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조윤경 교수
당뇨병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고 다양한 합병증을 관리하는 종합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조윤경 교수는 장기적인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로서 환자들의 일상과 신체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며 긴 여정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 조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치료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기 관리와 동기부여가 중요한 당뇨병
조윤경 교수는 가능한 많은 사람을 돕고자 하는 열망에 따라 의대 졸업 후 내과를 선택했다.
주 치료 분야인 당뇨병과 비만은 20대부터 9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에 분포되어 다양한 예후를 보인다. 90대임에도 수십 년째 같은 약으로 잘 관리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20대에 급성 합병증을 앓는 환자도 있다. 초기 치료 및 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뇨병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나 통증이 없어서 환자들이 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묻곤 해요.
그러나 이때 잘 관리하지 않으면 10년, 20년 후에 각종 합병증이 발생해 투석이 필요한 신장 질환이나 망막병증으로 인한 실명 등 심각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요. 환자가 느끼는 당장의 불편함과 먼 미래의 예후가 많이 달라 의사로서 안타깝고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진단을 받았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지만 당장 불편한 점이 없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질병이에요.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당뇨병의 예후를 최대한 설명하고 꾸준한 관리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게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지난해 만난 한 환자는 20대임에도 심한 고혈당으로 투석과 중환자실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망 가능성까지 있었던 만큼 당시 조 교수의 마음도 매우 무거웠다고 한다. “중환자실에 갈 때만 해도 고혈당 위기와 산증, 신장 기능 부전으로 정말 위태로웠어요. 하지만 위기를 넘긴 이후 1년에 걸친 치료 끝에 환자는 인슐린 주사를 서서히 줄여 나갔고, 얼마 전에는 경구약도 중단할 수 있을 만큼 좋아졌습니다. 워낙 젊고 기저질환이 없어 가능했던 일이지만 결정적인 건 환자가 인생을 완전히 바꿀 결심을 했다는 거예요. 식단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꾸준히 운동하며 체중을 많이 감량했거든요. 치료한 보람이 있었고, 환자의 경과를 보고 나니 다른 환자들에게도 확실한 동기부여를 드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환자들의 사소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투약 후 불편했던 점이나 생활 습관, 식사 패턴 등 환자의 일상에서 최적의 대응을 세심히 찾는 것이다. “당뇨병은 만성 질환이다 보니, 처방에 맞춰 잘 복약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왜 약을 못 드셨을까?’ 자세히 들여다보고 처방과 실제 복용 간의 차이를 줄여 나가죠. 조금씩 교정한 시도가 나중에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때 환자도 모르는 저만의 뿌듯함이 있어요.”
그가 춘천에서 평촌으로, 그리고 서울로 병원을 옮길 때마다 따라온 환자들이 있다. 먼 이동 거리와 새로이 검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했다. “기존에 복용하던 약의 부작용을 찾아드렸거나, 환자도 인지하지 못한 불편감을 파악해 적절한 약으로 바꿔드렸던 분들이었어요. 약을 편안히 드시면서 검사 결과들도 당연히 좋아졌고요. 환자와 소통하고 신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저도 자신감을 얻으며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됩니다.”
더 먼 걸음을 위한 노력
당뇨병 치료는 인공 췌장, 연속 혈당측정기와 같은 첨단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약제 개발도 꾸준한 분야다. 조 교수는 해외에서 사용 중인 최신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가 한국 환자들에게 효과적인지 검증하는 임상연구와, 국내에서 개발된 당뇨병 치료제의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연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내분비내과 교수진 및 건강의학과와 근지방증의 대사적 위험성에 대한 여러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 병원의 건강검진 수검자 자료를 분석해 보니 근지방증은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지방간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어요. 앞으로 근지방증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를 찾는 환자들은 당뇨병 조절 자체가 어려운 환자이거나, 다른 중증질환과 함께 당뇨병 합병증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만큼 치료는 까다롭다. “진료실 외에도 교육실과 영양상담실에서 추가 교육을 실시하고, 합병증 검사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잘 갖춘 것이 우리 내분비내과와 당뇨병센터의 강점입니다.” 조 조교수는 식단 관리나 운동만으로 혈당을 조절하기 어려운 환자들의 약제나 인슐린 주사를 지속적으로 조정하며 여러 진료과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당뇨병이라는 하나의 진단명으로 환자들을 동일하게 분류하기 어렵습니다. 환자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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