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부모의 마음에서 배운 간호의 의미 2026.07.14

'단심회'와 함께한 24년

소아심장외과 김상화 전문간호사

김상화 전문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1호 소아심장외과 전문간호사로
기능성 단심실로 폰탄수술을 받은 환아와 가족들의 모임인 ‘단심회’를 창립해 24년간 함께 동행하고 있다.
 

 

2000년 서울아산병원 1호 소아심장외과 전문간호사가 됐다. 선천적으로 심장에 이상이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며 전문간호사로서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새벽 3시에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는 전화를 받는 일도 종종 생겼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응급실로 오세요’하는 말밖에 없었다. 쉬어야 할 새벽에 전화가 오니 너무 피곤할 때는 ‘왜 새벽에 전화해서 물어보지, 그냥 바로 응급실로 오면 되는데’ 싶었다.

 

부모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게 된 것은 내 아이를 낳은 후였다. 아이가 열이 펄펄 끓자 내가 간호사라는 사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더럭 겁이 나서 한밤중에 중환자실에 전화를 했다. 당직의사가 “잘 아시는 분이 왜 그래요, 응급실로 오세요.”라고 말한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선천적인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열만 오른 것뿐인데도 평소 잘 알고 있던 지식까지 다 잊어버릴 정도로 두렵고 힘들구나. 새벽 3시에 전화하던 부모의 마음이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아이가 아픈 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공감한 순간부터 나의 간호는 바뀌기 시작했다. 몇 번의 수술을 거듭해야 하는 아이의 곁을 의연하게 지키며 지혜롭게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에게서 큰 사랑과 삶의 지혜를 배웠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며 성장하는 동행의 관계로 함께하게 되었다.

 

 

24년의 인연, 단심회의 시작
전문간호사 1년차에 한 보호자가 찾아와 기능성 단심실 진단을 받은 자녀의 상태와 수술 등을 그림으로 상세히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문간호사답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세요”라는 보호자의 요청은 책임감으로 바뀌어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너무 긴장해서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됐고, ‘전문간호사답게’라는 말만 귓가를 뱅뱅 맴돌았다. 겨우 ‘지금은 해야 할 업무가 있으니 한 시간 뒤에 설명드리겠다’고 대답하고 급히 자리로 돌아와서 관련 정보를 열심히 확인했고, 심장 그림을 몇번씩 연습한 후 보호자분께 설명하며 등줄기 땀이 흘럿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로 폰탄수술을 받은 환아 보호자분들이 외래에 와서 폰탄수술받은 환자, 보호자, 의료진의 모임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진료과 교수님께 간곡히 부탁했고, 교수님께서 사회적 지지모임의 필요성에 공감해 함께 모여서 상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렇게 폰탄수술을 받은 혼아와 가족 모임인 ‘단심회’가 시작됐다. ‘단심’은 심실을 하나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환아를 뜻하는 동시에 일편단심으로 아이를 최선을 다해 키우겠다는 부모의 다짐을 담은 이름이다. 2002년 국내 최초로 발족한 단심회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함께하는 사회적 지지모임으로 시작했고, 매달 자조모임과 야유회 등을 통해 소통하고 교류했다. 단심회는 코로나19로 활동이 중단됐던 2년을 제외한 22년간 정기적으로 모였고, 7년 전부터는 심장이식을 받은 환아와 가족의 모임인 새심회도 함께했다.

 

고민을 터놓고 나눌 수 있는 단심회 모임은 보호자들에게 그 무엇보다 귀한 시간이 되었고,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내게도 큰 도움이 됐다. 간호사로서는 보호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지를 배웠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도 아이를 양육하는데 있어 중요한 삶의 지혜를 배우고 함께 울고 웃으며 나도 단심회와 같이 성장했다.

 

단심회 회원들은 수술을 앞둔 아이와 보호자를 찾아가 서로 아픔을 나누고 격려하는 활동도 계속했다.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성장한 단심회 아이들의 모습은 수술에 대한 걱정과 막연한 불안감을 겪고 있는 보호자에게는 큰 희망이자, 아이의 밝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단심회 회원들은 함께 고민하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단심회·새심회 행사가 2025년 11월 15일 서울아산병원 동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간호사로서 환자와 함께한다는 것
지금도 기억에 남는 단심회 보호자의 말이 있다. 처음에는 ‘왜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하는 억울함과 언제 아이가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자다가도 몇 번씩 일어나 아이의 가슴에 귀를 대보며 잠들지 못하고 아이가 학교생활하며 힘들어하지 않을까, 아이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직장은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짓눌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사람의 시간은 유한한데, 나의 시간과 아이의 시간을 불행으로 채우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늘은 아이가 밥 한 그릇을 다 먹어서 고맙고, 유치원을 잘 다녀와서 고맙고, 이렇게 순간순간 감사하며 아이가 ‘엄마 아빠, 나 행복해!’라고 말하는 삶을 사는 것, 그거 하나가 유일한 목표라고 했다.

 

이 말을 듣는데 딱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나는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지’를 생각하면서 나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간호는 내가 무언가를 주는 것이 아니었다. 환아, 보호자와 함께 긴 치료 여정에 동행하며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보태는 것이 내가 할 일임을 깨달았다.

 

지금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나는 전문간호사로서 어떤 모습으로 함께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내게 있지 않음을 다시금 되새긴다. 단심회 아이들과 보호자들, 그리고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걸어갈 때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을 믿는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