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는 다른 마이코플라즈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소아청소년과는 감기 환자들로 붐빈다.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유독 심한 기침, 고열 등 심한 감기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고 영유아보다 초등학생 이상에서 더 발생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감기와 유사하지만 폐렴까지 일으킬 수 있는 마이코플라즈마균(Mycoplasma pneumoniae)은 통상 3~4년 주기로 유행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에 대유행한 이후 잠잠하다가 작년 중·후반부터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실제 동네 소아청소년과에서 폐렴이 심한 아이들을 검사해 보면 마이코플라즈마가 많이 검출되고 있다. 필자 또한 작년 겨울부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들이 많이 증가한 것을 진료 중 느끼고 있다. 마이코플라즈마가 일반 감기와 가장 다른 점은 오랜 기간 열이 지속되고 기침 가래 증상이 심하며 특히 학령기 아이들한테서도 흔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통 유치원생 정도의 나이라면 열감기에 걸리는 횟수와 증상 지속 기간이 그리 길지 않는데, 마이코플라즈마 감염 시는 5~7일 이상 발열이 나타나기도 하며 기침, 가래 등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성이다. 따라서 3~4일 쉬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세균이 원인인 마이코플라즈마는 제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점점 심해진다. 먼저 청진을 해보면 폐음이 좋지 않고, 흉부 엑스레이 촬영에서는 폐의 염증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잠복기가 2~3주까지 긴 경우가 많아 누구를 매개로 전염됐는지 추측할 수 없고 유치원이나 학교 등 단체 생활을 하는 아이들에서 집단으로 감염되기도 한다.
▲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 좌상엽(좌)과 우하엽(우)으로 이미 폐에 염증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필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성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쓰지 않고 잘 쉬기만 해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마이코플라즈마는 세균성 질환이므로 항생제 사용이 필수다. 특히 요즘 같은 마이코플라즈마 유행 시기에 폐렴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검사를 하지 않고 경험적으로 마이코플라즈마 타겟의 항생제를 쓸 수 있다. 이러한 경험적 항생제 사용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마이코플라즈마는 항생제 사용이 필수인 질환이다. 항생제 사용이 늦어질 수록 환자만 더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면 빨리 적용하는 것이 좋다. 일단 항생제 투여를 시작하면 소아청소년과에서 전문의가 권고한 기간 동안 충분히 사용해야 한다. 중간에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약을 복용했을 경우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아진 것 같아도 정해진 치료 기간에는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2019년에 마이코플라즈마 대유행 당시에도 국내 환자의 80% 정도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1차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표준지침이었으며 일정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었다. 1차 제재 사용에도 발열이 지속되면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추가하거나 경과에 따라 2차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계 또는 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약제는 해외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소아청소년 폐렴 치료용으로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로 전문의의 판단하에 환자 상태에 따라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마이코플라즈마의 치료와 예방
입원과 통원 치료에 대한 기준은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다. 환자 중에는 ‘엑스레이 검사를 해봤는데 폐렴이 의심되니 입원 치료 필요’라는 소견서를 가지고 와서 입원이 필요한지 묻는 분들이 가끔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엑스레이상에 폐렴 증상이 보인다거나 일반 의원에서 2차 약제를 써야 한다는 소견을 냈다고 해서 무조건 입원 치료를 진행하지는 않는다.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환자의 임상 증상이 중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다. 산소포화도가 많이 떨어져 있거나 흉부 엑스레이상 심한 폐렴이 진행된 경우, 흉수가 고여 호흡곤란이 있거나 염증 수치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식사가 어려워 주사 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에만 입원 치료를 진행한다. 만약 아이가 힘이 없고 축 처지거나 의식이 또렷하지 못한 경우, 구토를 동반한 두통 등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즉시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 보길 권한다.
마이코플라즈마의 예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른 감기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성 질환이며 비말로 전파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실내에 장시간 있을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시로 손 씻기 등을 잘 시행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공기주의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환아의 컨디션이 회복되고 발열 증상이 완화된 상태라면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거나 야외 활동 등 일상생활을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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