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저는 수면제와 싸우는 의사입니다 2015.04.02

저는 수면제와 싸우는 의사입니다 -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

 

소설가와 의사의 공통점

소설가와 의사가 공통으로 갖춰야 할 재능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람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이 그것이다. 정석훈 교수의 취미는 소설을 읽고 쓰는 것이다. 그는 소설 속 인물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한 인물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관찰하다 보면 그 인물의 성격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관찰력은 진료에서도 이어진다. 정신건강의학 중에서도 그의 전공은 수면의학, 불면증이 그의 주된 치료 분야이다. 그는 단순히 수면제에만 의존해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수면 습관과 환경에 주목한다. 몇 시에 잠자리에 눕는지, 아침에 몇 시에 기상하는지, 수면제는 몇 시에 복용하는지 뿐만 아니라, 방 온도나 빛과 같은 여러 환경적인 부분 또한 수면에 영향을 끼치므로 치료를 위해선 평소 수면 습관이나 환경적인 부분의 카운슬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면증을 치료하는 의사가 잠이 안 올 땐 어떻게 할까?

 

갑작스레 스트레스를 받거나 걱정이 많을 때, 잠들고 싶어도 잠들 수 없는 밤이 있다.
내일을 위해 반드시 잠들어야 한다는 초조함 때문에 점점 더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불면증을 치료하는 의사라고 매번 단잠을 잘 수는 없을 터.

 

잠이 오지 않을 때 정석훈 교수는 어떤 방법을 쓸까? 전문가만이 알고 있을 획기적인 비법을 기대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잠이 안 오면 오히려 안 자려고 노력한다” 였다. 잠은 자려고 할수록 더 오지 않고, 오히려 잠을 자지 않으려 할수록 더 쉽게 잠이 든다는 역설. 흔히들 한숨도 못 잤다고 하면 누워서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 몸은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도 잠을 잤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잠을 더 쉽게 자기 위해서는 오히려 몸을 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는 수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올바르게 변화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수면제 복용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수면제는 잠자리에 들기 30분 전에 복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는데, 이를 기상시각 7~8시간 전에 먹는 것으로 인식을 변화시키면 수면제의 효과가 좀 더 커지기 때문에 올바른 수면제 복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수면제와 싸우는 의사입니다”

정석훈 교수의 아버지는 국어 선생님이셨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그는 인터뷰 내내 단어 하나도 신중하게 골라 표현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런 그가 고르고 골라 본인을 표현하는 문구를 생각해냈다.


“저는 저를 수면제와 싸우는 의사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는 현재 수면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병원 내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 영상과 안내문을 제작해 인식의 변화를 위해 힘쓰는 중이다. 그는 많은 환자들이 수면의 질을 높여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도록 이 싸움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예리한 관찰력 뒤에 숨은 것

또한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를 ‘고마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에게 와서 남들에게 들려주기 어려운 이야기를 털어놓아 주니 고마울 따름이라는 것이다.


상대를 관찰하는 그의 예리한 눈, 그 너머엔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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