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정서적 심폐소생술 2021.07.19

 

폭넓은 대인관계를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이어서 여러 환자를 만나는 외래간호팀에서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스트레스 심리상담센터에서는 나의 말과 행동이 마음이 아픈 환자를 자극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평소처럼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대부분 매주 내원하여 주 1회 얼굴을 보게 되는데 어두운 표정의 환자들에게 마냥 웃으며 다가가는 것조차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다.

 

올해 3월 코로나19로 임시 이전해 있던 동관에서 햇살이 가득 비치는 신관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내원하는 환자들의 편안해 보이는 표정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유독 우울해 보였던 환자는 신관으로 온 뒤 눈을 맞추며 환자 확인에 협조해주었고, 환자 확인 절차를 싫어하던 분은 개방형 질문 전에 본인이 먼저 이름을 말하며 들어오기도 했다. 대기실에 있는 식물을 보며 신관으로 옮기면서 산 건지 관심을 보이는 분도 있었다. 밝아진 환경 덕분인지 변화된 환자들의 모습이 너무 신기해 공간이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공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고 측정하여 건축에 적용하는 ‘신경 건축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다. 뻥 뚫린 산 정상에서는 후련함을,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공간에서는 답답함을 느끼는 것처럼 공간에 따라 감정과 사고, 행동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환경의 중요성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 자연스럽게 환자와 공감하면서 잠깐이지만 환자가 머무는 대기실이나 상담실 환경에 더 신경을 쓰고 세심한 부분까지 관리했다. 공간의 변화에 반응하는 환자들을 보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또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의사소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인 대니얼 피셔의 ‘희망의 심장박동’을 읽다가 ‘정서적 심폐소생술(e - CPR)’ 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어왔다. 공감과 위로, 격려와 지지로 회복을 돕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간호라고 생각했다. 의사소통의 기본인 공감이 머리로는 쉬워도 상황에 따라 바로 적용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환자의 상담 전화에 적절한 답을 줄 수가 없어서 끝까지 들어주고 최대한 빠른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내원일을 앞당겨 주었다. 며칠 뒤 그 환자가 내원해서 전화 상담 시 본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어 정말 고맙다고 했다. 특별히 조언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경청이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원하는 환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관심을 가진 덕분인지 1분기 고객칭찬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외래에서 어떤 간호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스트레스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정서적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공감하는 간호사로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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