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팀 윤상필 유닛 매니저
“빠른 초기 대응을 해주신 덕분에 남편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으로 고객칭찬 사연이 도착했다. 갑자기 쓰러진 남편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은인의 선행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칭찬의 주인공은 진단검사의학팀 윤상필 유닛 매니저. 그날의 긴박했던 사연을 들어보았다. <편집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면
6월 28일 휴가를 내고 경기도 광주의 한 테니스 코트를 찾았을 때다. 갑자기 옆 코트에서 비명과 함께 도와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달려가 보니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있는 사람이 보였다. 처음엔 맥박이 잡혔지만 조금 있으니 혀가 말리고 호흡이 없었다. 몰려든 사람들에게 119 신고를 부탁하면서 코트에 제세동기가 없으니 가져와 줄 것을 요청해달라고 덧붙였다. 바로 흉부 압박을 시작했고 또 다른 사람에게 인공 호흡을 주문했다. 5분이 지나 환자는 잠시 의식이 돌아와 물까지 마셨지만 이내 쓰러졌다. 2차 심정지였다. 10분가량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으니 구급대가 도착했다. 제세동기를 부착하고 이어진 조치에 환자는 의식과 호흡을 되찾았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회복 소식을 듣고 기분은 어땠는지
심폐소생술을 계속하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힘들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딱딱한 바닥에 반바지 차림으로 있다 보니 무릎이 까지고 피가 줄줄 흐르는 것도 몰랐다. 환자를 실은 응급차를 뒤따라갔다가 병원 의료진이 먼저 내 무릎을 보고 알려주었다. 드레싱을 해주면서 환자 옆에 아무도 없었다면 생명이 위험했을 거라며 좋은 일 하셨다는 이야기에 기쁘고 뿌듯했다. 나중에 환자 가족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심실세동으로 무사히 제세동기를 삽입했다는 소식과 함께 환자 가족에 생명의 은인이라는 감사 인사를 들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에선 전 직원이 심폐소생술을 반복적으로 교육받고 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평소 받은 심폐소생술 교육이 도움이 됐는지
의무병 출신으로 심폐소생술 조교 경험이 있다. 자신은 있었지만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일이다.(웃음) 원내 BLS(기본 심폐소생술) 교육을 통해 반복적으로 익힌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마침 교육을 받은 지 한두 달 밖에 지나지 않은 때라 그 내용이 생생했다. 환자의 특징적인 호흡이 교육 영상에서 본 것과 똑같아서 내심 신기했다. 심정지가 왔다는 걸 직감한 순간, 반복된 교육의 효과인지 몸이 먼저 움직였다.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러한 상황을 한번 경험해 보면 언제든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과 원내 BLS 교육이 소중하다는 걸 실감하게 될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혹시 나중에 법적 책임을 묻게 되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거나 두려운 마음도 들겠지만 내 가족이나 지인이라고 생각하면 주저할 수 없을 것이다. 생명을 구할 무기가 될 수 있으니 모든 직원이 열심히 교육에 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