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간호사, 그 참을 수 없는 무거움] ‘간호사 선생님’으로 불러주세요 2023.11.20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특히나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상황들이 있다. 그 중 나를 비롯해 간호사라면 한 번쯤은 다들 경험해 보았을 상황은 '호칭'에 대한 일이 아닐까 싶다. 임상에서 간호사는 언니, 간호원, 어이, 아가씨 등 전문 의료인에게는 적절치 못한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드라마에나 나올 것 같은 그러한 상황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들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버린다. 동료 간호사들이 그런 단어를 듣고 있노라면 조용히 환자, 보호자에게 찾아가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셔야 합니다”라고 앞장서서 말씀을 드리곤 한다.

 

한 번은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환자에게 “저 아저씨 아니예요”라고 대답하자 “아, 미안해요 총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들이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그러한 호칭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럼에도 호칭은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게 해주며, 호칭에 맞는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들에게 '언니, 아가씨'로 불리는 객체와 '간호사 선생님'으로 불리는 객체의 역할 차이는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의료진도 상호 간의 적절한 호칭을 종종 간과할 때가 있다. 아버님, 어머님, 어르신과 같은 호칭 또한 환자, 보호자에게 적절한 호칭이 아니다. 위와 같은 호칭이 그들을 낮춰 부르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들과 우리 사이의 적절한 관계 속에서 지켜야 하는 역할을 허문다는 것은 틀림없다. 간호사와 환자, 보호자는 환자의 치료와 회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서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다. 그 속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적절한 처치와 간호를, 그리고 그들은 그 과정에 협조해야 하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적절한 관계 형성을 위해 우리가 불려야 하는 호칭이 있듯이 그들에게도 고유의 이름이 있고 환자, 보호자라는 위치와 역할에 맞는 호칭이 있는 것이다.

 

면허를 가지고 일을 한다는 사실을 넘어서 누군가의 운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간호사의 전문가적 면모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적 면모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누군가를 응대하는 직업을 가진 전문가라면 주체와 객체를 확실히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가씨, 언니와 아버님, 어머님의 관계가 아닌 의료진과 보살펴야만 하는 환자, 보호자와의 관계로서 말이다.

 

응급간호팀
김윤섭 주임

응급간호팀 김윤섭 주임은 2019년부터 응급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응급처치를 받고 건강하게 회복실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에 진심을 담아 간호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돌보며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간호사를 비롯해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두를 응원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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