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결과를 위한 최선의 노력
홍승욱 교수는 대장에 선종이나 조기암이 발견된 환자, 직장의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들을 주로 치료한다. 대장 벽은 조직이 얇고 굴곡진 부위여서 제한된 각도에서 병변을 제거하려면 고난도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조금만 움찔해도 천공의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조기암의 경우는 깔끔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시술 전 충분히 계획을 세우고 수십 번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거친다.
“간결한 움직임으로 수비를 파헤치는 유명 축구 선수들처럼 어려운 시술도 능숙하게 해내고 싶어요.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어도 환자가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크거나 수술하기에 조금 아쉬운 상황일 때 시술을 권합니다.
시술만으로 합병증 없이 치료를 종료하고 퇴원과 동시에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환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죠. 서울아산병원의 일원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드는 순간입니다.”
소화기내과는 환자에게 해줄 것이 많고, 내과 계열이지만 시술을 전담한다는 점에서 선택한 분야였다.
“처음 시술했던 날이 생생해요. 시술 후 녹초가 되어서도 밤새 시술실의 전자음이 이명처럼 들렸어요. 잠도 오지 않았죠. ‘시술이 잘 된 걸까?’ 따져보면서 더 잘하고 싶은 갈망을 느꼈습니다. 힘든 시술일수록 성취감도 커서 제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일본 게이오대학 병원에서 보낸 일주일은 또 하나의 성장점이었다. 시술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해 환자의 움직임과 시술자의 손놀림 등 세심히 보고 질문하며 배웠다.
“세계적인 대가를 보면서 새로운 목표가 설정되고, 시술하기 부담스럽던 병변도 더 이상 거리낄 것 없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환자들을 위한 성취
원인을 알 수 없는 복부 통증과 만성 빈혈을 앓던 70대 환자가 찾아왔을 때다. 캡슐내시경을 진행하는데 캡슐이 소장에서 걸렸다. 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소장암을 발견했다. CT를 찍어도 잘 보이지 않던 위치에서 병변을 발견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자, 2년간 고통받던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환자분이 굉장히 고마워하셨어요. 고생했던 부분을 함께 해소하는 경험은 하루하루의 뿌듯함으로 남습니다.”
요즘은 대장암 진단 관련 연구에 한창이다. 대변 표본으로 진행하던 검사를 혈액 기반으로 대체하는 연구도 그중 하나다. 그동안 대변 검사에 대한 거부감으로 환자 참여율이 낮았지만 이를 혈액 기반 검사로 바꾸면 환자의 순응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혈액 기반 검사가 진단율에서 조금 떨어지지만 이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유전성 대장암 진단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린치 증후군을 포함한 유전성 대장암이 전체 대장암의 3%를 차지하고, 부모에게 린치 증후군이 있다면 자녀의 진단 확률은 50%에 이른다. 하지만 그동안 간과되어 온 영역이다.
“실제 우리 병원에 100여 명의 환자가 있고 그 중엔 유전성 대장암 소인이 발견된 8세 환자도 있어요.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면 적극적인 예방이 가능하죠. 우리 병원처럼 큰 센터에서 체계적인 데이터를 세우고 접근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청에서 시작되는 진료
원인 불명의 설사에 시달리거나 기질적인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일정 기간 다양한 약물을 조합하며 증상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도 홍 조교수를 믿어야 하지만 그 역시 환자가 잘 따라오기를 계속 유도해야 한다.
“일단 환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요. 사소하고 흔한 증상 같아도 전남 여수, 경남 사천에서 여기까지 오게 만든,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주의 깊게 듣죠. 그 후에 치료 방침을 제안하면 환자분들도 호의적인 태도로 수긍하세요.”
그는 진료실이 환자들에게 편안한 장소이기를 꿈꾼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다는 후련함과 의사의 설명을 확실히 이해했다는 느낌을 안은 채 환자가 진료실 문을 나서기를 바라는 것이다.
“저는 많은 환자분을 만나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더 나은 시술 결과를 위해 노력할 거고요. 한 10년 후에 다시 인터뷰하고 싶어요.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꼭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관련 의료진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