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와 아기 모두를 위해 2023.06.07

암병원간호2팀 문소희 주임

 

 

첫 아이를 임신해 이제 막 11주를 넘긴 김수지(가명) 님의 진단명은 자궁경부암이었다. 환자는 치료적으로 유산을 해야 하며 경부암에 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입원했다. 입원 후 검사 결과 암의 사이즈는 이미 6cm가 넘게 커져 있는 상태였고, 임신 중이기 때문에 일부 검사를 시행할 수 없어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도 100% 확신할 수 없었다.

 

교수님, 전문의와 함께 해외 문헌을 찾아보았고 11주의 임신 초기 산모에게는 항암치료를 권장하지 않으며 추후 치료 예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예전에 산모에게 항암제를 투약한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20주 이상 지난 상태였기 때문에 3번 정도 투약 후 출산을 계획했다. 하지만 김수지 님의 경우 출산까지 6번 이상 투약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의료진은 임신 유지가 어려운 상태고 자궁경부암의 치료가 시급함을 설명했지만 환자는 뱃속의 아이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많은 고민과 설득 끝에 환자는 선행항암화학요법을 2차례 시행한 뒤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그때는 유산을 하고 경부암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항암치료 전까지 항암제가 임신 초기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항암제 전에 투약 되는 다른 약물들은 문제가 없을지 등을 고민했고 이미 확인된 약제들도 다시 한번 약제팀과 살펴봤다. 모든 의료진이 환자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혀진 부분까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환자에게 “모든 선생님들이 열심히 준비했어요. 우리는 아이까지 생각해야 해서 항암제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약제들 중에 사용할 수 없는 약물도 많아요. 어떤 순간에는 김수지 님이 홀로 견뎌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를 지키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 치료가 잘 진행될 수 있게 다같이 노력해 봐요”라고 말했다.

 

2차 항암 후 다행히 암의 사이즈는 4.5cm로 줄었고, 약이 효과를 보여 최대한 임신을 유지하면서 항암치료를 지속하기로 했다. 4차 항암 후에는 2.5cm, 6차 항암 후에는 1.8cm까지 암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34주까지 아이는 무사히 자랄 수 있었고, 출산과 동시에 자궁경부암에 준한 치료를 시작했다. 정말 다행히도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에서 주변 전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환자는 수술 후 보조적으로 항암치료를 3차례 더 받았고 지금은 외래에서 경과를 관찰 중이다.

 

아이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다. 김수지 님은 퇴원하는 날 복도에서 내게 아이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가 살 수 있었던 건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치료해주셨기 때문이에요. 선생님들의 도움을 평생 잊지 않을게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환자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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