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식사는 하셨어요?” 2023.05.04

암병원간호1팀 곽나린 간호사

 

 

김지영(가명) 님은 식도암 치료를 위해 식도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수술 후에는 상처가 잘 아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시경을 시행하는데 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야 물을 삼킬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노력에도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상처가 아물지 않아 금식 기간은 계속 길어졌고 점점 야위어 갔다.

 

매번 검사 결과를 듣고 실망하는 듯한 모습에 “조금 실망하셨죠? 그래도 조금만 더 힘내서 걷기 운동도 하고 가래도 잘 뱉어내고 폐 운동도 열심히 하다 보면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라고 위로를 건넸다. 그러자 환자는 “괜찮아요.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열심히 돌봐 주시니까 하나도 걱정 안 해요”라며 씩씩하게 답해주었다. 하지만 간호 순회를 할 때마다 항상 휴대폰으로 다른 사람들의 ‘먹방’을 보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

 

물도 마시지 못한 지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바쁜 업무로 점심을 거른 채 일을 하고 있었는데 김지영 님이 내게 다가와 “간호사님,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갑작스런 물음에 “아니요, 오늘은 조금 바빠서 아직 못 먹었어요”라고 답하자 냉장고에서 두유를 하나 꺼내 오더니 “아이고,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하고 일해야지~” 하며 주머니에 두유를 넣어 주었다. 이때 나는 ‘아, 내가 힘들어도 간호사를 계속 할 수 있는 이유가 이런 거였지!’라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본인은 2주 넘게 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있지만 오히려 내게 밥은 먹었냐고 물어봐 주며 음식을 챙겨주는 환자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하루빨리 상처가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3주 정도 지났을 때 드디어 상처가 다 아물어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 김지영 님의 내시경 검사 결과를 듣고 병동 사람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들뜬 마음으로 식이 교육을 하러 갔는데 밝은 표정의 환자가 “다 간호사님 덕분이에요. 물맛이 아주 꿀맛이에요”라고 말해주어서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병동에서 근무하며 많은 환자들을 간호하지만 가끔은 내가 환자들로부터 따뜻한 말을 듣고 치유 받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더 오랫동안 간호사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 김지영 님은 다행히 합병증 없이 퇴원하면서 “간호사님 덕분에 치료 잘 받고 가요. 집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이 아주 많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한 달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집에 가서도 회복 잘 하시고 먹방에서 본 음식들 모두 꼭꼭 씹어서 다 드세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점점 옅어지겠지만 환자들이 전해주는 이런 작은 감동과 소중한 추억이 쌓여 오늘도 간호사로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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