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환자 이야기 [신장이식후기]언제나 당당하고 씩씩하게 2024.03.12

내가 이겨낼 걸 알고 내게 온 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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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아버지께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내가 작년부터 병원 신세라니, 아빠도 나만큼 당혹스러우셨죠? 작년 12월 23일 저녁밥을 먹다가 갑자기 큰 병원 응급실로 가야 했죠. 중환자실로 옮기고서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소변줄 때문에 꽤 아팠을 뿐,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랑 같이 있는 게 재미있었지요.(제가 워낙 낙천적이잖아요!)

 

금방 퇴원할 줄 알았는데, 크리스마스와 새해도 병원에서 보낼 줄 누가 알았을까요.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서울아산병원 앱을 통해 각 수치가 의미하는 것을 알게 된 후, 피검사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시작되었고, 진작 병원에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 일었어요. 왜 하필 내가 아플까, 모든 게 원망스럽기도 했지요. 그때 한 달 내내 곁에 있어 준 엄마와 매일 찾아온 아빠, 주위 사람들의 응원이 없었더라면 버티지 못했을 거 같아요.

 

투석하게 될까 봐 마음 졸였는데 다행히 그러지 않아도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퇴원했어요. 하지만 빈혈 수치가 좋지 않아 언제 다시 입원할지 모른 채 학교에 다녀야 했지요. 결국 코로나에 걸리면서 투석을 해야 했어요. 아빠는 망설임 없이 바로 이식수술을 하자고 했어요. 절대로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아무렇지 않은 듯 말씀하셨죠. 나는 수술 후 아빠의 몸이 걱정되었어요. 하지만 아빠는 되려 나를 안심시켜 주었죠. 아빠가 수술을 위해 담배와 술을 끊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해 보였어요.

 

2022년 6월 20일 로봇 이식수술을 하고 신장 수치가 좋아진 지금 다시 지난날을 돌아보면 작년 늦은 저녁 곧장 응급실로 들어간 것,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잘 받은 것,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난 것, 가족들이 잘 도와준 것 등 모든 게 감사해요. 로봇 이식수술 후 통증도 적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확실히 몸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가장 좋은 건 역시 일주일에 세 번 투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수혜자보다 공여자의 통증이 더 크다는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듯 아빠는 나보다 오랜 시간 더 움직이기 힘들어하셨죠. 내가 아빠의 건강을 뺏은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었어요. 지금은 아빠도 잘 회복하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무엇보다 우리 모두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평범한 일상생활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며 사니 전보다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신장병도 내가 이겨낼 것을 알고 나에게 온 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래 친구들이 겪지 못한 이 엄청난 경험을 통해 더 큰 일도 잘 해결할 힘을 지니게 되었다고도 생각해요.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아빠,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고맙다는 단순한 말에 곱하기 천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아빠가 선물해 준 새로운 삶 열심히 살게요. 사랑해요!

언제나 당당하고 씩씩한 우리 딸을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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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딸 OO에게

너는 태어나면서부터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집에서는 보물이었고, 학교에서는 보석이었지. 부모로서, 학부모로서 늘 자부심 가질 수 있게끔 성장해 준 우리 딸, 몸도 마음도 건강했던 내 딸! 우리 집 행복과 웃음 제조기인 둘째 외동딸!

 

팔씨름은 여학생 중에 일등이고 학교 대표로 배드민턴 대회도 출전하고 호기심 많고 파이팅넘치는 우리 OO, 지난 사진들을 보니 테니스, 골프, 승마, 볼링, 야구 등 아빠와 정말 많은 시간을 가졌더구나. 사진첩 어디를 봐도 우리 OO가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고 씩씩한 포즈로 미소 가득한 채 아빠를 바라보네.

그래서 더 우리 OO에게 아프다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어. 작년 12월 초부터 가끔 구토와 어지러운 증세가 있었어. 수면 중에 쥐가 나기도 했지. 아빠는 그게 쉴 틈 없이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 듯 돌아서라고, 해답 없는 대학 입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어. “아빠, 숨이 잘 안 쉬어져”라는 말을 듣고서야 다급히 병원 갈 생각을 했으니, 못난 아빠 때문에 더 많이 아프게 된 거 같아 미안하고 마음도 무거웠어. 더없이 설레고 행복해야 하는 2021년 성탄절을 이틀 앞둔 12월 23일에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들어가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 병실에 이르기까지 한 달 넘도록 병원에 있어야 했지. 성실함과 유쾌함, 바른 인성으로 어디서나 밝게 빛나던 OO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아빠는 이런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고 인정하지도 않았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괘씸하게 여겨졌으나 아빠가 할 수 있는 건 억울하다며 우는 게 전부였지. 그때 하루 40알이 넘는 약을 먹고 물도 제대로 마실 수 없는 식이요법을 견디며 피멍으로 얼룩진 주삿바늘 자국을 지닌 우리 OO가 오히려 아빠를 위로하며 다독여 주었지.

 

하루라도 빨리 이식수술을 하려 생각했지만, 수개월 후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는 주위 말들에 선뜻 결정하기 힘들었어. 코로나 확진 후 급격히 안 좋아진 수치들을 바라보며 더는 망설일 수 없었어. 아빠에게 신장이 두 개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행복과 기쁨을 주었고 큰 효도를 해주었던 OO에게 보답해 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어.

 

사랑하는 우리 OO야.

아프게 낳은 거 같아 미안하고, 치료와 투석, 이식수술을 지치지 않고 묵묵히 견뎌줘서 대견하고 고마워. 그리고 이후의 삶이 더 풍성할 거 같다는 기특한 말을 해줘서, 사소한 일이라도 아빠부터 먼저 챙겨줘서 정말 감사해.

OO만 괜찮다면 아빠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다시 OO 아빠로 살고 싶어. 지금까지 아빠는 건강에 자만해서 몸을 아끼지 않고 함부로 대했지만, OO 덕분에 건강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소중히 관리하기로 마음먹었어. 건강한 모습으로 오랜 시간 함께하자.

 

이 자리를 빌려 응급실에 들어간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애써주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분들께 감사한 말씀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아빠 딸로 태어난 준 우리 OO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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