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전문가 칼럼 익숙한 길 자주 헤매는데.. 치매? 원인에 따라 맞춤 치료 2024.05.25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만 여겨왔던 치매가 생물학적 질환으로 밝혀져

- 신경과 임재성 교수 -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치매란 뇌의 퇴행성 질환 또는 혈관 질환 등으로 인해 기억, 언어, 공간지각, 집중, 판단력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이전처럼 영위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이전에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특정 단백질 이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생물학적 질환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발병한지 얼마 안 된 시기에 내원하는 편이라 초진 당시 치매보다는 그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경도인지장애는 인지기능은 저하됐지만 치매 환자들과는 달리 아직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가 치매의 전 단계라고는 하지만 원인에 따라 치매로 악화되지 않고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치매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의 원인질환 중 가장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치매라고 하면 기억력 저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비율이 치매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들 중 가장 많아서 생긴 오해이다. 사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와 동의어가 아니라 치매 증상의 원인 중 하나이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어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서야 ‘치매’에 걸렸다고 말한다.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여러 원인들이 치매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것은 뇌졸중 후 발생할 수 있는 혈관치매다. 이외에도 파킨슨병치매, 루이소체치매, 전두측두치매, 다양한 내과적 질환으로 인한 치매, 알코올이나 약물 때문에 생기는 치매 등 여러 원인들이 있으며 원인별 증상도 다양하다. 알츠하이머병치매의 경우 단기 기억력 저하가 뚜렷하다. 방금 있었던 일도 잊고 여러 번 질문하거나 익숙한 길에서도 헤매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혈관치매의 경우는 질환 초기 기억력 저하가 알츠하이머병처럼 심하진 않으나 성격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조용하고 온순하던 사람이 쉽게 화를 내거나 가족이나 친구들과 자주 다투고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전두측두치매도 혈관치매와 유사하게 초기에 성격변화가 두드러지고 MRI 검사에서 뚜렷한 뇌경색이나 뇌출혈 증거가 없으며 발병 연령이 50대로 비교적 이르다는 특성이 있다. 전두측두치매의 또 다른 아형의 경우 언어기능이 주로 손상되어 말의 유창성이나 단어 이해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초기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기억력은 비교적 좋아 진료실에서 보호자들이 “기억력은 저보다 더 좋아요”라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는 병의 원인이 기억보다는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뇌부위만을 주로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파킨슨병과 동반되어 발생하는 치매 증상도 있다. 파킨슨병이 먼저 발병하고 이후 치매 증상이 1년 이상 간격을 두고 발생하는 경우를 파킨슨병치매, 반대로 치매 증상이 먼저 생기고 이후 파킨슨병 증상이 발현하는 경우를 루이소체치매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루이소체치매의 경우 증상의 변동성이 심해 어떤 날에는 너무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 치매 환자가 맞나 싶다가도 어떤 날에는 심각한 치매 증상을 보인다.

 

또한 알츠하이머병치매 환자들이 겪는 벌레가 기어다니는 정도의 환시가 아니라 실제 없는 물건이나 사람이 뚜렷하게 보이는 생생한 환시를 경험하기도 한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긴 하나 수면 중 잠꼬대가 매우 심한 경우는 렘수면장애일 수 있는데 이러한 렘수면장애가 루이소체치매, 파킨슨병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그밖에 기운이 없고 쉽게 추위를 타는 등 내과적 증상이 동반되는 갑상선호르몬부족증에 의한 치매,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는데 당시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수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인지기능과 보행능력이 악화되는 경막하출혈에 의한 치매 등이 있다.

 

 

원인에 따른 맞춤형 치료

이렇듯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치료법도 매우 다양하다. 알츠하이머병치매에 흔히 사용하는 도네페질과 같은 콜린분해효소억제제는 전두측두치매 환자들에게 투약할 경우 과도한 흥분과 더불어 공격성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투약을 권고하지 않는다. 또한 루이소체치매나 파킨슨병치매 환자에게는 콜린분해효소억제제 중에서도 리바스티그민이라는 특정 약물이 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매독, 비타민 결핍증, 만성경막하출혈 등도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적절한 내과 혹은 외과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치매 증상에 대해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하는 이유는 정확한 질환의 원인을 감별해 각 환자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결정하기 위함이다. 우려되는 증상이 보여 가족들이 걱정하는 마음에 검사를 권유해도 ‘어차피 완치도 안되고 치료도 다 똑같은데 뭐’라는 생각에 병원을 늦게 찾는 환자들이 있어 안타깝다. 치매 증상이 다양하고 원인질환에 따라 치료방향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질환의 악화를 늦추고 합병증을 막는 길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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