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병원에서의 시간이 외롭지 않도록 2021.12.17

 

나는 소아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5년차 간호사다. 최근 처음으로 고객칭찬 우수상을 받았다. 직원식당을 오가며 봤던 ‘고객칭찬 우수직원’ 포스터 속 한 사람이 된 것이 아닌가! 정말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민망하기도 했다. 남들보다 특별한 건 없었는데 말이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소아 병동에서 일하며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랐고 마음이 아팠다. 계속되는 치료에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환자, 주기적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하는 환자, 집으로 돌아가도 계속되는 병간호에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 보이는 보호자의 모습 등을 볼 때마다 속상한 마음이 든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환자 안전을 위해 보호자는 1인만 상주 가능하며 서로 음식을 나눠 먹거나 다른 침상을 오가는 것도 안 된다. 이처럼 더 많은 제약이 생기면서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외롭고 고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커튼 뒤 좁은 공간에서 보호자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그래서 나는 환자를 간호하러 갈 때 보호자와도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병원에서 긴 시간이 허용되진 않지만, 보호자에게는 이 짧은 순간이 통화나 메신저가 아닌 누군가와 마주보고 일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보호자가 “선생님만 오시면 이렇게 한참을 붙잡게 되네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가끔은 내가 괜히 귀찮게 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는데 보호자의 말을 듣고 나니 안심이 되었다.


“아이가 잠을 잘 이루지 못해 걱정이었는데 섬세한 손길에 아이가 깨지 않고 잘 잤습니다.” “밤에 항생제를 놓을 때 환자와 보호자가 깨지 않게 많이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 카드에 적혀 있던 내용이다. 소아 병동의 특성상 환자를 간호할 때 협조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환아는 한껏 긴장하고 울며 지친 하루를 보낸다. 보호자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힘들었던 하루를 보내고 드디어 찾아온 평온한 밤, 이 밤에도 우리는 간호를 쉴 수 없기에 최대한 환자와 보호자가 깨지 않도록 어두운 병실 안에서 작은 라이트 불빛에 의존한 채 조심히 라운딩을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도 환아를 깨워버릴 때는 울며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달래고 재우느라 고생하는 보호자에게도, 소음에 깬 옆자리 환자에게도 너무나 미안한 밤이 되어버린다. 간혹 원망 섞인 한숨 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환아를 깨우게 되어 속상한 내 마음을 알까?’ 하는 속 좁은 생각이 불쑥 들기도 한다. 하지만 칭찬 카드에 적혀 있던 글들을 통해 그동안 내가 했던 노력과 배려를 환자와 보호자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 감사했고 더 노력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고객칭찬 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렇듯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향했던 관심과 배려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 병동 선생님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언제나 바쁜 상황 속에서도 지금까지 환자와 보호자에게 온 힘을 다할 수 있었던 건 나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메꿔주는 소중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함께하고 싶은 145병동 선생님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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