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가드닝: 정원 가꾸기 ② 야외에서 식물 키우기 2025.10.25

<이야기가 있는 산책> 병리과 김지훈 교수

 

 (AI 활용 일러스트 ⓒ 서울아산병원 홍보팀)

 

식물 키우기의 기본

식물을 키우는 기본은 흙, 물, 햇볕, 바람 이 네 가지를 식물의 자생지와 가장 유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동물은 자신이 좋아하는 곳으로 옮겨 다닐 수 있고 좋고 싫음을 즉각 표현하고 반응하지만 식물은 움직일 수도 없고 의사 표현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기에 좋은 식물을 덜컥 데리고 와서 조건에 맞지 않는 곳에 두면 얼마 못 가서 죽기 일쑤다.

 

동물도 종에 따라 각각의 특성이 있듯 식물도 종에 따라 재배 조건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식물을 입양하기 전 기르고 싶은 식물의 취향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바질과 같은 허브식물은 대사량이 높아 뿌리 근처에는 늘 물이 있어야 하고 흙도 비옥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 내리쬐는 햇볕과 잎사귀 사이를 지나다니는 바람이 있어야 한다. 반면 스투키와 같은 다육식물은 흙이 습하거나 공중 습도가 너무 높으면 무름병에 걸려 죽기도 하므로 물이 잘 빠지는 사질토에 심고 항상 뽀송뽀송한 상태로 관리해야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식물은 ‘내가 두고 싶은 곳’이 아니라 ‘식물이 좋아하는 곳’에 두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내가 두고 싶은 장소를 좋아하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다.

 

야외 정원에서 키우는 식물은 사계절의 다양한 날씨와 직사광선에 노출되므로 실내에서 키우는 일반적인 반려식물과는 전혀 다르다.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에는 주로 열대 혹은 아열대 지역의 반그늘에 서식하는 종이 꼽히며, 연중 큰 변화가 없는 실내 기온과 간접광이 적합하다. 반면 야외 정원에 배치할 식물은 적당한 일교차와 계절에 따른 기온 변화, 그리고 풍부한 직사광선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인지 잎사귀와 꽃이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보다 더 선명하고 알록달록해 관상 가치도 높다.

 

 

야외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물과 흙

이런 야외에 적합한 식물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 때는 채광과 통풍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하지만 야외에서는 그 두 가지가 차고 넘친다. 오히려 물과 토양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늦봄부터 한여름 사이의 직사광선은 아주 강렬해 땅을 금방 바짝 마르게 만든다. 그래서 물 관리를 잘못하면 식물이 말라 죽을 수 있다. 더구나 기후 변화로 오랜 기간 가뭄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정원을 조성할 때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자연에 자생하는 식물은 오랜 가뭄에도 대체로 잘 살아남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만 꼽아보면 그 지점에 지하수가 흐르거나, 가뭄에 잘 견디는 초화류가 주변을 덮고 있거나, 작년에 쌓였던 낙엽 등 천연 멀칭재가 있어서일 것이다. 가을 산중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곳을 이듬해 초여름에 다시 가보면 그 낙엽이 썩어 거무튀튀하게 변했으면서도 새로 자라는 식물 옆을 폭신폭신하게 덮어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재현하는 것이 바로 멀칭이다. 멀칭은 농사를 지을 때 작물 주변을 여러 재료로 덮어 주는 작업으로 토양의 수분 손실을 줄이고 토양 유실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잔디 깎은 풀, 나무껍질 등 유기질 재료를 사용하면 추후 썩어서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도 한다.

 

멀칭을 하지 않아 맨땅이 노출되면 땅이 빨리 마르고 폭우가 내렸을 때 잘 유실된다. 이후 땅이 단단하게 다져져서 식물 뿌리가 잘 뻗지 못한다. 오랫동안 굳은 땅에는 물이나 거름을 줘도 땅 표면을 따라 흘러가 버리고 뿌리까지 침투하지 못하며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해 식물이 병들거나 고사한다. 그래서 늘 멀칭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옥상 조경과 같이 흙의 깊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필자는 옥상 정원을 관리할 때 잔디를 깎고 그 잔해물을 수시로 나무 근처에 흩뿌리거나, 가을에 가지치기를 한 후 그중 연한 부분을 다진 다음 적당한 두께로 덮어주는 방식으로 멀칭을 했다. 그렇게 해서 물 주는 주기를 길게 하고 겨울에 동사를 예방할 수 있었다.

 

흙이 비옥하고 햇볕이 풍부하며 물과 바람이 부족하지 않다면, 뿌리가 성공적으로 활착한 식물은 그야말로 ‘폭풍성장’한다. 그럴 땐 가지치기가 주된 일이 된다. 식물이 아파하니 그대로 둬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잔가지와 잎사귀가 너무 빽빽하게 자라면 채광과 통풍을 방해하고, 무성해진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영양분 등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래서 햇볕을 받지 못하는 쪽에 우거진 잔가지를 정리하면 채광의 효율성이 증가하고 적당한 공간이 생기면서 통풍이 개선돼 식물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된다. 또한 세력이 너무 강한 가지를 정리하면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수형을 만들 수 있어서 보기에도 더 좋다. 가지치기를 잘해서 적당한 밀도로 우거진 싱그러운 식물 잎사귀에 햇볕이 내리쬐고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될 것이다.

 

멀칭 전 멀칭 후
멀칭 전 이미지
 
필자가 조성한 루프탑 정원. 흙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이대로 두면 흙이 마르고, 폭우 때 유실 위험이 있다.
멀칭 후 이미지
 
잔디패랭이·채송화 등 초화류와 굵은 마사토로 멀칭.
잡초 감소와 수분 유지로 관리가 쉬워지고 전반적으로 정돈된 인상.

 

식물 뿌리 관리하기

마지막으로 자주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뿌리 관리다. 사람도 부모와 조상을 잘 섬겨야 가문이 잘 된다고 하듯 식물 역시 뿌리가 존재의 핵심이다. 정원수에서 뿌리 관리에 집중해야 할 때가 처음 옮겨 심을 때다. 시기가 매우 중요한데 날씨가 너무 덥거나 햇볕이 강하면 옮겨 심는 과정에서 생긴 잔뿌리 손상을 복구할 기회를 얻지 못해 나무가 말라 죽을 수 있으므로, 대사 활동이 매우 약하거나 거의 없는 11월 하순이나 3월 초순경이 이식의 적기다. 나무를 심을 땐 뿌리 부분을 묶어 놓은 고무밴드나 부직포가 있다면 반드시 제거해야 하며, 심은 뒤에는 뿌리 주위에 센 물살을 충분히 밀어 넣는 물 조임을 해 주고 뿌리가 마르지 않고 활착할 때까지 물 관리를 잘해야 한다. 옮겨 심은 나무에서 첫 새순이 나오는 모습을 볼 때의 감동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 김지훈 교수는 2009년부터 병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화기 병리 판독 및 암유전체 진단을 전공하고 있다. 우리 병원 불자들의 모임인 법우회 회장으로서 병원 법당을 방문하는 환자, 보호자와 직원들의 행복과 성취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고 그 경험을 나누길 희망한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