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원칙대로 정도를 걸으며 2018.05.08

원칙대로 정도를 걸으며 - 정형외과 이범식 교수

 

“다시 산 것 같네!” 인공관절 수술 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보던 어르신의 첫 마디였다.
동네 앞 외출에 필요한 시간 10분, 무릎 관절염은 그조차 허락하질 않았다. 집안만 겨우 오가며 점차 삶의
의욕을 잃어가던 어르신은 이제 시장도, 노인정도, 복지관도 마음껏 다닐 수 있게 됐다. 일상의 회복.
정형외과 이범식 부교수가 오늘도 환자들을 마주하는 이유다.


의료 봉사로 만난 인연

의대생 시절, 이범식 부교수는 고등학교 선배를 따라 의료봉사회에 가입했다. 그리고 주말이면 의료 서비스가 잘 닿지 않는 동네를
방문했다. 간단한 진찰과 약품 지급에 불과한 의대생들의 방문이 마을엔 단비 같던 시절이었다. 어딜가나 어르신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비슷했다. 혈압, 당뇨, 관절염 등 주로 내과나 정형외과에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었다.

“방문 치료를 하다 보면 마을 어르신들의 실생활도 접하게 되잖아요. 정형외과 의사가 되면 어르신들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더라고요. 관절 통증을 줄여드릴 수 있으니 환자들의 반응도 즉각적이고 좋았죠.”

의료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절실함과 치료 전후의 큰 변화를 목격하며 정형외과에 관심을 두게 된 이 부교수. 공부하면 할수록 꼼꼼하고
세밀한 치료 성격을 지닌 정형외과로 마음을 굳혀갔다. 사실 의료봉사회 활동에서 인생의 많은 가지가 뻗어나갔다.
봉사하며 만난 약대생은 지금의 아내가 되었고, 봉사회 선·후배들이 많던 우리 병원과도 자연스레 인연이 닿았다.


흔들림 없는 원칙

 

그는 많은 환자에게 수술 안 해도 된다는 진단을 내린다. 나이와 증상, 활동 정도를
고려해 수술 대신 약물치료, 운동치료, 물리치료 등 가능한 방법을 먼저 찾기
때문이다.죽을 때까지 자기 관절을 쓸 수 있을지 최소 10~20년은 내다본 후에야
수술을 결정짓는다.

“저를 찾아오는 환자 중 상당수가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수술 때문에 이미 무릎이
망가져서 옵니다. 40~50대면 관절이 아직 젊은 축에 속하는데 MRI 결과만 보고
급하게 관절경 수술을 해버린거죠. 그 때문에 추가적인 수술이 이어지고 인공관절
수술 시기까지 앞당겨져요. 그럴 땐 먼저 우리 병원에 왔으면 좋았을 걸 싶어요.
환자들은 정직하게 치료한다는 의미를 잘 모를 거예요. 하지만 의사라면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간혹 여러 병원을 돌며 불신이 쌓인 환자들은 그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또 교정보단 쉽고 빠른 수술을 요구하는 환자도 있다.

“환자가 다시 오지 않을지라도 꼼꼼히 상의하고 치료 방향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환자 본인의 의지나 확신이 없으면 치료 결과도 좋지 않거든요.”


듣다 보니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그렇게 배웠고, 우리 병원이 정직한 진료가
가능해 다행이라면서.

 

차곡차곡 내공을 쌓다

그의 이야기는 내내 환자와 의술을 향해 있었다.

“의사라면 가진 무기가 많아야 해요. 술기를 가리지 않고 모두 다뤄야 통합적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니까요.”

최근 그의 관심사이자 주특기는 ‘원위 대퇴골(허벅지뼈) 절골술’이다. 그동안 하지 교정은 정강뼈 부위에만 집중돼왔다. 대퇴골 부위는
적용환자가 적고 혈관신경 손상 위험도 높아 다들 다루기 꺼리는 술기였다. 하지만 그는 환자의 다리 모양에 맞게 면밀한 교정 부위
선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혼자 자료를 찾아가며 외면받던 술기를 부지런히 익혔다. 그리고 지금은 특화된 그만의 무기가
되었다. 자신을 통해 후배들에겐 보다 익숙한 술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도전과제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최근에 만난 환자 이야기를 꺼냈다. 교정치료로 충분했을 환자였다. 하지만 무릎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땐 손 쓸 여지가 없었다. 인공관절 수술이 불가피했다.

“환자마다 악화되는 시기와 속도가 다 달라요. 이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정해진 룰은 아직 없거든요. 앞으로 환자마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잡는데 필요한 임상 데이터를 쌓아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꼭 밝혀내야 할 과제죠.”


그는 일상적인 진료에 안주하지 않았다. 엄격한 진료 원칙을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자신감 있는 실력과 끊임없는
노력 때문일지 모르겠다. 지금도 그는 치열하게, 그리고 흔들림 없이 환자들을 더 건강한 걸음으로 안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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