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하늘을 들고 있는 작은 거인 2014.07.14

하늘을 들고 있는 작은 거인 - 정형외과 이동호 교수

 

“제가 정형외과 의사라고 하면 처음엔 다들 이상하게 쳐다봤어요.”


환자의 등이나 팔, 다리의 뼈를 붙들고 씨름해야 하는 정형외과 특성상 그의 동기 대부분이 180센티미터에 가까운 장신이거나 한 덩치 하는 몸 좋은 의사들이었다.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마른 체구의 이동호 부교수는 “정말 정형외과 선생님 맞아요?” 라는 질문도 여러 번 들었단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의사

"그의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 경추에 적합할 것 같았다."
2001년, 서울대병원 척추 파트 이동호 전임의에게 서울아산병원 이춘성 교수가 경추(목뼈)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해 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뇌에서 몸 전체로 내려가는 신경들이 묶여 통과하는 경추. '자칫 잘못 건드리면 사지 마비를 만든다'는 척수가 그 좁은 길을 지나가기 때문에 당시 경추 수술은 의사들이 하기 꺼리는 수술이었다. 정형외과 전공의와 전임의로 6년을 보내는 동안 그가 경험했던 경추 수술 건수도 기껏해야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국내 경추 분야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2005년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척추팀에 합류하게 된 이동호 부교수는 2009년 세계적인 경추 수술의 대가, K. Daniel Riew 교수를 만나기 위해 미국 연수를 떠났다. "연수 기간 Riew 교수님과 그동안 궁금했던 점, 고민했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어떤 문제에는 명쾌한 해답을 얻기도 하고, 어떤 문제에는 더 큰 의문 부호가 달리기도 했지요. 그곳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앞으로 제가 해나가야 할 연구 과제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경추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되새기며 서울아산병원으로 복귀한 그는 본격적으로 경추 수술과 연구에 전념했다.


한 발씩 내디뎌 길을 만들다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전 신중하게 단계별로 올라가려는 편입니다.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만나면 생각을 많이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해보고 도전하죠." 수술하기 전날 밤엔 머릿속으로 수술을 몇 번씩 해 보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차트를 들여다본다. '완벽주의자' 이동호 부교수. 그 자신은 천천히 조금씩 발전하겠다고 말하지만 타고난 부지런함과 경추에 대한 무한 애정으로 일 년에 4편 이상씩 경추 분야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의 논문은 경추질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가 높은 북미경추학회(CSRS)와 아시아태평양 경추연구학회(AP-CSRS)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국제적으로도 실력을 인정 받은 것이다.

새로운 연구로 국내 경추 치료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후종인대골화증.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질환이다. "목뼈 뒤쪽의 얇은 인대가 뼈로 변해 자라나서 척수 신경을 압박하는 병인데, 심한 경우 사지 마비까지 유발하는 질환이죠." 그는 후종인대골화증에 대한 새로운 분류법과 치료법을 찾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인에게 유독 많이 발병하는 질환으로 아직 밝혀지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누군가 앞장서 나가지 않으면 발전할 수가 없어요" 길잡이가 되어준 스승 덕분에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경추를 선택하게 되었지만 이동호 부교수는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차분하게 자신만의 계단을 올라가 경추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리더가 되었다.


실력 있는 의사가 ‘환자를 행복’하게 한다

간호사들은 그가 항상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는 조그만 노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오래돼 낡고 허름한 그의 노트 안에는 그와 만났던 환자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그 중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수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환자의 이름도 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교수님은 그런 환자가 있으면 휴대폰으로 직접 전화를 하세요." 밀려드는 환자에 숨돌릴 틈도 없을 만큼 바쁜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전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병이 있다고 다 수술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조기 발견되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데 수술 시기를 놓치면 마비 증상 등의 후유증을 남기는 질환이 있어요." 그런 질환의 경우 치료가 늦어지거나 신경이 너무 많이 손상된 다음 찾아오면 치명적이다. "증상이 어느 정도 나타나면 정확한 진단을 받고 때를 놓치기 전에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적절한 치료의 시기가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결정하니까요." 그는 실력 있는 의사가 환자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가족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씻을 수도 없었던 환자가 수술을 받고 말쑥한 모습으로 혼자 걸어 들어 오는 모습을 볼 때 그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혹시 우리 몸 안에 그리스 신화 속 신이 한 명 숨어 살고 있는 것을 아는가?

두개골과 뇌를 받치고 균형을 잡아주는 7개의 목뼈 중 첫 번째 뼈를 의학용어로 아틀라스라고 부른다.
아틀라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늘을 받치고 있는 거인의 이름이다.


아틀라스라고 불리는 이 작고 가느다란 목뼈를 지키는 의사, 이동호 부교수는 '작은 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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