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세포를 활용해 치료하는 세포치료 분야는 유전자 조작 기술과의 융합,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실험실 안에서 이뤄진 세포치료 연구가 치료제 보급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더욱 어렵다. 신동명 서울아산병원 세포치료센터 소장은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할 정도”라고 말한다.
“좋은 연구 결과가 있어도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세포치료제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잘 연결해 연구자들이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실제적인 치료로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서울아산병원 세포치료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세포치료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다
신동명 소장은 십여 년 전 간질성 방광염 환자가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고 줄기세포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극심한 아랫배 통증과 배뇨장애 증상을 동반하는 간질성 방광염은 유병률이 2만 명을 밑도는 희귀질환이자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배아 줄기세포로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적극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했습니다.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통증 감소는 물론 야간뇨가 크게 개선됐습니다. 방광 벽에 생기는 궤양이 사라진 환자도 있었고요. 실제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하며 세포치료 연구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논문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죠.”
이 경험은 세포치료센터의 명확한 비전이 되었다. 세포치료센터는 줄기세포와 면역세포를 비롯한 첨단 세포치료 기술을 연구하고 생산한다. 동시에 줄기세포를 확보하고 생산하는 과정부터 공여자 적합성 검사, 품질관리, 외부 제조기관과의 협력, 임상연구 준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하며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이 임상 현장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의 씨앗을 키우는 플랫폼 구축
세포치료센터를 대표하는 성과는 자체 줄기세포 플랫폼인 A-Stem이다. A-Stem은 연구자들이 동일한 품질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한 원료 세포 플랫폼으로, 지금까지 원내 여러 연구팀에 분양되며 다양한 연구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연구자가 처음부터 세포를 확보하고 배양하는 부담을 줄여 연구 효율을 높이고, 임상 적용 가능성도 함께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포치료센터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A-Stem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동물 유래 성분을 배제한 배양액을 사용해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류채민 특수전문학자는 “현재 말초신경 손상 모델을 대상으로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세포 치료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대체할 수 있어 새로운 치료 물질로 주목받는 엑소좀 연구도 활발하다. 엑소좀은 세포가 배출하는 물질 중 하나로 세포를 직접 투여하지 않고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안전성과 활용성이 높다. 엑소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문경준 연구교수는 “엑소좀은 세포치료가 어려운 영역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물질”이라며 “원내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분양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세포치료의 생태계를 만들다
최근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으로 세포치료 임상연구의 길이 넓어지면서 센터의 역할도 더욱 커지고 있다. 세포치료 임상연구의 길이 다양해지면서 자체 개발한 세포뿐 아니라 기업이 개발한 세포치료제와의 공동연구, 새로운 임상연구 모델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세포치료센터는 연구자들이 제도와 규제를 이해하고 임상연구로 이어갈 수 있도록 연구 설계부터 행정 절차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세포치료센터는 앞으로도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A-Stem 개발과 엑소좀 연구, 다양한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자체 개발 세포를 활용한 임상연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기업 협력을 통해 전주기 세포치료제 위탁연구개발·제조 기반을 확대해 서울아산병원이 첨단재생의료 분야의 혁신을 이끄는 거점이 되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
“세포치료센터는 수많은 연구자와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하려면 더 많은 연구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기초 연구자와 임상의, 세포 생산 연구원, 간호사와 행정 담당자, 외부 기관까지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며 협력하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연구자들이 세포치료센터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주기를 바랍니다.” 신동명 소장은 “세포치료센터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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