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심장질환의 종착역, 심부전 2023.03.29

심장내과 현준호 교수

 

 

‘장기부전’이라는 표현은 해당 장기가 본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저하되거나 문제가 발생해 본래 기능인 혈액의 충만이나 박출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뜻한다. 심부전은 전 세계적으로 6,400만 명 이상, 국내 75만 명 이상이 이환되었고 일반 인구의 1.5% 정도가 심부전증에 해당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심부전은 지병이 많을수록,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향후 기대 수명 증가에 따른 심부전 유병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인들의 가장 흔한 심부전 원인인 관상동맥 질환 외에도 판막 질환, 부정맥, 고혈압 등 다양한 심장질환이 2차적인 심부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심장 근육이 병들어 1차적인 심부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확장성 심근증과 비후성 심근증이 이에 해당한다.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호흡곤란과 부종이 있다. 호흡곤란은 주로 활동 시 심박출량의 증가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잘 유발된다. 그러나 다른 다양한 질환에서도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감별에 도움이 되는 증상이 바로 기좌호흡이다. 기좌호흡은 똑바로 누웠을 경우 호흡곤란이 유발되거나 일어나 앉으면 호전되는 증상으로 심부전일 가능성이 높은 증상 중 하나다. 그 밖의 증상으로는 심박출량 감소로 인한 운동능력 저하, 심한 피로감, 기력 저하와 실신 등도 심부전의 증상에 해당한다.

 

심부전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는 심장 초음파이다. 심장 초음파를 통해 심실 확장, 구획률 감소, 판막 기능 이상, 이완기 장애 등 기능적 혹은 구조적 장애를 확인한다. 만일 이것으로 증상 설명이 가능하다면 심부전으로 진단할 수 있다. 또한 혈액 검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뇌나트륨이뇨펩티드 검사도 심부전 의심 환자의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패혈증, 폐질환 등 다양한 비 심장 질환에서도 유사한 형태를 보일 수 있어 이 검사 자체만으로는 심부전이라 진단하지는 않는다. 심부전은 다양한 분류 방법이 있지만 주로 좌심실 구획률에 따라 좌심실 기능저하(40% 이하), 경도감소(41~49%), 그리고 보존(50% 이상)인 경우 심부전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는 주로 치료에 대한 주요 연구를 기준으로 구분한 것으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심부전 치료는 증상 경감을 위한 대증 치료와 예후 개선을 위한 치료로 나뉜다. 폐 울혈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물이 이뇨제다. 이는 염분을 소변을 통해 배출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체내 수분을 감소시킨다. 또한 혈압이 저하되어 장기 관류가 저하된 심한 심부전 상태인 경우 승압제나 강심제를 사용해 심장 기능을 보조하고 혈압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약물치료에도 장기로 가는 혈류 흐름이 원활해지지 않는다면 체외막산화기 같은 기계장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심부전은 대증치료만으로는 예후가 변하지 않고 진행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어 예후 개선을 위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예후를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주요 치료에는 레닌-안지오텐신계 차단제, 베타차단제, 염류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와 최근 1차 심부전 약제로 추가된 나트륨-포도당 공동 수송체2 억제제가 사용된다. 최근 학계에서는 좌심실 구획률 저하 심부전 환자에게 이 4가지 약물을 모두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약물 치료 외에도 심부전의 원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에 대한 치료도 매우 중요하다. 관상동맥 질환에서 재관류 치료와 부정맥이 원인이라면 맥박수 조절을 포함한 부정맥 치료, 판막 질환 치료 등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

 

외래에서 심부전 환자를 진료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심부전 치료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음식 섭취가 심부전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영양 결핍도 드물게 심부전의 원인이 될 수는 있으나 매우 드문 경우인 반면 음식을 통해 악화되는 상황은 다양하다. 특히 염분이 많은 짠 음식을 섭취하면 체내 수분 용적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심장의 부담도 증가하여 심부전이 악화될 수 있다. 즉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가 보다는 짜지 않게 먹는 것이 심부전에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과거 심부전은 이환될 경우 일부 암보다도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예후가 상당히 개선됐다. 치료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약물치료 외에 제세동기 같은 의료기기를 활용한 치료, 환자 교육, 영양 상담 등 다학제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이 힘을 합쳐 환자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심부전은 더 이상 심장질환의 종착역이 아닌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