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이식은 백혈병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중요한 치료법입니다.
예전에는 조직적합성항원(HLA)이 100% 일치해야만 이식이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이제는 50%만 일치해도 이식이 가능해져, 환자분들의 희망을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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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안녕하세요,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최은지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백혈병을 포함한 혈액암의 치료방법 중에 골수이식, 정확한 용어로는 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단어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조혈모세포이식은 기증자와 공여자간의 조직적합성항원이 100% 일치해야만 안전하게 이식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직적합성항원이 50%만 일치하는 경우를 뜻하는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하게 되었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시행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영상에서는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조혈모세포란?

조혈모세포는 피를 만드는 어머니세포라는 뜻으로 우리 몸 속에 있는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원조 세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혈모세포는 골수, 혈액, 탯줄에 존재하고 있고 우리 몸에 일정한 수의 혈액세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분화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백혈병 같은 혈액암에 걸리게 되면 조혈모세포가 비정상적 암세포로 변질이 되고 증식을 해서 정상적인 백혈구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원래 백혈구는 외부로부터 들어온 물질이나 암세포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세포이지만 백혈병으로 인해 생기는 비정상적인 백혈구는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어서 우리 몸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조혈모세포이식?

백혈병은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증식하는 병이기 때문에 백혈병 치료의 목표는 항암제와 같은 약물을 통해 비정상적인 백혈구를 없애고 정상적인 백혈구를 생산해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를 관해라고 부릅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관해 상태의 백혈병이 재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면역치료의 일종입니다. 즉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백혈병 환자에게 이식하여 일부 남아있는 백혈병 세포를 공격해서 사멸을 시키고 골수에 생착을 잘 시켜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로 치환시키는 치료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조혈모세포는 크게 동종과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으로 나누어 지고 자가는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동종은 환자와 조직적합성항원이 일치하는 가족 구성원, 또는 타인 공여자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혈모세포이식은 백혈병을 포함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나 림프종·다발골수종과 같은 악성혈액질환, 그리고 재생불량빈혈이나 유전질환 등을 포함한 다양한 양성 혈액질환을 치료하는데 이용됩니다.

조직적합성의 중요성

조혈모세포이식은 혈액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매우 효과적인 면역치료이지만 또 그 만큼 치료에 따르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합병증 중 공여자의 조혈모세포가 환자의 몸에 생착하지 못하고 탈락해버리는 거부반응이 있고 이것을 생착 실패라고 부릅니다. 또한 이식된 공여자의 세포가 환자의 피부나 장, 간과 같은 세포를 공격해서 일어나는 이식편대숙주질환이라는 병도 있습니다.
이러한 합병증들은 이론적으로 환자와 공여자 간의 면역체계가 서로를 남으로 인식함으로써 발생하는 면역 반응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환자와 공여자의 조직적합성항원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해 왔습니다.
조직적합성항원, HLA라고 불리는 이 단백질은 인간의 모든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세포막 단백질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바이러스나 세균, 암세포를 공격해야겠다고 인지하는 대표적인 기전이 이 HLA가 불일치하는 경우에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면역반응이 되겠습니다. 조혈모세포이식 전에 시행하는 유전자 검사는 바로 이 HLA가 환자와 공여자 간에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환자와 공여자의 HLA가 완전 일치하는 경우를 찾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한 쌍, 즉 두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 유전자의 반은 어머니에게서  반은 아버지에게서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아버지가 1,2 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어머니가 3,4 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그 사이에서 나오는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유전자 조합이 13, 14, 23, 24 이렇게 네 가지 종류가 됩니다. 따라서 형제간 HLA가 일치할 확률은 1/4, 즉 25%가 되겠고 , 반일치할 확률이 50%, 불일치할 확률도 25%가 됩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에는 당연히 50%가 일치하는 반일치가 되겠습니다. 비혈연 타인과 HLA가 일치할 확률은 가족 구성원과 HLA가 일치할 확률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조직적합성이 절반만 일치해도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술이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였고 그로 인해서 HLA가 일부만 일치하더라도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입니다. 조혈모세포이식 전에 항암요법이나 방사선 요법을 통해서 환자의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든다든지, 이식 후 면역억제제 투여를 통해서 환자의 면역체계가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조절한다든지, 또한 다른 세포치료를 통해 면역체계를 교정하고 이식받은 조혈모세포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드는 등 다양한 치료법들이 개발되어 있어서 이러한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이 예전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의 장점

문제는 전통적으로 가장 적합한 공여자로 여겨져 왔던 HLA일치 공여자를 찾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최근 출산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어서 HLA일치 형제 공여자를 찾기가 어려운 점이 있고 HLA 100% 일치하는 타인 공여자가 있을 확률도 약 3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타인 공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미리 유전자 검사를 받아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등록해야 하는데 (현재 국내) 등록 수가 많지 않고, (공여자를) 해외에서 찾는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검색 확률이 높지 않고 비용이나 시간 효율성 측면에서 다소 단점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부모-자식 간, 형제 중 반일치 공여자를 찾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은 공여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환자 분들에게 아주 좋은 치료옵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아산병원의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골수이식(조혈모세포이식) 초기에는 HLA 반일치에 따른 면역학적 합병증 때문에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지만, 최근 여러 기술의 발전으로 그 성적이 매우 향상되어서 일부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같은 질환에서는 공여자에 따른 항 백혈병이나 합병증 측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에서 1차 관해 상태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 성적을 보면 이식 후 생존기간에 있어서 공여자 간의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은 이식전처치나 이식편대숙주병의 예방 약제와 같은 보조적인 치료에 따라서 이식 후 성적의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험이 많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아산병원은 1993년 첫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800건이 넘는 동종 조혈모세포이식과 900건에 가까운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해 왔으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저강도 전처치요법을 이용한 반일치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을 자리잡게 한 대표 기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이 이러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경험이 많은 의사, 전문 간호사를 포함한, 약사, 영양사 등 수많은 의료진들이 하나의 이식팀을 구성해서 조혈모세포이식 과정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고, 또 수많은 유관 진료과와 긴밀한 협조 및 연구를 통해 이식 성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혈모세포기증을 위한 유전자검사 등록을 해야하는 이유

조혈모세포이식은 가장 강력한 항 백혈병 효과를 가지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법입니다. 그러나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환자분들 모두가 공여자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들께서 조혈모세포기증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많이 받으실수록 더 많은 환자분들이 이런 중요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콘텐츠 아래 본문에서 안내해드리는 웹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은지 교수의 한마디

사실 백혈병이라고 하면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먼 남의 이야기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혈병으로 진단 받으신 환자 분들께서는 '왜 내가 백혈병에 걸렸는지',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자책하고 또 절망에 빠지시기도 합니다. 또 백혈병이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분들과 가족분들까지도 치료 중에 많이 지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여러 좋은 치료법들이 개발되어서 백혈병 환자가 완치되어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은 과거보다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환자분들이나 가족분들의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제가 전부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긴 여정을 함께할 준비가 된 많은 의료진들이 여기 늘 스탠바이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