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발레리나 환자의 환한 미소 2024.07.10

발레리나 환자의 환한 미소

- 외래간호팀 이성아 간호사 -

 

 

 

유방암 진단을 받고 유방전절제와 재건수술을 받은 이정아(가명, 37세) 님은 수술 후 경과 관찰을 위해 성형외과 외래를 찾았다. 항암으로 인해 짧아진 머리, 푹 눌러 쓴 모자, 그럼에도 소녀같이 예쁜 얼굴을 한 그녀를 접수대에서 처음 만났다. 환자 확인을 위한 내 질문에 수줍게 대답하는 첫인상이 기억에 남았다. 그 이후에도 이정아 님을 외래에서 자주 만났다. 서로를 기억한다는 눈빛으로 간단한 인사를 했지만 특별한 이야기는 나눈 적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짧았던 이정아 님의 머리카락도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이제 제법 길어진 머리카락이 모자 밑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몇 개월이 지난 뒤에는 모자를 벗고 긴 머리를 하고 나타난 이정아 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너무나 기쁜 마음에 “어머! 이정아 님, 이제 머리가 많이 길었네요. 너무 예뻐요! 힘든 과정이 다 끝났네요. 이제 2년 뒤 외래에서 만나면 되겠어요. 축하드려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정아 님의 눈시울이 불거지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며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나 역시 눈물이 났다. 마음을 추스른 이정아 님은 “선생님, 사실 저는 발레를 전공했어요. 아이들에게 발레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항암치료를 하면서 머리가 다 빠지는 바람에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건강을 회복하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선생님이 축하 말씀을 해주니까 큰 위안이 되네요. 항상 저를 기억하며 반겨주셔서 좋았고 2년 뒤에도 꼭 뵈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음 깊숙이 전해지는 진심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웃으면서 답했다. “2년 뒤에도 제가 이 자리에 그대로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이들 무용 잘 가르치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몇 주 뒤, 내게 칭찬카드가 도착했다. ‘환자를 기억해주고 밝은 미소로 맞아주어서 그동안 많은 위로가 됐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진료를 받고 갈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수술장 간호사로 일했던 나는 환자와 직접적인 소통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성형외과 외래로 왔다. 하지만 매일 수십, 수백 명의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야 하는 바쁜 상황 속에서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 소통을 위한 마음의 여유도 점점 사라져 갔다. 그런 내게 이정아 님은 외래 간호사의 역할이 ‘환자의 수술 이후의 삶을 함께 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다. 완치까지의 힘든 과정을 함께 하면서 내 말과 태도가 얼마나 많은 힘과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치 있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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