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가드닝: 정원 가꾸기 ③ 옥상정원 설계와 시공 2025.11.01

<이야기가 있는 산책> 병리과 김지훈 교수

 

(AI 활용 일러스트 ⓒ 서울아산병원 홍보팀)
 

 

슬라브 평지붕 구조 주택의 꼭대기 층은 하절기에 복사열이 내려오고, 옥상방수층이 직사광선과 풍화작용으로 노후하면 누수가 생길 수 있어 주기적으로 방수 공사를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옥상정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공간도 잘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가깝게는 우리 병원 곳곳에도 아름다운 옥상정원이 있어 환자와 직원들의 좋은 휴식 장소가 되고 있고, 고층 빌딩이 밀집한 서울 한복판에서도 옥상정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일반 주택에는 제대로 조성된 옥상정원이 적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슬라브 평지붕 바로 밑 2층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여름철 내려오는 복사열이 매우 성가시게 느껴졌다. 이럴 때 옥상정원을 조성하면 냉·난방비 절감, 옥상 공간 활용도 증가 등의 이익을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으므로 다소 큰돈이 들더라도 시행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옥상정원을 시공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옥상공원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점

첫 번째는 하중이다. 물을 가득 머금은 흙은 같은 부피의 물보다 더 무겁다. 만약 50cm 두께로 흙을 깔았을 때 그 흙이 물을 머금고 있다면 무게는 무려 제곱미터당 500kg을 넘는다. 우리 병원처럼 고층으로 설계된 아주 튼튼한 건물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일반 개인주택에서는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옥상정원 시공 경험이 많은 전문 업체와 반드시 상의해 설계 도면을 검토하고 허용 하중을 잘 계산해야 한다.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토심(흙의 깊이)은 식물마다 다르다. 정원에 많이 식재하는 소나무의 경우 적어도 50cm가량은 확보해야 한다. 무게 제한과 적정 토심,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므로 옥상정원에는 흙의 일정 비율 이상을 경량 인공토로 구성한다. 경량 인공토는 화력 발전 후 남은 재를 가공해 만드는데, 화산재처럼 다공질이면서도 무기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일반 흙보다 토심을 얕게 하면서도 식물 생장에 필요한 각종 미네랄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방수다. 만일 많은 양의 흙을 깔고 식물까지 다 식재했는데 누수가 된다면 지금까지 시공한 것을 모두 철거하고 방수층을 보수해야 하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바닥 방수를 완벽하게 한 다음 시공에 들어가게 된다. 방수 공사는 물이 투과하지 못하는 폴리우레탄 같은 자재로 바닥을 코팅하는 것인데 반드시 전문 시공사에 의뢰하는 것이 좋다. 바닥을 고르게 해서 물이 고이는 곳 없이 배수구로 원활하게 흘러가게 하고 작은 빈틈이 없도록 완벽하게 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흙을 깔기 전 토사 유실을 방지하는 바닥 시설물을 만들고, 배수구 주변 공간을 확보해 배수구가 막히지 않도록 한다. 배수구를 볼 수 있는 뚜껑을 만들어 수시로 배수구 주위를 확인하고 이물질이 있으면 제거한다.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가 잦은 요즘, 배수가 잘 안 되면 물이 순식간에 차올라 옥상에서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게 될 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방근시트 시공이다. 식물의 뿌리는 힘이 매우 세서 조금의 틈만 있어도 파고 들어서 뻗어 나가므로 아무리 단단한 콘크리트라도 균열이 생긴다. 그러므로 흙을 깔기 전에 뿌리가 침투하지 못하는 재질로 만들어진 방근시트를 시공한다면 건축물의 손상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뿌리가 유난히 강하게 발달해 깊고 멀리 뻗는 식물은 처음부터 피하는 것이 좋다. 필자도 처음에는 단풍나무를 심으려 했는데 옥상정원 전문가가 단풍나무는 뿌리 세력이 너무 강하다며 권하지 않았다. 이후로는 식재할 식물을 고를 때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말한 세 가지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나면 본격적인 조경이 시작된다.

 

흙을 포설할 땐 보통 입자가 굵은 경량 인공토를 먼저 일정한 두께로 깐다. 그리고 식재할 식물의 종류와 허용 하중을 고려해 식물의 실질적인 식생 기반이 되는 배수가 잘 되고 가벼운 고품질 상토를 포설한다. 식물을 식재한 뒤에 입자가 굵은 마사토나 잔디패랭이 등 키가 작은 지피식물로 멀칭해 마무리한다. 정원에서 일광욕이나 야외 바비큐 등 활동을 많이 할 생각이라면 나무 데크나 디딤석을 넓게 배치하면 좋겠고, 푸른 잔디를 좋아하거나 하절기 태양열 관리에 방점을 둔다면 잔디와 화단의 면적을 넓게 설계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배수를 위해 물 빠짐이 좋은 토양을 비교적 얕게 포설했기 때문에 토심에 제한이 없는 마당 정원에서보다 물을 자주 줘야 한다.

 

식물에 물을 줄 때 일반적인 가정용 수도꼭지에 샤워기를 연결해 사용할 경우 생각보다 오래 물을 줘야 한다. 필자의 옥상정원 면적이 약 60m2였는데 뿌리 아랫부분까지 물이 충분히 가도록 하는 데 약 50분이 걸렸다는 점을 참고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또한 잔디의 관상 가치와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잡초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잔디를 주기적으로 깎아야 한다. 여름철에는 월 2회 정도가 적절하다. 이 점을 고려해 잔디와 화단의 면적,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 등을 결정하면 되겠다.

 

▲ 필자의 옥상정원. 처음 식재할 때는 다소 황량해 보였는데(왼쪽) 2년 만에 빠르게 성장한 식물들이 그 공간을 다 채웠다.

 

식물의 식재는 ‘과유불급’

식물의 선택은 개인의 취향에 의해 좌우되지만, 일반적으로 햇볕을 좋아하고 뿌리의 세력이 그다지 세지 않은 식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주로 목질 줄기가 없는 초화류나 작은 나무인 관목 위주로 하되, 포인트를 주는 큰 교목류로는 소나무가 적당하다.

 

식물의 식재는 한 마디로 과유불급이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풍성하게 조성하려는 의욕이 앞서서 많은 식물을 심으면 처치 곤란한 지경에 이르기 쉽다. 양지바르고 바람이 잘 통하는 옥상의 비옥한 흙에 식물을 심고 물을 적절히 주면 생각보다 빠르게 자란다. 따라서 식물 사이의 간격을 여유 있게 두고 식재하는 것이 좋다. 필자의 정원에서 볼 수 있듯 2년 정도 잘 키우면 금방 번성하여 우거지게 된다. 정원을 관리하는 경험이 늘어날수록 울창한 산림 같은 모습보다 그늘진 곳이 거의 없는 절제된 정원의 모습을 지향하게 된다. 또한 식물 사이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게 디딤석을 설치하면 잡초 정리나 가지치기 등 관리를 편하게 할 수 있어 정원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김지훈 교수는 2009년부터 병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화기 병리 판독 및 암유전체 진단을 전공하고 있다. 우리 병원 불자들의 모임인 법우회 회장으로서 병원 법당을 방문하는 환자, 보호자와 직원들의 행복과 성취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고 그 경험을 나누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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