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대화와 공감의 힘 2023.02.06

암병원간호1팀 박지연 사원

 

 

박00 님은 유방암 판정을 받은 뒤 부산에서 홀로 우리 병원을 찾아왔다. 많지 않은 나이에 암이라는 질환을 처음 접한 환자는 입원 후 검사를 받는 내내 두려움과 걱정을 홀로 견디어 내며 줄곧 눈물을 흘렸다.

 

커튼을 열고 들어갔을 때 보호자 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환자에게서 짙은 쓸쓸함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밤 11시까지 담당할 간호사입니다. 혈압 한 번 재고 내일 있을 검사에 대해 설명드릴게요”라고 말을 했을 때 환자는 “네”라고 짧게 대답할 뿐 잠깐의 시선조차 주지 않고 걱정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환자의 책상 위에는 유방암과 관련된 신문기사와 책 등 공부한 흔적이 가득했다. 걱정스런 마음에 말을 꺼내보았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간호사한테 말씀을 해주셔도 돼요. 잘 설명해 드릴게요. 혼자 걱정하면 스트레스만 받고 마음이 힘들어져요. 도움이 필요하면 꼭 말씀해 주세요.”

 

일을 하는 중에도 홀로 창밖을 보던 환자의 모습이 떠올라 시간이 있을 때마다 환자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은 기분이 좀 어떠세요? 혹시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환자가 처음으로 내게 말을 꺼냈다. “여러 병원을 다녔는데 저한테 이렇게 신경을 써준 간호사는 처음이네요. 유방암을 진단받고 멀리서 혼자 이곳에 오니까 불안하고 걱정이 돼요. 아들을 혼자 두고 왔는데 항암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너무 슬퍼요.” 나는 불안해하는 환자의 손을 잡아주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초기일 때 발견이 됐으니까 항암을 잘 받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라고 다독이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여러 검사를 마치고 퇴원하는 날, 환자는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그늘진 얼굴이 아닌 환한 웃음으로 날 맞이해줬다. “환자에 대한 사무적인 태도가 아니라 저를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져주고 걱정을 해준 덕분에 항암 치료를 잘 이겨내겠다는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 보호자가 옆에 없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걱정을 나누고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었다는 생각에 간호사로서 보람이 느껴졌다. 이후 시간이 흘러 환자는 수술을 받기 위해 다시 입원을 했다. 그때도 가족 없이 혼자 올라온 환자는 먼저 나를 발견하고 말을 건넸다. “이번에는 수술을 받으러 왔어요. 선생님을 또 뵐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네요.” 환자는 모든 항암 치료와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을 했다.

 

간호사로서 환자들의 말을 옆에서 귀담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화와 공감은 환자와 나 사이의 벽을 허물고 진심을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앞으로도 환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그들의 짐을 나누어 질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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