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난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내면서 최고 수준의 진료를 유지하고 환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신 서울아산병원 가족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로 새해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4년간의 코로나19 상황을 끝내고, 진료를 정상화하면서 새롭게 도약하려던 2024년 초 우리는 또 다른 난관을 만났습니다. 의정 갈등으로 입원과 수술, 진료가 감소하면서 비상운영체제가 가동되었고, 병원 운영을 위해 시행한 여러 가지 불편한 요청에도 의료진과 직원 여러분의 동참으로 지난해를 무난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지난 36년간 병원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때마다 더욱 단결하여 위기를 극복했던 우리의 저력, 구심력 강한 서울아산병원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저력은 지난해 뉴스위크가 시행한 세계 최고 병원 평가에서 종합 순위 22위로 나타났으며, 4개 임상 분야에서 글로벌 톱5에 선정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또 최고 권위의 미국 심장중재시술학회에서 심혈관스텐트 시술분야 세계 1위 병원으로 선정되며 우리의 의료 수준과 위상을 국제무대에 확인시켰습니다.

이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측이 어려운 국내 의료 환경은 올 한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실적 과제입니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가 불확실하고, 변화하는 정부 정책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변화와 혁신으로 성장의 기회 삼아야

정부는 지난해 10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을 발표하였습니다. 상급종합병원에 대하여 중증질환 중심,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사업입니다. 입원환자의 70%를 전문 질환 진단군으로 구성하면서 입원환자 병실을 15% 줄이고, 전공의 수련의 질은 높이되 의존도는 낮추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입원료 가산과 전문 질환군 수술에 대해 수술료와 마취료를 인상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업은 정부와 병원 모두 처음 시행하는 불확실성이 큰 사업입니다. 어떤 질환에 대해 어떻게 병실을 줄일지, 또 현실적으로 적용은 가능한지, 정부가 제시한 목표에 도달이 가능할지, 경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우리 병원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통하여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는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 여러 시련에도 변화와 혁신을 통하여 항상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이번 정부 정책도 변화와 혁신을 통하여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병실 감소분을 활용하여 6인실을 4인실로 전환함으로써 환자 진료의 안전과 쾌적함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인정한 영역에서 전문 지원 인력을 양성하여 환자 진료에 보다 더 도움이 되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전담전문의 등의 확보를 통해 더욱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전공의의 업무를 새롭게 정리하고 진료 프로세스를 개선해 수련의 질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연구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증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 우리 병원으로서는 우수한 의료진과 최고의 의료 수준을 갖추고 있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입니다. 이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면 지금의 위기가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서울아산병원 가족 여러분,

현재 상황을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로 뚫고 나가고자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치밀한 계획과 실행으로 변화하는 의료 환경을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직능간의 소통, 우수 인재의 확보, 중증질환에 전문화된 의료진의 양성과 의료 시스템의 개선, 미래 의료를 선도할 더 높고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이 위기를 이겨 나갑시다.

미래 준비로 지속 가능한 경쟁력 강화

지속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서울아산병원의 내일과 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과거 방식의 성장에 의존하지 말고, 의료 생태계의 새로운 변화와 요구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암 환자 치료의 효율성과 진료 경쟁력을 높여줄 중입자치료기는 지난해 장비 선정을 완료하고 금년부터 전용 건물 건립을 시작합니다. 이에 따라 줄어드는 주차면의 확보를 위해 먼저 P동 2개 층을 증축할 것입니다. 중환자실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수술실 리모델링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새로운 진료 공간 확보와 인력 구조 선순환 지속 성장의 기반이 될 서울아산청라병원은 건축 허가를 마치고, 토목공사를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UAE 소화기병원과 카타르 자문 사업 등 해외 사업을 지속하고 서울아산병원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갈 것입니다.

미래 준비는 우리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구성원들의 공감과 완주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진료현장의 통찰과 살아있는 아이디어가 서울아산병원의 미래 설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내부 역량을 한데 모아갑시다.

새로운 도전을 이끄는 가치 중심의 조직문화

개인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시대이지만 의료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환자 중심의 가치와 사회적 책임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우리의 사명입니다. 지난 36년간 우리는 환자들의 마지막 병원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중환자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으며 고난도 치료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정주영 설립자님의 의지는 우리의 자긍심으로 이어져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으로 올라서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로 동반 성장하고 능동적인 협업 체계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의료인으로서 이룬 성취와 발전 역시 ‘내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도전 정신의 결과였으며, 환자들은 우리에게 존경과 신뢰, 명예를 보내주었습니다. 개인적 이득과 보상을 우선시 했다면 환자중심문화와 공동체 사고는 뿌리내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가격이 있는 물질적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 온갖 대책을 세우지만, 가격이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진정한 가치는 소홀하게 관리합니다. 환자로부터 존경이나 신뢰, 의료인으로서 명예, 동료에 대한 배려, 공동체 중심 사고, 어려운 이웃을 측은해하는 마음은 가격표가 없지만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이자 우리의 조직문화입니다. 이러한 조직문화가 우리 병원의 설립이념이자 지금까지 우리를 지탱해 왔고, 앞으로 우리 병원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서울아산병원 가족 여러분,

단 한 명의 영웅으로 역사가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혼자 힘으로 세상을 구하겠다고 망토를 걸치고 날아다니거나 거미줄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사람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게 우리가 할 일이다”라며 열심히 뛰어 다니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미국의 자원봉사단 케이준네이비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허리케인 중 하나인 카트리나에서 힘을 모아 이웃 만 명을 구했습니다. 이들 중 누구도 “내가 이 사람 전부를 구할 수는 없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누군가를 구할 수 있어”,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그저 앞장서서 그 일을 해냈을 뿐입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싸움을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그리고 충분히 큰 꿈을 가지면 우리는 마법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긍심과 노력은 오늘의 서울아산병원을 이뤘으며 다가올 미래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현장의 많은 변화와 그로 인한 수고가 따를 것입니다. 우리 본연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하면 우리가 그리는 병원의 미래는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서울아산병원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맞이하는 2025년.

뜻을 모으고 소통하며 큰 걸음을 함께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