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은정 교수
충수염의 발생 원인
충수는 영어로 ‘Appendix’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부속품’이라는 뜻인데 해부학적으로는 대장이 시작되는 맹장 하부에 가늘게 튀어나온 복부 장기의 일부분을 말하며 내경은 약 5~6mm, 길이는 약 4~6cm이다. 우리 몸의 부속품 같은 존재이긴 하나 이 부위에 문제가 있다면 악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충수는 소장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대변으로 바뀌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찌꺼기가 끼기 쉽고 충수가 막히면 염증이 생겨 충수염이 발생한다. 초기 증상은 체한 듯한 소화불량, 오심 등이며 시간이 경과하면 우측 하복부의 심한 통증과 함께 열과 오한 등이 동반된다. 오래 방치하면 충수에 천공이 생겨 염증물질들이 복강 내로 터져 나오면서 천공성 충수염으로 악화된다. 이러한 급성충수염인 경우 충수를 제거하는 충수절제술을 시행하며 요즘에는 복강경 수술을 많이 시행한다.
▲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HIPEC)의 원리
충수점액종과 복막가성점액종까지 충수의 다양한 질환들
충수 내 점액질이 점점 차오르고 점액을 생성하는 세포가 과증식해 충수가 비대해지고 점액이 가득차게 되는데 이것을 충수점액종(Appendiceal mucocele)이라 한다. 충수점액종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충수의 위치와 구조상 대장내시경 검사로는 충수 입구만 겨우 볼 수 있어 병변 확인 및 조기 진단도 매우 어렵다. 또한 충수점액종이 커져 터지면 복강 내 점액이 유입돼 복막가성점액종으로 발전할 수 있다. 1백만 명 당 1명의 유병률을 보이는 희귀한 질환이다. 복막가성점액종 또한 대부분 무증상이라 병이 진행되는지 모르고 생활하다가 복강 내 점액 증가로 배가 불러오고 불편함을 느껴 병원에 내원했을 때 비로소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충수점액종 환자의 충수가 터지지 않았다면 충수절제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충수가 터져 복강 내 점액이 증가하고 복막가성점액종이 진행된 상태라면 복강 내 퍼진 점액을 수술로 직접 제거하는 종양감축술과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Hyperthermic Intraperitoneal Chemotherapy, HIPEC)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을 통한 치료
HIPEC은 42도의 고온에서 90분간 항암제가 섞인 용액을 수술 중 종양이 제거된 복강 내에 직접 투여해 항암제가 복강 표면에 직접 침투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약물흡수 기전상 종양 내에 항암제가 직접 흡수되어 복막전이 및 복막가성점액종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다. 항암제가 복강 내로 바로 투여되기 때문에 정맥주사로 맞는 전신항암제가 도달하지 못하는 복강 내에도 항암제가 잘 흡수돼 전신항암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HIPEC은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서만 시행돼 왔으나, 우리나라도 2014년에 신의료기술로 허가된 이후 대장암, 충수 복막가성점액종과 난소암 치료에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충수 기원 복막가성점액종의 경우 점액이 침범된 복막을 수술로 제거하고 HIPEC을 함께 시행하면 재발을 막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만 항암제를 복잡한 수술 중 동시에 다뤄야 하는 고난도 치료법이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의료진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우리 병원을 포함한 소수의 의료기관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충수는 다른 장기에 비해 대장내시경 검사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장기다. 따라서 CT 및 조직검사 등을 통해 단순 충수염인지, 혹시 다른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수 점액성질환은 수술 후 병리조직검사 세부 분류체계에 따라 치료방법과 경과가 크게 달라진다. 충수점액종, 충수암, 충수신경내분비종양, 복막가성점액종 등 다양한 충수질환마다 그에 따른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이 분야에 경험이 많은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부속품’이라 불리는 충수지만 이 장기가 불러올 수 있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우측 하복부 통증이 있다면 지체없이 경험 많은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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