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의료 폐 딱딱하게 굳는 특발성 폐섬유증, AI로 경과 확인하고 예후 예측 2026.08.03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공동연구팀, AI 기반 정량 CT 분석 기술로 폐 섬유화 변화 정밀 추적

1년 동안 폐 섬유화 점수 4% 이상 증가하면 사망 위험 높아져… 객관적 평가 지표 마련

호흡기·중환자 의학 분야 저명 학술지  ‘미국호흡기·중환자의학저널(피인용지수 21.7)’에 논문 게재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최주애 · 호흡기내과 김호철 교수,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호연 교수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며 호흡 기능이 저하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진행성 폐질환이다. 한 번 생기면 폐 기능이 회복되기 어렵고,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주요 암보다 낮을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질병 진행 속도가 환자마다 크게 달라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 연구진이 AI를 활용해 폐 섬유화 진행 정도를 수치화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최주애·호흡기내과 김호철 교수,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호연 교수팀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로 폐 섬유화 부위를 수치화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질병 진행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기준값을 마련했다고 최근 밝혔다.

 

자동화된 CT 정량 분석 기술을 통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첫 검사와 1년 뒤 추적 검사를 비교·분석한 결과, 1년 동안 폐 섬유화 점수가 4% 이상 증가한 환자는 폐 이식을 받아야 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의료진의 시각적 판독에 의존하던 기존 검사 방식에서 벗어나 표준화된 평가 지표를 제시함으로써 질병 진행 가능성이 높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맞춤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호흡기·중환자 의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미국호흡기·중환자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피인용지수 21.7)’에 최근 게재됐다.

 

지금까지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기능검사를 통해 진행 정도를 평가해 왔다. 대표적으로 환자가 내뱉을 수 있는 최대 공기량을 확인하는 노력성 폐활량과 폐의 가스 확산능력을 측정하는 일산화탄소 폐확산능 검사가 있다. 

 

폐기능검사는 폐 전체의 기능 변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긴 하나 폐 안에서 섬유화가 어느 부위에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섬유화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어도 폐기능 수치만으로는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어, 실질적인 진행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는 폐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의료진마다 영상 판독에 차이가 생길 수 있고 시간에 따른 섬유화 패턴의 변화와 증가를 정밀하게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CT 영상에서 포착되는 미세한 변화를 일관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도구가 부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CT 영상을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섬유화가 진행된 폐 영역을 객관적인 수치로 측정하는 정량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이는 흉부 CT 영상에서 망상(그물 모양) 음영과 벌집 모양 음영을 인공지능 기반 자동 정량 분석을 통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동일한 기준으로 반복 측정할 수 있어 시간에 따른 섬유화 범위의 변화를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2011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받은 환자 중 첫 검사와 1년 뒤 추적 검사에서 CT 검사와 폐기능검사를 모두 시행한 환자 524명의 검사 기록을 분석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에서 2008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받은 환자 중 같은 조건을 충족한 224명을 외부 검증 환자군으로 확보했다.

 

연구팀은 자동화된 CT 정량 분석 기술을 통해 첫 검사 시점과 1년 추적 검사 시점의 폐 섬유화 점수를 산출하고 1년간 변화량을 계산했다. 이후 노력성 폐활량과 일산화탄소 폐확산능의 1년 변화량과 비교해 폐 섬유화 점수가 어느 정도 증가했을 때 실제 질병 진행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지 분석했다. 또한 ‘폐 이식을 받지 않은 채 생존한 기간’을 주요 결과 지표로 삼아 섬유화 점수를 통해 환자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분석 결과, 폐 섬유화 점수의 증가는 기존 폐기능검사에서 확인되는 질병 악화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성 폐활량이 5% 감소한 경우에는 폐 섬유화 점수가 2.72% 증가했고, 일산화탄소 폐확산능이 10% 감소한 경우에는 4.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년 동안 폐 섬유화 점수가 4.05% 이상 증가한 환자는 폐 이식을 받아야 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외부 검증 환자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특히 외부 검증 환자군에서 이 기준값을 넘은 환자의 폐 이식 또는 사망 위험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약 2.8배 높았다. 3년 예후 분석에서도 환자의 위험도를 판가름하는 지표임을 입증했다.

 

성별, 나이, 폐기능검사 수치 등을 바탕으로 환자 예후를 예측하는 기존 모델에 첫 검사 당시의 섬유화 점수와 1년 뒤 추적 검사에서의 섬유화 점수 변화를 추가하자 예후 예측력이 향상됐다. 이는 CT 정량 분석 기술을 통해 제시된 정량 지표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위험도 평가를 보완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반 CT 정량 분석 기술로 섬유화가 진행된 폐 영역을 인식해 75세 남성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1년간 폐 섬유화 진행 정도를 비교한 모습.
첫 검사 당시 폐 섬유화 점수는 11.66%이었으나 1년 뒤 추적 검사에서 15.77%로 증가했다. 망상 음영(주황색)은 9.34%에서 11.39%로, 벌집 모양 음영(분홍색)은 2.32%에서 4.38%로 늘었다.

 

최주애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CT 영상을 육안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판독자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고, 시간에 따른 폐 섬유화의 변화의 유무와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보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섬유화 점수 변화의 기준값을 제시해 향후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정기 추적 관찰과 치료 전략 수립에 CT 정량 분석 기술이 보조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호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폐가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기 어려워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특발성 폐섬유증 질병 진행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정립하고 추후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영상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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