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사람의 얼굴은 생명만큼이나 소중한 마음의 창문이죠! 2014.07.09

사람의 얼굴은 생명만큼이나 소중한 마음의 창문이죠! -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

 

의과대학과 연계된 대형 병원들은 그냥 규모만 큰 병원이 아니라,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이 있다.


일반 병원에서는 치료를 포기한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가는 곳이 이런 3차 대형 병원들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개인병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이거나 또는 제대로 치료하기엔 너무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 치료를 포기하는 질환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른바 '큰 병원'에 보내는 신뢰는 그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3차 대형병원의 성형외과는 어떤 환자들을 위한 것일까?
서울아산병원 최종우 선생님은 큰 병원에 있는 성형외과 의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분이다.


최종우 선생님의 연구실을 사람들은 '해골방'이라고 부른다.

연구실 한쪽에 해골들이 잔뜩 쌓여있기 때문이다. 헌데 그 해골들은 평범한 사람의 얼굴모양이 아니다. 한쪽으로 비틀어지거나 심하게 일그러진 실제 환자들의 얼굴을 CT 촬영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얼굴 모형들이다. 그 얼굴 모형들엔 여기저기 미세한 톱질, 뼈를 이어붙인 자국들이 있다. 선생님이 수술 전 시뮬레이션 수술을 해본 자국들이다.
선생님이 보여준 수술 환자 사진들도 참혹하기 그지없다. 선천성 기형이나 교통사고로 얼굴뼈가 부서져 얼굴뼈 전체를 부분 부분 잘라 원래의 위치로 회복시킨 환자, 혀나 인두에 암이 생겨서 허벅지 살을 오려다 혀나 인두를 새로 만든 환자 등등...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얼굴 사진들을 일부러 수집해 놓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환자들을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건 이러한 환자들이 얼굴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은둔해 있기
때문이지, 얼굴을 망가뜨리는 질환과 사고가 세상에 없기 때문은 아니다. 그런 환자들을 위해 대학 병원의 성형외과는 존재하는 곳.


최종우 선생님의 전문분야는 크게 두경부 재건과 얼굴뼈 성형수술이다.

 

각종 이유로 안면에 생긴 장애나 결손, 변형을 수술로 피부조직을 재건하는 것이 두경부 재건이라면, 주로 뼈의 변형을 교정하는 것이 안면골격수술로 요새 화두가 되고 있는 '양악수술'도 안면골격수술의 한 분야다. 연예인들의 동안성형 쯤으로 알려진 양악수술은 사실 위턱과 아래턱의 발달이상이나 얼굴비대칭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치료용 수술이다.
고난이도의 외과적 수술 기술과 함께 얼굴의 미적 조화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수술. 헌데 요즘은 양악수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생님도 '예뻐지고 싶은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들을 자주 만나고 있고 한다. 수백 건의 양악수술을 집도하면서 선생님에게도 미인의 기준이란 게 생겼다. 성형외과 의사는 과연 어떤 사람을 미인으로 꼽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의외의 답변을 주셨다. 환자의 원래 얼굴 표정을 되찾아 주는 수술이 바로 가장 잘 된 수술이고, 본래의 표정이 살아있는 얼굴이 제일 예쁜 모습이란 것.

환자의 부모들이 양악수술 후에 어렸을 적 아이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며 기뻐하시고, 침울했던 환자들의 표정이 밝은 미소로 바뀌는 것을 무수히 보면서 내린 선생님의 결론이다. 양악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자연스럽게 환자들의 인생 자체가 달라지는 흐뭇한 결과도 여러 차례 목격하셨다.
헌데, 점점 수술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술실에 들어갈 때 떨리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고 한다. 손끝의 작은 움직임과 순간의 판단이 환자의 얼굴뿐만 아니라,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다. 설사 환자의 생명이 달린 문제는 아니라도 말이다.
제일 안타까운 건, 잘못된 시술로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만나는 경우다. 성형이 대중화되면서 의료의 본질이 왜곡되어가는 현실을 접하면서 최종우 선생님은 대형 병원 의사로서의 책임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고 한다.


환자들의 마음까지 책임져야 하는 성형외과...

최종우 선생님에겐 그 스트레스가 성격을 바꿔놓을 만큼 컸다고 한다. 직경 1mm의 혈관을 꿰매 이어붙이는 수술을 하다 보니, 더욱 예민하고 섬세해졌다고. 하지만 선생님에겐 스트레스에 짓눌리지 않고 계속 열정을 갖게 해 준 것들이 있었다.
10년 전 세브란스 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시절,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암이셨던 아버지의 간이식을 위해 자신의 간의 반을 기증하였던 선생님.
수술을 받는 환자로서 만난 열정적이면서도 프로페셔널한 의료진들의 모습이 인상에 남아 선생님은 서울아산병원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7년 전 서울아산병원의 교수가 된 이후 가장 좋았던 것은 여러 학교 출신의 의사들이 모여 서로 존중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선후배, 동료의사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었다고 했다.


선생님에게 각인된 의사의 기준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일에 있어 열정적이고 프로답지만 늘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 선생님을 지켜주는 두 번째 기준은 아버지다.
선생님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삼 대째 외과의사 계보를 잇고 있다. 의료 불모지에서 외과를 개척하셨던 할아버지, 일반외과 수련 후 다시 성형외과라는 새로운 분야에 인생을 거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사회적 사명을 다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하셨다는 선생님. 성형외과 개업의가 아닌 대학병원 의사로 사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젊은 날의 결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선생님이 요즘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영화, '페이스오프'에 소개된 '안면이식 수술'로 성형외과 분야에서 가장 첨단이면서 가장 어려운 수술이다. 윤리적인 문제로 아직 한국에선 수술 사례가 없지만, 누군가는 준비하고 연구해 실행해야 할 분야라고 한다. 일반 성형외과에서는 외면을 받겠지만 불의의 사고나 장애로 얼굴 전체를 잃는 환자가 한국에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소외받는 환자를 치료하고, 새로운 분야를 찾아 연구하고 준비하고... 선생님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맡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최종우 선생님은 '성형'이라는 글자에 가려진 '의사'라는 단어를 잊지 않고 계신 성형외과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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