질종양입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위암, 대장암 이런 암과는
달리 점막에 생기는게 아니라 점막하층,
다시말해 위장관의 근육층에서 종양이 발생하는거고,
증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종양이 커질 때까지 모르고 계셨죠,
오셨을 때엔 벌써 크기가 12cm정도 됐었습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01:55
저 역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진료대기실에 있는 환자들의 표정이 너무 슬퍼 보였고,
그래서 환자들에게 내가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때, 환우들이 동참할 수 있는 국토종단을 한번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시작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02:21
첫날은 정말로 비바람이 많이 몰아쳤거든요.
그 비바람 속에서도 교수님들께서 오전까지 같이 동행해주셨습니다.
그게 저희들에게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함께’ 걸었습니다.

02:44
혼자 하면 굉장히 힘들고 어려웠겠지만
환우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같이 움직이니까 서로가 힘이 되었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투병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죠.

함께 해서 두 배가 된 행복

03:07
저희들을 마중하기 위해서 나온
교수님들하고 간호사님들, 또 환우회 회원들, 가족들을 보니
중간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여기까지 잘 왔다는 게 정말 기분 좋았고요

도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03:26
이제 수술한지 7년, 약을 끊은 지도 2년이 지나서
괜찮으시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거의 완치 됐다고 봅니다.
치료하는 도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다른 환자들을 위해 매주 자원봉사를 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 이분이 대단한 분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 도전

03:48
저는 거창하고 큰 것보다는 작은 용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실패를 생각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한발자국 나갈 수 있는 것,
전진할 수 있는 그 작은 용기가
더 큰 희망이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희망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
당신의 가슴 속에 피어난 희망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Real Story 희망을 나눕니다
서울아산병원

일상을 앗아간 희귀암 기스트(GIST)

 

아주 건강했습니다. 아들 둘을 키우고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잔병치레 한번 한 적이 없었습니다. 날이 좋을 땐 산에 올랐습니다. 친구들과 만나 땀을 흘리고 술 한 잔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는 게 삶의 낙이었습니다. 강대식 씨(63세)는 이 시대의 흔한 아버지였습니다.

언젠가부터 술을 먹고 자려 누웠는데 속이 부대꼈습니다. 왼쪽으로 누우면 더 심했습니다. 꼭 체한 것 같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네 병원에 가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내시경으로 암 덩어리가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뭔가’ 가 점막 밑에 있는 것 같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습니다.

 

‘뭔가’가 있는 것 같았던 위장의 근육 밑에는 19cm의 암 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경계성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할 때 떼어낸 조직을 검사하고 나서야, 단순한 암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담당의사는 기스트(위장관기질종양, GIST)라고 했습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암이 왜 나한테 생겼는지, 강대식 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스트는 식도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내에 발생하는 암인데, 점막 등에 생기는 일반 암과는 달리 근육층에 발생합니다. 인구 10만 명 당 1~2명꼴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며, 매해 100~300명 정도가 악성 종양 기스트 환자로 진단됩니다. 강대식 씨는 그렇게 2009년부터 기스트 환자가 됐습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의 손을 내밀어 준 기스트 전문가, 강윤구 교수

강대식 씨 / 희귀암 기스트(GIST, 위장관기질종양) 치료 성공 2014년

기스트는 일반 암과 달라서, 병기를 1,2,3,4기로 나누는 게 아니라 고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으로 나눕니다. 기스트는 수술보다 지속적인 관찰과 항암치료가 더 중요한 질환입니다. GIST는 재발률이 높아 건강 염려증에 걸리는 환자도 많습니다. 강대식씨는 2009년 수술을 받았지만, 질환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의사가 절실했습니다.

