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도전하는 한 영원한 불가능은 없다! - 신경외과 전상용 교수 2014.07.14

도전하는 한 영원한 불가능은 없다! - 신경외과 전상용 교수

 

2012년 봄. 두 팔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부르는 한 남자의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그 속에는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지난 8년간 척추신경 손상으로 팔, 다리를 전혀 쓸 수 없었던 사지마비 환자였던 것. 행복한 표정의 남자 옆엔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상용 교수가 있었다.


신경외과 의사의 조건, 강한 정신력

"의사만큼 다른 사람의 인생에 깊이 개입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무거운 책임감이 늘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전상용 교수를 찾아오는 환자의 90%는 목이나 등, 허리뼈가 부러졌거나 척수 안에 종양이 있는 척추질환 환자다. 나머지 10%는 약으로는 더 이상 호전되지 않는, 수술 이외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는 파킨슨병 환자들, 한마디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뇌심부자극술, 사이버나이프 같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법이 계속 등장하고 있지만, 그가 다루는 척추와 뇌는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환자에게 치명적인 장애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수술실 안은 언제나 긴장감이 감돈다. 그곳을 이끄는 집도의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고도의 정신력.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속도가 0.3초라고 하면 검도의 고수들은 0.4초에 두 대를 때리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집중력은 본과 시절 4년 간의 검도 훈련을 통해 단련된 것 같습니다." 그가 검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선배가 준 도복 한 벌이 그를 검도의 세계로 이끌었다. 시험과 실습 등으로 바쁜 학기 중엔 학교 체육관에서 틈틈이 연습할 수밖에 없었지만, 학기가 끝나면 서대문구에 있던 중앙도장으로 가 수련하곤 했었다. 매일 같이 찾아와 부지런히 연습하고 돌아가는 의대생이 기특했는지 하루는 관장이 직접 그의 대련 상대로 나섰다. 백발의 관장은 검도 9단의 고수였다. 대련이 시작됐다.
역시나… 몇 차례 그의 눈앞에서 불이 번쩍였다. 더는 맞고 싶지 않아 고군분투했지만, 상대가 보이질 않았다. 마지막 힘을 다해 온 정신을 집중하니 그제야 죽도 끝, 상대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날 처음으로 사람의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단다. 그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수술실에 설 때면 그때의 깨달음을 떠올리며 온 정신을 환자에게 집중한다. 그것이 생(生)을 건 승부의 칼자루를 의사에게 맡긴 환자에 대한 자신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재생 의학의 시대

 

전상용 교수는 수술뿐 아니라 연구에도 적극적이다. "신경은 재생이 안되기 때문에 전신마비 환자는 평생을 그 상태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신경도 회복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어요." 사지마비는 완치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라는 게 이제까지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2003년, 국내에서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가 급진전되면서 난치성 신경질환 환자에게도 희망의 빛이 비쳤다. 2006년 척추 신경에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를 주입했던 10명의 사지마비 환자 중 3명에게서 변화가 발견됐다. 그의 연구팀이 변화를 보인 환자 3명의 몸을 3년간 MRI로 관찰한 결과 척수의 손상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줄기세포가 마비 환자의 신경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해 낸 그의 논문은 국제 저명 학술지이자 미국신경외과학회 공식학술지인 「뉴로 서저리(Neurosurgery)」에 실렸다. "사람들은 3명의 환자만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전 남은 7명의 환자를 잊지 않고 있어요. 그분들이 앞으로의 저의 연구과제입니다." 그는 현재 신경재생에 강력한 효과가 있는 스마트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재생 의학의 시대가 올 겁니다." 당장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그 일이 이루어졌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큼 도전의 좋은 동기는 없다. 그가 떠올린 미래가 장밋빛이었던 것처럼 그의 도전은 쉼 없이 계속될 것이다.


라이트 형제를 좋아하는 의사

흑백 사진 속 두 남자는 그의 멘토라고 했다. 의외였다. 그들은 라이트 형제였다. "라이트 형제가 살던 시대엔 동력장치를 단 기계가 하늘을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심지어 학자들 사이에서 그 사실을 증명하려는 노력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비행 실험이 성공한 이후, 누구도 하늘을 나는 기계를 의심하지 않았어요. 지금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 최초의 비행 도전보다는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그는 믿는다. 조금씩 답을 향해 도전하는 의사가 있다면 영원한 난치병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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