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다시 뛰는 심장이 건강하도록 : 심부전·심장이식·LVAD 전담간호사의 하루 2024.02.08

심장병원 운영지원 유닛 신나라 차장 이미지

▲ 심장병원 운영지원 유닛 신나라 차장

 

 

"심부전 환자가 있다면 어디든 갑니다. 한 달 동안 매일 만나는 환자도 있어요"

 - 심부전·심장이식·LVAD 전담간호사의 하루

 

오늘의 목적지는 몇 군데일까. 신나라 차장은 동선을 확인한다. 좌심실 보조 장치(LVAD)가 필요하거나 심장이식을 받은 심부전 환자가 있다면 병동과 중환자실, 수술장과 외래를 넘나들어야 한다.

 

오전에 LVAD 수술을 받은 환자가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곁에 다가가 환자 몸을 휘감은 라인들을 익숙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펌프가 만들어내는 인공 심박동 소리를 들어본다. 심박출량은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의 수치를 확인한다. 오늘부터 4주간 수술 부위 확인부터 기기 관리, 일상생활 점검과 보호자 교육까지 이 환자만을 위한 빼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LVAD를 달고 있던 환자가 오랜 기다림 끝에 심장이식을 받았다. 환자와 함께 수술장에 들어가 제 역할을 다 한 LVAD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것까지 신 차장의 몫이다.

 

  ▲ (좌)신나라 차장이 심장내과중환자실에서 환자의 LVAD 수술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 (우)신나라 차장이 환자에게 LVAD기기를 설명하고 있다.

  

"환자가 책임감을 갖고 긴 여정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 수술 전 교육의 중요성 

 

“이 가방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좀 무겁죠? 심장에서 이어진 선이 왼쪽 복부로 나와 이 기계와 연결돼 있어요.”

수술에 동의는 했지만 막상 기기를 보면 생각보다 크고 무거워 놀라는 환자가 많다. 심장 펌프 기능이 떨어져 온몸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중증 심부전은 심장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기약 없이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되기 일쑤다. 이식 전까지 일상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LVAD를 좌심실에 삽입해 심장기능을 대신한다. LVAD는 감염관리를 위한 소독부터 배터리 교체, 약물복용까지 철저한 자가 관리가 필요하다. 위기 상황에 대비해 보호자도 기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신 차장은 수술 전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야 책임감 있게 낯선 기기와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3kg의 기기가 일상에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 

- 환자를 위한 끝없는 고민

 

심장혈관중환자실과 심장내과중환자실에서 10년을 근무하다가 2017년 ‘심부전·심장이식·LVAD 전담간호사’를 처음 뽑는다는 공고에 손을 들었다. 전담간호사는 LVAD 수술 승인을 위한 심사 준비부터 수술 전 가족 상담, 수술 중 지표 확인과 수술 후 교육, 그리고 심장이식 후 관리를 담당한다. 심장을 자세히 공부하고 환자의 회복 과정을 긴 호흡으로 지켜보고 싶던 신 차장에겐 최적의 역할이지만, 환자를 오래 만나고 생활에 깊게 관여할수록 또 다른 도전이 눈앞에 놓인다.

 

“선생님, 저 3개월 만에 제대로 샤워해요. 이렇게 개운한 느낌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숨이 차 병상에 누워만 지내던 중증 심부전 환자가 LVAD 수술 후 샤워 교육을 받고는 흐느껴 울었다. 샤워하기 전, 기기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몸에 꼼꼼히 테이핑을 하고 방수 가방을 챙겨야하는 준비과정이 번거로워 LVAD 환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이다. 환자들을 만날수록 이들이 정말 원하는 삶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일상적이고 소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편하게 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환자들의 일상의 무게를 조금 더 줄여줄 방법을 매일 고민하고 있다.

 

  ▲ (좌)신나라 차장(왼쪽)이 LVAD 수술 재료를 건네고 있다. (우)심장내과 김민석 교수(왼쪽 첫 번째)와 함께 LVAD 환자의 검사 지표를 확인하고 있다.

 

"오래 만나는 사이가 됐지만 늘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심장이식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 

 

심장이식을 받은 후에도 꾸준히 병원에 다녀야 하는 환자들에게 신 차장은 평생을 만나야 하는 동반자다. 환자의 얘기를 자세히 듣다 보면 신기하게도 한 명 한 명의 환자가 미묘하게 달라 기록을 보지 않아도 특징을 기억하게 된다. 당이 약간 높으니 믹스커피는 너무 많이 드시지 말라며 식성을 콕 집은 신 차장의 한마디에 환자는 “다음엔 잘 관리해서 선생님한테 100점 받을 거예요”라고 답한다. 생사의 길목에서 오랫동안 지켜 봐준 이에게 쌓인 신뢰와 애정이 녹아있다.

 

심장이식 환자들의 외래는 유쾌하고 희망찬 에너지가 감돈다. “등산은 언제부터 할 수 있을까요?” “반려동물을 키워도 되나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생명의 끝에 서있던 환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질문도 다채롭다. 어디서 이런 열정이 샘솟을까 싶은 순간도 많다. 건강해진 환자가 반가우면서도 환자의 투병 과정과 기증자를 생각하면 숙연한 마음이 든다. “아마도 기증하신 분의 심장에서 나오는 에너지까지 두 사람의 몫이 들어있지 않나 싶어요. 한 분 한 분에게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죠. 다시 뛰는 심장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켜드리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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