강대식 씨와 가족들은 서울아산병원 강윤구 교수가 기스트 치료의 일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기스트에 대한 모든 매뉴얼이 갖춰져 있었고 정보교류도 활발했습니다. 기스트와 관련된 최신 정보를 접하고 치료를 받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강대식 씨는 바로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왔습니다. 말수는 적지만 누구보다 기스트 환우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있는 강윤구 교수가 강대식 씨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강대식씨는 기스트 고위험군에 속해 수술 직후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일반 암과 달리 기스트 환우들의 항암약은 비보험이었습니다. 지금은 일부 보험적용이 되지만, 당시에는 한 달 약값만 300만 원이 넘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이 질환은 강대식씨의 일상을 앗아갔습니다. 항암제를 5년 동안 먹었습니다. 매일 먹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부작용을 달고 살았습니다. 속은 울렁거리고 근육통과 근육마비에, 피부발진, 무기력증... 끝나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습니다. 약값에, 부작용으로 인한 통증에,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매일매일 파도처럼 밀려들었습니다.

기스트 환우들의 말벗이 되다

 

투병생활동안 아픔보다도 더 힘든 건 외로움이었습니다.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희귀질환, 치료의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이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기스트 환우들이었습니다.
본인의 몸도 성치 않은 상태에서 2010년부터 기스트 환자를 위한 상담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기스트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의 말동무나 되어주겠다며 시작한 게 벌써 6년이 넘었습니다.

“기스트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자꾸 병을 숨기려고 해요. 항암제 때문에 우울증이 오고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보니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작아져요.

 

작아진 환자들은 대기실에서도 조용히, 그저 발끝만 쳐다보고 있는 게 안타까웠어요. 돌이켜보면 저 역시 그랬습니다.”

강대식 씨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엔 환자들의 말벗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환우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어 매주 봉사활동을 합니다. 처음에는 외래 대기공간이 삭막하기 그지없었지만 정기적으로 마주치는 환우들이기에 서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완치, 그리고 새로운 한 걸음

강대식 씨는 2014년까지 항암제를 복용하다 지금은 재발이 없어 중단했습니다. 일반 암환자들이 5년 동안 재발이 없으면 ‘완치’라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강대식 씨는 항암제 중단 전 마지막 외래를 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약 그만 드셔도 되겠습니다.”
강윤구 교수의 짧은 한마디가 마음을 깊이 울렸습니다.

해남에서 서울까지,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16일의 여정

 

기스트 환자들은 평생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언제고 재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대식 씨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고충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약을 잘 먹고 회복하면, 국토 횡단처럼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걸 환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기스트 환우회에서 알게 된 오세욱 씨와 함께 땅끝마을 해남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16일간 430㎞를 걸었습니다. 2015년 5월 11일 땅끝마을 해남에서 출발해 광주-전주-논산-세종-용인을 거쳐 26일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하는 코스였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을 최종 목적지로 정한 건 국내 기스트 환자의 40% 이상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대식 씨와 오세욱 씨 두 사람은 전 구간을 걷고, 전국 기스트 환자들이 코스마다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은 매일 8시간, 30km를 걸었습니다. 국도를 걸을 때면 쌩쌩 달리는 차들로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습니다. 짐을 꾸려 넣은 배낭의 무게, 8kg. 양쪽 어깨 근육에 마비가 왔습니다. 그러나 걸음을 늦출 순 없었습니다.

코스마다 그들과 함께 걷기를 기다리며, 밥을 대접하고, 간식을 건네주던 환우들이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보낸 안부 문자를 읽으며 서로를 다독였습니다. 묵묵히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서울아산병원이 보였습니다.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과 환우들, 그리고 의료진의 환호 소리가 들렸습니다. “드디어 해냈다!”

국토 횡단을 완주한 두 사람이 지나온 거리는 총 430km. 출발 전 그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1km 마다 50원씩 기부를 부탁했습니다. 그들이 완주할 경우 한 명의 기부자 당 2만 1,500원의 금액입니다. 횡단을 마치던 날, 한 명 두 명씩 모아준 금액이 약 700만 원이나 되었습니다. 그 돈은 약값으로 힘들어하는 기스트 환우들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강대식 씨는 성공적으로 치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남은 인생동안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하는 기스트 환우이지만,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 움츠러들기보다는 희망 전도사로 강대식 씨는 크게 한걸음 내디뎠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진료대기실에는 오늘도 기스트 환우들에게 용기를 나눠주는 강대식 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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