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폐암 환자의 CT 검사에서 치료 후 종양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첫 진단 때 힘들어하던 호흡곤란 증상도 호전돼 의학적인 경과가 매우 좋은 상황이다. 다만 새벽에 기침 때문에 자주 깬다는 불편을 호소한다. 이 환자의 외래 진료 때는 항상 비슷한 대화가 오간다. “암세포는 다 줄어들어서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기침은 왜 계속 날까요?” “검사에 이상은 없으니 약을 쓰면서 지켜보겠습니다.” 환자는 검사에 이상 없다는 말에 안심하면서도 뭔가 개운하지 않은 표정이다.
이 상황을 해석해 보면, 종양은 완전히 사라지고 재발이 없으니 의료진은 만족스러운 임상적 결과(clinical outcome)로 평가한다. 반면 환자는 치료가 잘 됐다고 듣긴 했지만 계속되는 기침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만약 이를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느 정도 불만족스러운 환자보고결과(Patient-Reported Outcome, PRO)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인 치료 결과 평가는 검사에 기반한 재발률이나 생존율 등 객관적 지표로 이뤄진다. 하지만 치료 후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상태나 감정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료 결과를 판단할 때 ‘환자의 삶의 질’이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환자중심의료(Patient-Centered Care, PCC)가 부각되고 있다. 이를 구성하는 중요한 항목이 환자보고결과(PRO)다.
환자가 중심이 된 치료 결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실제 치료를 받은 환자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환자보고측정 또는 환자보고평가(Patient-Reported Measure, PRM)가 개발됐다. 그중 하나가 환자보고경험측정(Patient-Reported Experience Measure, PREM)으로, 국내에서는 이미 ‘환자경험평가’라는 이름으로 매년 시행되고 있다. PREM은 주로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동안 의료진과의 관계, 병원 환경, 치료 과정의 수월성 등에 대한 경험을 평가하는 분야다.
이에 비해 환자보고결과측정(Patient-Reported Outcome Measures, PROMs)은 병원이 그동안 꾸준히 향상시켜 온 객관적인 임상 결과에 치료 후 상태에 대한 환자의 주관적인 경험을 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최상의 치료 결과를 얻고자 하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병원은 그동안 일부 분야에서 질병 중심으로 모바일 설문과 e-PROM 시스템을 통해 PROMs를 시행해 왔다. 치료 과정보다는 치료의 질적 결과에 집중하는 가치기반의료(Value-Based Healthcare, VBH)의 측면에서 PROMs는 환자가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미충족 수요를 평가하는 중요한 도구이므로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PROMs의 전사적 도입을 위한 PROM팀과 PROM운영위원회가 올해 초 신설됐다. 원내 PROMs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운영과 지원을 맡고 있으며, PROMs를 진료 현장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부담과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담당교수를 중심으로 세심한 준비와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뜬금없지만 ‘prom’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보던 고등학교의 무도회를 뜻한다. 해외 학회 후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영화를 보다가 우연히 만난 prom 덕분에 여정이 즐거웠다. “Will you go to prom with me?”라는 설레는 초대처럼, 우리도 PROMs와 함께 즐거운 여정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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