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연구실에서 듣다] 끊임없는 연구로 경추치료의 새 길을 열다 2023.08.04

서울아산병원 이동호 정형외과 교수

 

▲ 이동호 교수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경추질환 분야에 집중해 국제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동호 교수의 마음 한켠에는 항상 오래된 환자 차트가 있다. 20여 년 전 그가 담당해 수술을 집도한 환자들이다. “최근 20년간 경추질환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당시에는 경추 수술이 위험한 수술로 알려져서 의사들이 기피하는 수술이었어요. 경추는 뇌에서 몸 전체로 내려가는 신경과 척수가 모여 있어서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관련 연구가 부족했고 수술 도구도 투박했죠. 최선을 다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한계가 있어서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분들을 기억하고 있어요. 가끔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봐요. 이렇게 했으면 좀 나았을까 하면서요.”

20여 년 전 젊은 의사의 좌절과 고뇌는 그대로 임상 연구로 이어졌다. 이동호 교수는 경추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를 거듭해 세계적인 학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국내 경추 치료 수준을 높였다. 2013년 경추질환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북미 경추연구학회(Cervical Spine Research Society)와 아시아태평양 경추연구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으며 두각을 드러낸 그는 2017년, 2019년, 2021년 거듭 북미 경추연구학회 최우수 임상연구논문상과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북미 경추연구학회에서 임상연구부문 1등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같은 학회에 매년 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며 끊임없이 연구한 노력의 결실이다.

 

국내 최초 북미 경추연구학회 대상 수상

“경추질환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북미 경추연구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싶어 합니다. 저도 2006년에 처음 학회에 참석해서 ‘꼭 한번 발표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었어요. 2010년에 처음으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이후로도 북미 경추연구학회에 계속 도전해서 1등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 10여 년 간 우리 팀이 직접 발표한 논문이 30편 정도고, 매년 10편 이상의 논문이 유명 저널에 실렸어요. 아마 경추질환 분야 논문 수로 전 세계 1, 2위를 다툴 거예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회의 인정을 받은 것도 큰 성과지만, 그에게는 이번 수상이 의미 있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1등상을 수상한 논문은 ‘경추 척수증 환자에서 경추체 전방 전위 절골술(Vertebral body sliding osteotomy)의 장기 추시 결과’에 관한 연구로, 8년 전 그가 이끄는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고안한 경추체 전방 전위 절골술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입증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경추체 전방 전위 절골술은 경추의 퇴행성 질환으로 발생한 압력이 척수를 누르며 생기는 경추 척수증 수술에 있어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경추 정렬과 신경기능 회복이 우수한 수술법이다. 이동호 교수와 연구팀은 경추체 전방 전위 절골술을 받은 환자들을 최소 5년 이상 추적 관찰한 후 임상적·방사선학적 결과를 분석해 해당 시술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입증했다.

“새로운 수술법이나 치료법이 받아들여지려면 10년은 걸리기 때문에 효과를 입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야 많은 의사들이 안심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수 있거든요. 권위 있는 학회에서 1등상을 받은 것도 의미 있지만, 제가 개발한 수술법이 세계 무대에서 그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것도 중요하죠. 게다가 환자들의 경과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와서 더 뿌듯합니다.”

 

▲이동호 교수가 환자들을 위해 집필한 세 권의 경추질환 시리즈.
▲ 2022년 북미 경추연구학회에서 발표하는 이동호 교수.

 

평생의 천직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싶어

이동호 교수는 경추질환 분야를 자신의 천직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 분야를 택한 것은 아니었다. 인턴 시절 접한 정형외과 수술은 ‘제페토 할아버지가 피노키오를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수술을 마친 환자들이 제 기능을 찾고 행복한 얼굴로 퇴원하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특히 구부러진 허리를 펴는 척추 수술이 매력적이었는데, 정작 스승인 이춘성 교수가 그에게 권한 것은 경추질환 분야였다.

“자의 반 타의 반의 선택이었지만 금세 천직을 만났다는 걸 깨달았어요. 경추 수술은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차분하고 신중한 수술이 핵심인데 제 성격과 딱 맞았고 무엇보다 재미있었으니까요. 제게는 정말 큰 행운이었지요. 아직도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많아요. 앞으로 정년까지 10년 남았는데, 새로운 연구를 시작해서 결과를 보려면 최소 10년은 걸리니까 좋은 주제를 고르고 연구해서 훌륭한 결실을 맺고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동호 교수는 ‘스승과 동료 교수 등 좋은 분들에게 배움뿐만 아니라 선한 영향을 많이 받아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특히 20년간 연구에 푹 빠져 사는 남편에게 한 번도 불평하지 않은 사랑하는 아내의 덕이 크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