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챗GPT는 ‘의료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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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
 

의료영상 매개연구

 

 

챗GPT를 비롯한 거대언어모델(LLM)의 발전 속도가 놀랍다. 의사국가시험 문제를 풀고 복잡한 의학 질문에도 자연스럽게 답하면서, 이제는 인공지능이 실제 의료진의 역할을 어디까지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의학 문제를 잘 푸는 인공지능과 실제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인공지능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현재의 범용 거대언어모델은 사실이 아닌 정보를 그럴듯하게 답하는 ‘환각(hallucination)’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이미 학습된 정보나 검색에 의존하다 보니 최신 진료지침이나 새로운 연구 결과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렵거나, 하더라도 고급 정보는 접근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의료에서는 한 번의 잘못된 답변이 환자 안전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보 검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신뢰성이 요구된다.

 

▲ AI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범용 거대언어모델이 실제 ‘의료 전문가 AI’로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최근 연구진과 함께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는 이를 크게 세 가지 ‘지식 주입(knowledge injection)’ 전략으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의학 교과서나 논문, 임상 기록과 같은 전문지식을 모델 자체에 학습시키는 정적 지식 임베딩이다. 일반적인 언어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에 의료 분야의 전문성을 일종의 ‘장기 기억’처럼 심어주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행동 정렬(behavioral alignment)이다. 의학지식을 많이 안다고 해서 올바른 의료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상태를 지나치게 단정하지 않고, 불확실성을 표현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 검사를 권고하고 의료 안전 원칙에 맞게 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의료진의 피드백을 반영한 강화학습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동적 지식 주입이다. 의학은 끊임없이 변한다. 새로운 논문과 진료지침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모델 안에 모든 최신 지식을 저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검색증강생성(RAG)과 같은 기술을 이용하면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최신 논문이나 진료지침을 찾아 근거를 바탕으로 답변하도록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정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본적인 의학지식은 모델 내부에 충분히 학습시키고, 의료진의 판단 원칙에 맞게 행동하도록 훈련하면서, 최신 근거는 필요할 때 실시간으로 찾아야 한다. 의료 AI가 실제 임상현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세 요소가 서로 맞물려야 한다.


앞으로 의료 AI의 역할은 텍스트 질의응답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CT나 MRI 같은 의료영상, 심전도와 같은 생체신호, 혈액검사 수치 등 의료진이 실제 진료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정보를 함께 이해하는 멀티모달 AI가 중요해질 것이다. 연구에서는 이를 기존 지식 주입과 구별해 인공지능의 ‘보는 능력’을 확장하는 지각 주입(perception-injection)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다음 단계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다. 단순히 질문을 받고 답을 내놓는 것을 넘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스스로 나누고 필요한 의무기록과 논문을 검색하며 영상이나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적절한 도구를 선택해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돕는 형태다. 여러 전문 AI가 서로 협력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의료 AI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안전장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어떤 상황에서 AI가 스스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어느 순간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최종 진단이나 치료 결정처럼 환자의 생명과 직접 연결되는 판단에서는 의료진의 감독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의료 AI의 미래는 ‘AI가 의사를 대신할 것인가’라는 질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이 의료진과 함께 더 안전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이다.


거대언어모델이 진정한 의료 전문가의 도구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의학지식을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다. 전문지식, 임상적 판단 원칙, 최신 근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의료진의 감독이라는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앞으로 의료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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