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99점에 이를 때까지 2020.02.03

99점에 이를 때까지 - 정형외과 김지완 교수

 

2018년 골감염이 동반된 골절 환자를 만났다. 20여 년간의 투병으로 혼자선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환자와 대화하던 중에 아들의 혼사를 앞둔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결혼식 때 휠체어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걷는 것을 치료 목표로 삼고 수술과 진료 일정을 잡았다. 약 1년간의 치료를 거친 환자는 목발 없이 당당하게
결혼식에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환자의 해피엔딩은 김지완 교수의 활력이 되었다.
 

따뜻함이 깃든 진료실

"치료 실력은 물론이고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

뻔한 목표 같아도 환자의 환경과 상황 등을 세심하게 살펴 치료에 반영하고 조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 골절과 고관절이
전문 분야인 김지완 교수는 진료실 밖 환자의 일상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누가 도와주는지, 행동반경은 어떻게 되는지 살뜰히
질문하면서 말이다.

"80~90대 환자분들에게 받는 감사의 손편지는 큰 감동을 줍니다. 그야말로 정성이고 진심이거든요. 저도 만나는 환자마다 표정과
마음을 읽으려고 합니다.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을 의사가 콕 집어주는 것에서 치료가 시작되니까요."


진료실을 떠나는 환자에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치료할게요”라는 말을 건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의사로서 하기 부담스러운 약속이지만 환자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이죠. 저 스스로의 다짐도 되고요."

다행히 어르신들에게 살갑게 대하며 좋은 관계를 만드는 성격은 정형외과 진료에 잘 맞았다.
 

예상치 못한 경험과 기회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펠로우 2년을 마치고 부산의 신생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골반과 외상 분야를 책임지는 자리였다. 사실 정형외과는
생사를 결정짓는 치료가 드물다. 그런데 중증 외상 환자를 만나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2015년 1월 어느 날, 새벽 3시에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뛰쳐나갔습니다.
20대 청년이 골반 골절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골반 출혈을 막는 수술로
겨우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 후 골절 수술을 거쳐 무사히 회복됐고요.
정작 환자 자신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저는 그 환자를 볼 때마다 안심이
되고 감사했습니다. 돌아서며 혼자 미소 지었죠."


신설 지방 병원의 부족한 연구 환경은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서울에서 하던 의생명연구를 이어가기 어려워 3D프린팅 연구를 시작했다.
그동안 골반 골절이나 골변형 교정술을 진행하면서 2차원의 엑스레이를 통한
계획과 치료에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수술 부위를 3D 이미지화하고 실제 환자의
모형을 만들면 정확한 계획과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었다. 환자 맞춤형 수술
구현이라는 한발 빠른 시도로 국책 연구사업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혼자서 수술과
연구를 병행하며 한계를 느껴갈 때쯤 스승님의 뒤를 이어 서울아산병원에
돌아오게 되었다.
 

 

"과제를 수행하는 데 많은 전문가와 연구 인프라의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적극적인 협업으로 연구에 탄력이 붙었죠. 돌이켜보면
부족한 환경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꾸준히 노력했던 것이 좋은 초석이 되었습니다."

 

누적되는 각오, 거침없는 실행

정형외과 치료는 수술을 마치고 수술 결과를 바로 확인하고 예측할 수 있다. 그때마다 ‘어떻게 하면 환자를 더 잘 치료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누적된다. 그래서지금까지 주로 해오던 최소침습수술과 더불어 내시경, 내비게이션, 로봇 수술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의공학과와 장기적인 연구를 구상하고 있다. 또 한국인의 골 형태에 관심을 두고 연령대에 따른 대퇴골 형태 변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 고령 여성에게 많이 발견되는 O자 다리 형태는 기존 내고정물과 맞지 않았다. 수술 테크닉으로 그 간극을 좁혀왔으나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인의 대퇴 형태를 3D 이미지로 만들어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국인에게 맞는 수술 기구를 만들어
문제점을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임상 치료의 안전성을 높이고 환자 개인에게 딱 맞는 수술 방법을 찾을 겁니다. 99점에 닿을 때까지요."
 


왜 99점일까. 최상의 실력과 최선의 노력에도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겸손한 확신’으로 거침없이 본분을 지켜나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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