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영역에서 신경중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김모이네 교수는 수술 후 고도화된 전문 치료와 꾸준한 관리로 환자 삶을 바꾸는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순간의 판단이 누군가의 삶을 결정할 수 있기에, 재빠른 결정만큼 올바른 판단이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다.
골든타임, 순간의 무게
전공의 시절, 외상성 뇌출혈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됐다. 재빠른 개두술이 필요하지만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 뇌탈출 소견을 보였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찰나였다. 즉시 뇌감압조치를 시행한 뒤 수술에 들어갔고, 환자는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신경외과 중환자 치료에서 골든타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예측 기반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환자의 악화 조짐을 감지할 수 있는 신경중환자 모니터링과 치료 프로토콜 개선 연구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죠.”
급성 뇌출혈, 뇌경색, 외상성 뇌손상, 뇌염, 경련 등은 일반 중환자와 다르게 신경학적 평가가 필요하고 생리적 안정뿐 아니라 뇌압 조절, 혈류 유지, 신경 보호 전략이 중요하다. 김 부교수의 침착한 성격과 논리적인 사고는 위급한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데이터 기반의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됐지만, 환자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는 성향은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경중환자는 좋아지는 데 일주일이 걸려도 나빠지는 건 한순간이에요. 혼자선 빈틈없이 해내기 어렵죠. 의료진이 서로 신뢰하고 내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과 협업하며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병원의 신경외과 중환자 치료를 표준화하고, 최적의 치료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환자 인생의 점프 구간
그의 환자들은 대부분 의식이 없거나 경미한 뇌출혈이라도 언어나 근력 장애 등의 후유증을 갖는다. 그래서 환자 대신 환자 가족과 되도록 많이 접촉하고 “환자 본인과 가족 모두 치료의 일부”라며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똑같은 연령과 질병이라도 환자마다 예후가 다르고 가족의 협력이 치료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번 손상된 뇌 또는 척수 신경은 자연적인 회복이 제한적이지만, 반복적인 재활 치료와 더불어 보호자에 의한 시각 및 관절 자극 등의 감각적 자극이 꾸준히 제공될 경우 주변 신경세포들의 보상 기전을 통해 환자의 기능적 상태는 유의미하게 호전될 수 있다.
“아침까지 가족과 밥을 먹고 TV를 보다가 갑자기 뇌출혈을 일으켜 반신마비가 되기도 해요. 수술 자체는 잘 됐어도 반신마비는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술로 끝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돌보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침상에 누워만 있던 환자가 조기 재활을 받고 처음 휠체어에 올라탈 때, 저는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환자 인생에 큰 점프를 하는 구간이니까요.”
신경중환자 치료의 미래
위급한 순간에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외과적 치료에선 상당한 보람과 성취를 느낄 수 있지만, 최선을 다했음에도 회복이 어렵고 좋지 않은 예후를 보호자에게 전달할 때면 무거운 마음을 떨쳐내기 어렵다. ‘힘들어도 네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사명을 다하라.’ 의사인 아버지의 조언대로 신경중환자 치료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표는 나날이 견고해진다.
“CT 결과를 보며 환자가 안 좋아질 것 같다는 예감만 가지고는 치료가 한 타임씩 늦을 수밖에 없어요. 미리 대비할 방법을 찾고 싶었죠.”
AI를 활용한 EEG(뇌파 검사) 자동 분석 기술로 보다 빠르고 정확한 경련 탐지가 가능해지면서 김 부교수는 이를 임상에 도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신경중환자의 치료 반응을 실시간으로 평가해 조기에 개입한다면 환자의 신경학적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근감소증이 있으면 신경학적 회복이 더디고 재입원율과 사망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되면서, 그는 인바디를 이용한 근감소증 조기 진단과 근육이 안 빠지게 하는 치료 개입 전략을 탐색하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고단백 식이와 적극적인 재활 치료로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신경중환자 치료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환자가 다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앞으로도 신경중환자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임상연구자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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