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딱 맞는 목소리를 찾아주는 특별한 일, 안대성 발성치료사 2024.02.23

안대성 서울아산병원 특수검사팀 발성치료사

 

▲ 안대성 발성치료사의 치료실에는 원내 다른 치료실과 달리 발성치료를 위한 피아노가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점과 점을 이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하는 일이 인생의 어느 순간과 이어져 결실을 보리라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한 이 연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

 

그의 연설처럼 그동안 점과 점처럼 방황하는 것 같았던 나의 지난 시간들도 순간순간이 이어져 하나의 결실이 되어 지금의 나를 발성치료사로 만들어 주었다.

 

발성통을 겪던 성악가, 발성치료사가 되다

성악가의 꿈을 가지고 노래를 배우던 어린 시절, 나는 유난히 목이 약한 편이라 조금만 말을 해도 목이 피곤하거나 통증이 생기는 발성통으로 고생했다. 여러 해를 고생한 후에야 한양대학교 성악과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성악가의 길은 혹독하기만 했다. 성악과 교수님들도 문제 있는 발성에 대해 답을 주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는 발성법에 대한 정보도 적고 유튜브도 없던 시기여서 무작정 발성법 관련 책들을 사서 읽고 유명 세미나를 찾아 다녔다. 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기에 더욱 간절했다. ‘올바른 발성, 좋은 발성’에 대해 나름의체계를 잡아갈 무렵, 성악가보다는 보컬코치로서의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 체계적인 이론을 고민하고 알아보면서 언어병리학 파트에 음성치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 분야의 전공 공부를 이어갔다. 기획사에서 보컬 코치, 합창단 지휘자, 뮤지컬 제작자 등으로 활동하며 발성의 다양한 케이스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들이 서울아산병원 발성치료사로서의 기틀을 마련해주었다.

 

잘못된 발성 습관을 고치고 훈련해야

보통 목이 아프거나 목소리가 안 나와서 병원에 가면 ‘목소리를 쓰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렇지만 많은 환자들이 목을 쓰지 않는 동안 잠깐 좋아졌다가 다시 목소리를 내면 증상도 다시 나타나는 것을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목소리에 문제가 있을 경우 성대결절이나 폴립 같은 질환을 떠올리지만 성대마비나 수술 시 삽관으로 인한 육아종, 연축성 발성장애 등 생각보다 다양한 음성질환이 있다. 그러므로 문제점이 있다면 ‘일시적으로 쉬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잘못된 발성 습관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음성 질환의 문제가 아닌 경우에도 치료가 필요하다. 검사 상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목소리를 낼 때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다. 전문적인 음성 사용자인 배우나 가수, 성악가나 아나운서 등이 그런 경우가 많다. 가수는 음질과 음역의 문제, 아나운서는 전달력과 특정한 발음에서의 불편함, 스포츠 캐스터나 뮤지컬 배우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톤의 목소리를 사용해야하는 등 고민이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소화하는 성우의 경우는 본래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려 심적으로 혼란스러워하기도 하는데, 치료를 통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큰 수술을 하게 된 가수는 음색이 달라질 수 있어서 안정된 발성패턴을 만들어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마치 스포츠 선수들의 재활운동처럼 체계적이고 바른 테크닉을 체화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좋지 못한 습관이나 심리적인 요인을 확인하고, 직업적으로 필요한 테크닉을 키우거나 수술 후 성대를 비롯한 관련 근육들의 재활도 모두 치료 과정에 포함된다. 함께 어려운 과정을 겪었던 가수나 배우들의 공연에 초대를 받아 무대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면 치료사로서 가장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

 

 ▲ 음성치료를 하고 있는 안대성 발성치료사. (왼쪽) / ▲ 안대성 발성치료사는 지난해 8월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발성치료를 대중적으로 알렸다. (오른쪽)

 

9년차 발성치료사로서의 책임감

목소리를 치료한다는 것을 아직도 많은 분들이 생소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고 나서야 ‘발성치료사’라는 직업군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는 분들이 많았다. 언어치료와 음성치료 분야를 알리는데 기여했다는 주위분들의 격려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도 나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 출연한 것이 아니라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신뢰 때문에 선택된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겸손해야겠다는 마음과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2015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에서 근무하며 지금은 9년차 치료사가 되었다.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학계에도 음성치료에 대한 자료가 많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해왔던 경험과 치료기법, 특이한 케이스에 대한 자료들을 정리하며 후배 음성 치료사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음성치료프로세스를 계속 정리하고 있고 다른 병원 치료사들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내가 남기고 있는 작은 점들이 나중에 또 의미 있는 결실이 되기를 바라며 한결 같이 노력해 나가는 발성 전문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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