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아이디어는 항상 환자 곁에 있다 2016.03.09

아이디어는 항상 환자 곁에 있다 - 유방ㆍ내분비외과 고범석 교수

 

“수술실 천장에 달린 레이저 빔이 환자의 종양 부위를 정확히 가리켜 빛을 쏜다. 집도의의 안경은 종양의 위치와
모양을 환부에 증강현실로 구현해 수술 부위를 오차 없이 떼어낼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SF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지금 그의 도전 과제다”


새로운 도전, 아이디어로 앞서다

유방ㆍ내분비외과 고범석 교수는 올해 1월 3D 프린터를 활용해 유방암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새로운 타입의 실리콘 유방 보형물 연구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수 년전부터 고민해오던 유방 보형물 연구는 지난해 5월 융합의학과 김남국 조교수의 3D 프린팅 기술에 관한 강연을 듣고 난 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평소 3D 프린팅 기술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여겨졌던 분야에서도 활용 비중이 놀랄 만큼 커진 것을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유방 재건 수술에 사용되는 실리콘 보형물은 터지거나 샐수 있다는 문제점을 늘 안고 있었다.
해결 방법을 찾던 그는 곧 김 조교수와 팀을 이루어 터지지 않고 가벼운 유방 보형물을 만드는 과제를 진행했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민하는 날이 늘어났지만, 도전하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는 유방암 환자의 MRI 결과를 3차원 모델링 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환자의 유방에 꼭 맞는 수술 가이드를 출력해냈다.
이 모형에 암세포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는 색소 주입구를 만들어 암세포 주변을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형이 만들어지기 전까진 선행 항암치료 후 암이있던 영역을 식별하기 힘들어 실제 종양 영역보다 넓게 절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종양의 위치를 수술실 안에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절제 부위가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취 후 수술 가이드를 이용하여 표시하니 그만큼 환자의 통증이나 대기 시간도 크게 줄게 되었죠 .”


3년 전부터 그는 수술 시야를 넓히고 흉터를 최소화하는 지그재그 절개술을 유방암 환자에게 적용, 시행 중이다. 지그재그 절개술은
유방암 환자의 유두 주변부 모양을 따라 절개하는 방법으로 회복 후엔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기술뿐 아니라 미용상 크게 주목 받는
수술이다. 그가 이처럼 절제 부위와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유방암 환자들이 ‘나는 암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주변을 깊이 살펴보는 눈

 

그는 아이디어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이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한국어로 된 메뉴판을 읽지 못하는 해외 연수 의학자를
위한 ‘영문 표기 메뉴판’부터 환자가 신발을 신은 채
침대에 누워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한 ‘진료 침상신발 커버’,
병실에서 오매불망 주치의를 기다리는 환자를 위한
‘EMR 회진 알람앱’ 등도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다.
외과 의사에겐 다소 생소한 도전. 이유를 묻자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라고 했다.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났다면 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가 꺼내 보여준 한 가족사진. 아들 셋을 품에 안은
아버지가 활짝 웃고 있었다.

 

“10년 전 평택에 있는 작은 병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만난 분이에요.”

가사 상태로 들어온 젊은 남자는 1시간이 넘도록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음에도 심장이 다시 뛰지 않아 거의 사망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어린 쌍둥이 아들과 부인의 간곡한 매달림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해보잔 마음으로 메스를 들고 환자의 가슴을 열었다.
그는 손으로 직접 심장을 만져 마사지를 시작했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었죠.”

그날 그곳에서의 경험은 지금의 그가 한계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리는 이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유가 됐다.


그는 늘 ‘의사로서 나는 최선을 다했는가?’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주변을 깊이 살펴본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진다면 지금의 노력이 전혀 헛되지 않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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