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아이들에게서 치료 단서를 찾아나가다' 소아알레르기폐기능검사실 2024.09.11

소아 맞춤형 검사실이 단독으로 있는 국내 유일한 병원

소아알레르기폐기능검사실 황금희·김민지 대리 -

 

▲ 서울아산병원 소아알레르기폐기능검사실 황금희·김민지 대리

 

 

"아이들에겐 재미있게 검사하고 의료진에겐 정확한 검사 결과를 전달합니다."

 

소아 맞춤형 검사실
“자, 화면의 촛불을 꺼보는 거야~ 조금만 더! 더!” 김민지 대리의 진행에 따라 검사 화면의 촛불을 끈 환아는 게임 미션을 완수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또 한 편에선 황금희 대리가 환아의 등을 바늘로 살짝 찌르며 알레르기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등에 그림을 그려줄까?” “네, 별 그려 주세요!” 소아알레르기폐기능검사실에선 기관지유발 검사, 피부반응 검사, 음식물위장간유발 검사, 호흡기산화질소 검사 등 14개의 검사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시한다. 보통 하루에 20~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60~70건의 검사를 소화하고 있다. 


천식, 아토피, 비염, 두드러기 등을 앓는 환아의 검사뿐 아니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특정 성분이나 약물 등을 추적해 증상을 조절해 나가는 치료의 단서를 제공한다. 

 

▲ 김민지 대리가 환아에게 검사 약물을 잘 흡입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소아 단독으로 이렇게 많은 검사를 진행하는 검사실은 국내에 유일합니다."


검사실과 함께한 성장
황금희 대리는 2008년 소아천식아토피센터 개소를 앞두고 입사했다. 홍수종 교수와 소아알레르기폐기능검사실을 함께 세팅하고 국내에 시도되지 않은 검사들을 도입하면서 해외 논문을 공부하고 매달 센터 저널 리뷰에서 발표했다. 다른 병원에서 찾아와 배워가기도 했다. 2014년 김민지 대리가 입사해 함께 시스템과 노하우를 구축하면서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검사 진행이 가능해졌다. 우수한 검사 결과로 진료와 진단에 도움이 됐다는 진료과의 이야기를 들으며 큰 힘을 얻곤 했다. 


만성질환 환아와는 주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하면서 제법 가까워진다. 얼마 전에는 어릴 때 자주 만났던 20대 환자가 찾아와 결혼 소식을 알렸다. “어머,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 빠르게 흐르는 시간도 잊은 채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에너지를 받으며 작은 검사실을 오래 지켜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유진호 소아호흡기·알레르기센터장(왼쪽 첫 번째)과 알레르기 호흡기학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있다.

 

 

"검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많습니다. 사소한 시도들도 요긴하게 쓰이죠."

검사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식사 후 축구를 하다가 쓰러진 환자가 동네 병원을 거쳐 이곳으로 오게 됐다. 식사의 주재료였던 밀가루 유발 검사에선 괜찮은 것을 확인했다. 밀가루는 섭취 후 운동했을 때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잘 일으키는 음식물인 점에 주목하고 밀가루를 섭취한 환자에게 의료진과 30분간 운동하도록 했다. 곧 두드러기가 올라오면서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활력징후가 떨어졌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운동하면 안 되는 것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환자 연령대에 맞춰 설명하고, 0세 환아까지 음식물 경구유발 검사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삶은 계란을 작게 썰어도 탱탱한 흰자를 씹지 못하고 내뱉곤 했다. 고민 끝에 절구로 으깨어 떠먹여 보았다. 검사는 바로 성공했다.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시도가 이곳에선 검사 성공률을 99%로 올리는 요인이 된다. 영양팀과 이유식으로 만들 방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계란이나 우유 등의 알레르기가 심한 환아의 경우, 고온으로 가열해 알레르기 항원인 단백질을 깨뜨린 후에 세심하게 섭취 가능한 양을 확인한다. 이를 진료과에 알리면 분량을 조금씩 늘려가며 면역력을 키워나가는 치료를 펼친다. 이러한 면역 치료는 몇 해 전 신의료기술로 통과돼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 황금희·김민지 대리(왼쪽부터)가 폐기능 검사 결과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환아의 노력과 의지를 끌어낼 노하우가 필요해요."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것 

                    
바늘로 여러 번 찌르는 알레르기 검사를 부모에게 미리 설명을 들은 환아들은 두려움과 거부감을 보인다. 검사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울면서 들어온 환아가 검사를 잘 마치면 대개 웃으며 자기성취감을 드러낸다. 황 대리는 엉덩이를 토닥이며 “너무 잘했어요”라는 말로 검사실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긴다. 아이들을 대하는 노하우가 유치원 선생님 못지않다. 언젠가 호기산화질소 검사 장비 회사에서 “이곳 검사실을 보고 만 4세부터 가능한 검사라고 다른 병원에 안내했는데, 다들 그 연령은 검사가 안 된대요”라며 웃지 못할 푸념을 한 적도 있다.   

 
한 환자가 검사 시간에 늦게 도착했다. 김 대리는 먼저 진행한 환아가 있어 대기가 필요한 점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환자 보호자는 거칠게 항의했다. 힘든 하루를 보낸 다음날,  같은 상황을 두고 칭찬 글이 올라왔다. ‘아이들이 많은 복도에서 불편한 분위기를 만든 보호자를 달래던 김민지 선생님이 걱정되어 편지를 남깁니다.’ 환자의 협조에 따라 검사실의 공기는 매일 달라진다. 분명한 건, 환자들이 주는 위로와 기쁨으로 따뜻한 날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 황금희 대리가 피부단자 검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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