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마지막 희망을 위하여 2020.08.14

마지막 희망을 위하여 -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

 

“하루라도 마스크 없이 사람들 앞에 떳떳하게 서고 싶어요.” 심각한 안면 변형 환자가 눈물을 떨궜다.
사회생활을 할 수 없던 환자는 용기 내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녀의 얼굴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어떤 수술이라도 받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최종우 교수의 진료실엔 얼굴 사진 한 장
없는, 사회의 차별적 시선에 시달린 환자들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기존의 치료법이 역부족일 때 환자뿐 아니라
의사 역시 좌절을 겪는다.
 

인생의 방향을 정하다

“아버지의 성형외과 전문의 번호가 11번, 제가 1267번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최종우 교수의 할아버지도 외과 의사였다. 가업처럼 이어진 셈이다.

“공중보건의로 음성 꽃동네에서 지낼 때였습니다. 하반신 마비 환자, 치매 어르신, 장애아들과 3년을 지내면서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돕는 것이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보람이 크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펼칠 수 있는 대학병원으로 진로를 정하게 됐고요.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온 제게 삶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재건성형 분야에 들어선 뒤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된 까닭에 이제껏 본 적 없던 환자들이 그를 찾아왔다. 신경섬유종, 안면 화상이나
외상, 각종 종양 제거술 후 안면 변형 등으로 얼굴 절반 이상이 심하게 일그러진 모습이었다. 보고 듣고 말하고 호흡하는 데 기능적
손실을 가졌을뿐더러 정신 건강과 삶의 질까지 절망적인 상태였다. 각기 다른 모습에 정해진 프로토콜이나 정답은 없었다. 난감했다.
3차원 영상과 3D 프린팅을 통해 개개인의 안면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수술 시뮬레이션으로 미용적인 부분도 고려했다.

“마지막이라 여기고 찾아오는 환자를 만나면 저 역시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기분이 듭니다. 환자 대부분은 발전된 재건성형술로
치료할 수 있고 만족도도 비교적 높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재건하는 데 한계를 느낄 때면 제 스스로의 실망이
쌓여갑니다.”

 

안면 이식, 준비된 대답

 

레지던트 2년 차 시절, 서울아산병원 수술대에 오른 적이 있다. 10년 동안 간암을
앓던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하기 위해서다.

“당시 아버지에게 남은 치료는 이식뿐이었습니다. 최고의 이식팀이 있는 병원을
급히 찾았고 그게 서울아산병원이었습니다.”


성공적인 수술 후 이식 분야와 서울아산병원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3년 뒤,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하던 해에 마침 프랑스에서 첫 안면 이식에 성공했다.
그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안면 이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안면 이식은 변형되고 문제가 된 부분을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꾸는 치료법이다.
다만 지금까지 전 세계 40례에 불과할 만큼 고난도의 의술과 까다로운 기증
조건이 요구된다. 최 교수는 두경부 재건성형과 악안면 수술 두 분야를 전공으로
삼았다. 언젠가 뼈, 근육과 신경, 혈관을 모두 잇는 안면 이식술을 시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어느덧 두개악 안면 수술과 두경부암 미세재건 수술 경험은
각각 1000례를 넘었다.

“수년간 안면 이식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제 장점은 성실함뿐이었어요. 차트로만 본 환자는 기억을 잘 못 해서 수시로 환자를 찾아갔습니다. 직접 환자를 보면 정확한 판단이
섰고요. 지금도 항암주사실에서 환자 상태가 좋지 않다는 연락을 받으면 직접 가봅니다. 항상 부족하다는 고민이 저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 같습니다.”

 

 

목표를 세운 뒤론 미국 연수와 심포지엄 개최, 동물 실험, 사체 연구 등 부지런히 안면 이식을 준비했다. 최근 4년간은 여러 진료과의
의료진과 팀을 이뤄 20회 이상 리허설을 진행했다.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치료법이기에 모든 과정이 신중했다.

“이식 후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고 이식에 따른 위험과 부작용도 있습니다. 그래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극히 제한된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꼭 필요한 조치인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의사의 욕심은 아닌지도 따져 보죠. 해외 학회에 나가면 환자
사진을 보여주며 의견을 묻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같은 대답을 들었죠. ‘안면 이식밖에 방법이 없다는 걸 당신도 알지 않나’라고요.”


지난해부터 이식 대상자와 조건이 맞는 뇌사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테크닉은 거의 완성 단계지만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훈련을 거듭하면서 말이다.
 


“얼마 전 진료실에서 서른 살의 젊은 환자가 대뜸 제게 큰절을 한 적이 있어요. 당황해서 일으켜 세웠더니
재건성형 수술을 받은 후에 아이들을 다시 가르치고 사람들 앞에도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거예요. 그만큼
평범한 일상이 간절했던 거죠. 의사에게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요? 기존의 의술로 해결할 수 없는
환자들에겐 안면 이식이 유일한 희망일 거예요. 서울아산병원의 팀이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서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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