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나 잘 데려가기] 내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 내 인생 각본은? 2024.01.24

 

 

내 인생도 ‘각본’에 따라 흘러간다?

요즘 셀 수 없이 많은 드라마들이 여러 채널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시청자인 우리는 골라보는 재미가 있지요. 드라마 속 인물들은 각본에 따라 연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말이 있듯 우리도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각자의 각본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의 인생 각본은 쓰이기 시작하죠. 교류분석에서는 각본을 ‘어린 시절에 작성돼 부모에 의해 강화되고, 이어지는 사건들에 의해 정당화되어 결국 삶의 한 방도로 선택된 인생 계획’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각본은 단순한 세상관이 아니라 일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합니다. 또한 계획된 결말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우리가 각본에 따라 행동하고 있어도 이를 의식하지 못합니다. 더구나 우리의 삶은 이 각본을 ‘정당화’ 하기 위해 현실을 재정의하게 됩니다.

 

상황을 가정해 보죠.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주 작고 무력합니다. 생존을 위해 울음으로 의사를 표현합니다. 부모가 이에 반응하지 않거나 일관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이는 ‘사람은 믿을 수 없다’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 부모가 자주 다투는 모습을 보며 ‘나에게 잘못이 있다’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사실 이 판단은 ‘지금-여기’의 상황보다는 어린 시절에 경험한 분노, 비참, 공포 등의 정서에 주로 근거하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이 옳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 결정된 이 인생 각본이 무의식에 자리 잡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각본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각본이 작동하는 때는 바로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됐거나 현재의 상황이 아동기에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과 비슷할 때입니다. 통제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어릴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 그때 결정한 각본에 따라 행동하게 되죠. 가령 ‘사람은 믿을 수 없어’라는 인생 각본을 가진 사람은 이성을 만나더라도 이상하게 자꾸 맘에 들지 않는 이성을 만나게 되거나 ‘차라리 나를 차라’라는 심리 상태를 유지해 오다 결국 버림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각본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인생 각본이 유아기 시절 가장 중요한 욕구인 ‘생존의 욕구’와 더불어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유아기 때 내린 결정들이 생존과 욕구 충족에 있어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겨왔고 그것을 무의식 중에 고수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우리에게는 이러한 결정을 따르지 않을 때 불편과 불안, 때로는 위협까지 느낍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초기의 결정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문제를 유아기의 전략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유아기에 얻었던 결과와 동일한 결과를 낳기 마련인 것이죠. 이런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을 때 ‘맞아! 내가 결정했던 그대로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의 각본 신념을 ‘확인’할 때마다 각본은 더 강화됩니다.

 

예컨대 어릴 때 ‘나는 참 복이 없어. 열심히 하지만 끝엔 항상 흐지부지 되지. 나는 실컷 고생만 하다 결국 불쌍하게 죽어갈 거야’라는 각본이 무의식에 자리 잡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지만 운이 안 따라주는 상황들이 생기고, 결국 하고자 하는 일을 완수하게 되지 못하는 등 각본에 충실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또한 실패를 거듭하는 자신을 볼 때마다 내 삶의 마지막이 불쌍한 죽음이 될 것이라는 확증을 보태고, 누군가는 언젠가 자신을 인정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신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내 인생 각본 알아차리기

몇 가지 예시를 말씀드렸지만, 인생 각본은 사람의 지문만큼 내용이 다양합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전력을 다해 성취하는 ‘승리자의 각본’도 있을 것이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패배자의 각본’도 있을 것입니다. 승리자도 패배자도 아닌 각본도 존재할 것이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 각본의 내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설정되었을 때 빨리 알아채고 각본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 자신의 각본을 알아차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번 따라 해 보세요.

 

최근 스트레스를 받은 일, 불쾌했던 일, 실패로 끝난 일을 떠올려 보세요. 특히 그때 느낀 감정에 주목해 보세요. 혹시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낀 상황이 있었는지 회상해 보세요. 5년 전에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10년 전에는요? 가능한 한 어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이와 비슷한 장면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있다면 몇 살쯤, 누구와 함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 봅니다. 만일 요즘 그런 일이 있었다면 과거의 어떤 ‘얼굴’이 떠오르나요?

 

내가 과거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각본에 따라 만들어진 과거의 결정으로 나 자신을 데려가려 하는 ‘고무줄’을 끊을 수 있습니다. 과거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지금, 여기’에서 경험하는 상황이 과거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과거의 어린이가 아니라 성장한 어른으로서 자원과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다행한 사실은 우리가 어릴 적 설정해 놓은 인생 각본은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 내렸던 잘못된 결정을 ‘재결정’함으로써 말입니다. 부모의 미숙한 판단과 행동, 지시, 고정관념 때문에 내 인생 각본이 잘못되었다며 원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도 그들의 부모로부터 그런 신념을 물려받은 것일 테니까요. ‘지금-여기’에 맞게 판단하고 생각할 힘을 가진 사람은 ‘나 스스로의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상처받고 움츠러든 ‘내 안의 어린 나’를 바라보세요. 마주하고 따뜻하게 안으며 위로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세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되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스스로 선언한 목표를 달성하는 ‘승리자의 각본’을 써 나가세요.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I’m OK, You’re OK”라는 인생 태도로 살아갈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나 잘 데려가기’ 칼럼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술간호팀
편희연 대리

수술간호팀 편희연 대리는 2007년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해 현재 동관 마취회복실에서 수술 중 마취 및 수술 후 회복 간호를 하고 있습니다. 환자, 직장 동료들과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선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고 교류분석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교류분석상담 전문가 과정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힘든 분들, 더 편안한 ‘나’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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