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사는 플란지는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 ‘귀신 들린 아이’로 불렸습니다.
입안에 생긴 15cm 이상의 얼굴 크기만 한 혹 때문이었습니다.
8살 때 어금니 쪽에 생긴 염증은 점점 더 흉측한 종양으로 커졌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불을 피워 생활하는 마을에는 플란지를 치료해 줄 병원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외면과 괴롭힘으로 플란지는 글도 배우기 전에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무기력한 10여 년을 보냈습니다.
플란지를 발견한 것은 마다가스카르에서 활동하는 이재훈 의료 선교사였습니다.
플란지를 치료해 줄 한국 병원을 찾았고 서울아산병원과 아산재단에서 답이 왔습니다.
2018년에 아산상 의료봉사상을 받은 인연이 이어진 것입니다.
플란지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낯선 나라에 가서 어려운 수술을 받을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플란지는 머뭇거리지 않고 답했습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요.”
스물두 살의 플란지는 한국행을 준비하면서 뒤늦은 출생신고도 했습니다.
플란지가 앓는 중심거대세포육아종은 100만 명당 한 명에게 발병하는 희귀 질환이었습니다.
이를 치료하기에는 영양 결핍이 의심될 정도로 야위어 전신마취조차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는 플란지에게 수술 전까지 부지런히 먹고 체력을 키울 것을 당부했습니다.
2주 뒤 성형외과와 치과, 이비인후과가 협진해 종양을 제거하고 다리뼈와 혈관을 포함한 피부를 목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치료 목표는 플란지의 몸과 마음을 재건해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8시간의 대수술 끝에 붉은 혹이 있던 자리에는 검은 피부가 덮였습니다.
플란지는 빨리 고향에 돌아가 글을 배우고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들려주었습니다.
입가에는 아직 어색하지만 확실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리얼스토리 희망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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