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오늘을 치열하게 사는 이유 2017.10.24

오늘을 치열하게 사는 이유 - 신경과 전상범 교수

 

의사 초년병 시절, 그는 환자가 되었다. 의사 가운을 벗고 병실에 누워 있으니 병원은 다른 세상이 되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마음은 한없이 약해졌고, 수술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병마와 싸우며 환자의 마음을 깨닫게 된 그는,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신경계 중환자에 집중하다

신경과 전상범 교수의 전공은 신경계 중환자 의학이다. 악성 뇌졸중과 같은 심한 신경계 질환이나 내과적ㆍ외과적 질환을 가진
신경계 중환자가 그를 찾는다. 전 교수가 신경계 중환자 치료를 전공할 때는 신경계 중환자 치료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신경계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어 환자가 오면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하기 급급했다. 답답함을 느꼈다.

해외에서 책을 들여와 공부를 시작했다. 2011년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병원(Columbia University)과
텍사스 대학병원(University of Texas at Houston) 신경계 중환자실에서 2년을 보냈다. 그곳에서는 환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지면
중환자 치료 전문가가 환자의 주치의가 되어 치료를 전담했다. 의료진은 각종 모니터링을 통해 혼수의 정도와 깊이를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환자는 후유증 없이 회복해 나갔다.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우리 병원에도 신경과 중환자실이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세분된 시스템이 필요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설계해 나갔다. NAT(Neurological Alert Team, 신경비상팀)의 시작이었다.
전 교수는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연구에도 열정적이다. 저체온 요법, 심폐소생술 후 혼수상태가 지속되는 환자의 치료와
예후 예측, 혈전용해술, 중증뇌졸중이 그의 주요 연구과제이다.

“앞으로는 환자의 각종 생체신호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악화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예측해 미리 치료하는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도전

 

우리 병원에서는 뇌졸중 환자가 후송될 경우 병원에서의 모든 과정이 20분 이내
(우리나라 평균 기록은 55분)에 이루어지도록 만든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전상범 교수팀이 설계하고 정착시킨 시스템이다. 프로젝트는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세계 기록은 20분. 우리는 왜 그 기록을 달성할 수 없는가?’
PI팀의 도움을 받아 뇌졸중(뇌경색) 응급진료팀(SAT, Stroke Alert Team)을 꾸렸다.

전 교수팀은 환자 도착 후 20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것을 목표로
환자 신고에서 접수, 검사, 시술로 이어지는 치료 과정을 하나하나 치밀하게 바꾸어
나갔다. 신경학적 문제는 중환자실뿐 아니라 병원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과정을 정비하는 가운데 진료과 간의 장벽을 허물고 철저하게 협업하는
수밖에 없었다. 프로세스를 점검하며 그는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목표에 다다르지 못하면 임상강사, 전공의, 간호사들과 함께 모든 사례를
검토했고 실패의 요인은 발견 즉시 수정해 나갔다.

 

어려움도 있었다. 응급 환자에 대비해 24시간 비상 대기 해야 했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운영되는 당직 시스템은 늘 불안하기만 했다.
다행히 팀원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되었다.

전 교수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뇌졸중을 비롯해 경련 발작, 심폐소생술 후 의식회복 없음, 갑작스러운 의식변화, 두부외상까지
증상을 확대한 NAT를 조직했다. NAT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팀이다. 그들의 활동이 경영진에게 알려졌다.
NAT는 올해 9월 진료부원장 직속의 새로운 조직으로 신설되었다. 전문간호사도 선발했다. 그는 현재 NAT의 팀장을 맡고 있다.
“20분의 기적은 서울아산병원이었기에 가능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중환자 치료의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환자의 마음

전공의 1년차 때 그는 환자였다. 환자가 되어 보니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위장관 튜브를 삽입하는 일도, 소변줄을 끼우는 일도 의사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환자에겐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더군요.”
의료진의 사소한 몸짓이, 말 한마디가 그날 환자의 기분과 치료에 영향을 주었다. 휴일에도 찾아와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주치의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의사로 돌아온 그는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회진을 돌며 환자를 만난다.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날 그가 느꼈던 환자의 마음을. 그가 오늘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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