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나의 절반, 환자를 위하여 2018.01.29

나의 절반, 환자를 위하여 - 종양내과 이재련 교수

 

수술 불가능한 4기의 암 환자들이 모이는 종양내과.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에게 의사는 짙은 암흑 속
등불과도 같다. 자상하고 여유로운 미소로 환자에게 위안을 주는 종양내과 이재련 교수도 바로 그런 존재다.
하지만 그 차분한 모습 뒤에는 환자와 함께 잔인한 암에 맞서 끈질긴 힘겨루기를 하는 의사로서의
무거운 숙명이 있었다.


암 치료의 계획과 방향을 세우는 선장

항암제를 이용해 암세포를 억제하거나 죽이는 치료를 하는 종양내과. 이재련 교수는 종양내과에서 전립선암, 방광암, 신장암 등
비뇨기암을 전담하고 있다. 비뇨기암 치료로 유명한 미국 위스콘신 대학 Paul P. Carbone Cancer Center에서 1년 반 연수를 마치고
지금의 자리를 지켜온 지 어느덧 10여 년. 이 교수는 비뇨기암 외에도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을 비롯해 위암, 대장암, 췌장암 등
다양한 종류의 암을 치료한 경험이 풍부하다. 종양내과는 암의 진단과 치료, 퇴원 이후까지 암 치료의 전반적인 계획과 방향을
제시하는데 전신 항암치료나 호르몬치료, 그리고 최근 들어 각광받는 면역치료를 통해 환자들을 치료한다.

“면역치료는 방사선 치료나 화학ㆍ표적 항암제 등 직접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존 치료법과 달리 환자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활성화해서 암 치료를 돕는 차세대 치료입니다. 다양한 암종에 적용할 수 있지만, 특히 비뇨기암에 효과적이고 구토, 탈모,
백혈구 감소증 같은 기존 항암치료가 갖고 있던 전통적인 부작용이 없습니다.”


비뇨기암은 서구형 암으로 연구역사가 길다 보니 학문적 체계가 탄탄하다고. 바꿔 말하면 다른 암에 비교해 연구 분량이 방대하기에
연구자로서 고된 과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환자를 도울 수 있는 길이 많아 이 교수는 연구가 즐겁다고 말했다.


암에 대한 분노, 그리고 눈물

 

의사로서 완치라는 기적을 마주할 때 기쁜 것은 당연할 터.
그러나 이재련 교수는 마음 아프게 떠난 환자들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다고 말한다.

“암에 죄명을 붙인다면 존속 상해죄예요. 내 몸에서 만들어진 세포가
도리어 나의 생명을 위협하니까요. 마지막을 앞둔 환자들을 보면
암은 정말 잔인할 정도로 나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이 뭔데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나 분노가 생겨요. 환자에게 더 해줄 방법이
없을 때 너무 괴롭고 힘듭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슴 미어지는 죽음들. 가끔은 ‘망각’이라는 선물이
감사하다며 이 교수는 인터뷰 중 눈시울을 적셨다. 환자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의사로, 한 사람으로 더욱 단단하게 거듭나고 있는
듯 보였다.

이 교수는 처음 방문한 환자들에게 꼭 부탁하는 것이 있다. 다음 진료까지 자신의 병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오시라는 것이다.
암 환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하는 이 교수. 스스로 충분히 병을 알고 준비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환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

서울아산병원 비뇨기암 팀의 장점을 물으니 “이곳 말고는 갈 병원이 없지 않나요.” 고 답변하는 이재련 교수. 종양내과, 비뇨기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다양한 과가 모여 환자 상태에 대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강한 자신을 보였다.

“환자를 살리려고 항암치료를 하는데, 항암치료가 반복되면서 오히려 환자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지는 모순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래서 항암은 최소한으로 하되, 삶의 질과 수명은 최대한 높이는 최적의 치료를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에게 환자는 어떤 존재냐는 질문에 ‘내 인생의 절반’이라고 답하는 이재련 교수. 그만큼 소중한
존재들이기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으로 환자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무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때론 암은 우리의 희망과 기대를 보기 좋게 배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노력하고 있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이재련 교수와 함께 걸어갈 환자 모두의 앞길에
희망이 함께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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