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암환자와 동행하는 간호사]이해 2024.01.09

 

종양내과 외래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간호사들이 함께 일한다. 임상에서 기본 간호를 익힌 2~3년 이상의 경력자들이 대부분이며, 병동에서 암 환자를 담당했던 간호사뿐만 아니라 심장, 소화기, 호흡기 질환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일했던 간호사들도 종양내과 외래간호팀에서 함께 일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경력과 연륜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종양내과 외래 업무를 처음 맡게 된 간호사들은 "배워야 할 업무, 행정 지식, 다양한 암질환별 검사와 항암치료, 처방 관리, 간호 업무를 동시에 익혀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가 유지되도록 돕는 우리 간호사의 업무 강도 역시 세계 최고 수준급인 것 같다"라고 말한다. 업무가 복잡하고 힘들다는 평가 뒤에 따라오는 말 역시 똑같다. "도움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조용하고 빠르게 해결해 주셔서 감동받았다.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라는 평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종양내과 간호사들이 간호의 의미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이해'를 바탕으로 '협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암병원 외래간호팀에서는 ‘암 환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간호사의 행복 찾기’를 위해 ‘Work way, TRUST’라는 5가지 핵심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그 세 번째 가치인 ‘understand’는 ‘도움이 필요할 때 주저 없이 요청하고, 도움을 줄 때 성심성의껏 돕는다’는 의미다. 자신의 업무를 잘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이것까지는 해주겠지~'가 아닌 '내가 먼저~, 우리가 함께~' 라는 마음가짐으로 협업하는 것이 암병원 외래간호팀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understand’는 ‘under(중간, 사이에)’와 ‘stand(서다)’가 결합된 단어다. ‘under’는 산스크리트어 ‘antar(안타르)’에서 유래됐는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간에 서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간호사는 의사와 환자, 환자와 보호자, 병원과 환자(보호자), 병원 내 여러 부서와 간호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한다. 때로는 비난을 받거나 그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하고, 그럴 때면 못내 억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양측의 상황과 의도를 이해하고 문제를 잘 해결했을 때는 큰 보람을 느낀다.

 

바쁜 업무 중에는 우리가 선택한 간호 행위가 동료와 병원, 환자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깊이 생각하기 어렵다. 때로는 ‘나의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순간의 판단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간호사의 중재가 필요했던 상황의 ‘사람과 사람 사이,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 경험한 생각, 감정, 행동과 그 결과를 복기한다. 동료나 선배 간호사들과 함께 다른 관점으로 상황을 재해석해 봄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됐을 때 이에 대처할 지혜와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위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일수록 자신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래야 동료와 문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유연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의료 환경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이해하며 적응해야 한다.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 것에 대해 더 알아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울 수 있지만 처음부터 만족할 수는 없다. 현재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오늘의 과업을 함께 해결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암병원 외래간호팀의 행복한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종양내과 외래
강은희 차장

2011년부터 유방암, 림프종, 다발골수종 환자의 항암 교육과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종양전문간호사입니다.
암교육정보센터에서 암 피로관리 강좌를 맡고 있으며 환자와 의료진의 의사소통과 건강한 치료적 관계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신뢰를 쌓아가는 외래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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