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종류의 감염병이 이렇게 순식간에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점차 확진자가 늘어났고 코로나19 원내 확산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155격리병동에서 일하게 됐다. 간호사로서의 일상도 완전히 바뀌었다. 아무 것도 없는 병동, 받아본 적 없는 환자를 간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말 ‘0’에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각종 물품과 장비를 세팅하면서 과연 이곳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확진 환자가 올 상황을 대비해 보호구 착용과 폐기물 처리 등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들어온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은 확진 환자를 받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하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걸려온 수간호사 선생님의 전화에 마치 재난영화의 도입부처럼 그렇게 첫 환자를 받았다. 첫 번째 환자는 소아 환자였고 코호트 격리를 위해 수많은 소아 환자들로 병동을 채워야 했다. 모두가 곧바로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하고 정신없이 밀려들어오는 신환을 받기 시작했다. 조용하기만 했던 격리병동에는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아기를 안은 보호자들이 4종 보호구를 입은 채 줄지어 들어왔다.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했지만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최선의 간호를 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격리 기간 동안 힘든 일도 많았다. 레벨D 보호구를 입고 일을 하면서 옷이 땀에 흠뻑 젖었고, 내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를 간호해야 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 믿고 일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힘을 내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사히 격리 기간이 끝나고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하는 간호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손이 많이 가는 환자가 더 좋다. 여기서 좋다는 건, 신경이 아주 많이 쓰인다는 뜻이다. 그 사람이 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고 내가 하는 간호로 인해 더욱 편해지기를 바란다. 그 환자가 불편한 이유가 궁금하고 어떤 처치를 해주었을 때 더 나아질 지 고민하는 시간들이 좋다. 그런 점에서 155병동에서 일하는 것은 늘 새롭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또 그 경험에서 배워간다. 단기병동에서 빠르게 검사를 하고 다음 방문 날짜를 잡아 환자를 퇴원 시킬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집에 돌아가면 환자를 누가 돌봐줄 것인지, 응급상황이 또 다시 생겼을 때 충분한 처치를 받을 만한 환경이 집 근처에 있는지 등을 생각하게 됐다.
내가 누군가를 간호한다는 건 그들의 아픔으로 인해 생긴 모든 문제에 아주 깊게 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입원부터 퇴원까지, 또 죽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한 보호자는 “여기 오기 전에는 이렇게 병원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서웠는데 지금은 너무 보고싶고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여기가 그리워졌어요. 그리웠다고 하면 웃긴데 진짜 그립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정말 나쁠 수 있는 격리병동에서의 기억도 그리워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여기서 우리가 하는 간호가 가진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