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소아과 의사로 산다는 것 2016.01.08

소아과 의사로 산다는 것 - 소아일반과 유진호 교수

 

“선생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 주셨잖아요.”
낙심한 그를 위로한 것은 아이의 보호자였다. 태어나자마자 심장과 간의 이상으로 병원을 계속 와야 했던 아이.
아이의 폐에 작은 구멍들이 발견되면서 그에게 보내졌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독일의 권위자에게 조직 검사 결과를 보내 의견을 구하고, 관련 자료를 샅샅이 뒤지며 꽤 오랜 시간 아이를 위해
고민했다. 아이는 몇 번의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한동안 아이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아이와 부모를 기억하고 있다.


소아과 의사와 보호자의 특별한 인연

소아일반과 유진호 교수는 소아 환자의 호흡기ㆍ알레르기 질환을 담당한다. 아토피 피부염에 걸린 아이, 천식을 앓는 아이, 음식물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아이, 폐색성 기관지염으로 고통받는 아이, 폐 이상으로 숨을 쉴 때 쌕쌕 소리가 나는 아이를 치료한다.
소아 알레르기 환자들은 성장하면서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 면역 질환을 차례로 겪기 때문에 그 과정을 묶어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부른다. 알레르기 질환은 아직 근본적인 완치방법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관리를 잘하면 증상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에 소아 환자의 경우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의사와 보호자의 관계는 특별해질 수 밖에 없다.
7년간 함께 일한 간호사에 따르면 그는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도록 세심하게 지도할 뿐 아니라 절박한 부모의 마음까지 잘 헤아리는
의사다. “과거에는 병을 치료하는 의사였다면 지금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같은 다정함이 더해지셨어요.” 그의 외래 담당 간호사는
낭성 섬유증을 앓고 있던 아이의 보호자가 ‘아이와 교수님이 만난 지 100일 되는 날’이라며 기념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만큼 유 교수는 환자 한 명 한 명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다.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성장하는 아이처럼

 

학창시절 의사가 된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의대에 가서도 공부보다는
야구, 봉사 동아리 같은 과외 활동에 열심이었다. 의료 봉사 활동을 하면서
의사의 역할을 알게 됐다. 졸업 후 개원의가 될 생각이었지만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며 면역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소아과를 선택한 것은 같은 질환이라도
성장하고 발달하는 소아과 환자들이 비교적 예후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소아과 의사가 된 이후 유 교수는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주위로부터 ‘꼼꼼하고 세심한 완벽주의자’라고 불린다. 환자의 검사
하나하나부터 진료실 밖 생활까지 직접 챙기는 꼼꼼한 성격 때문이다.
그런 꼼꼼하고 정확한 성격 덕분에 아토피 피부염과 음식 알레르기 소아
환자를 위한 단계적 치료 가이드라인과 관리 기록지 등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었다. 유 교수는 치료뿐 아니라 연구에서도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알레르기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 가운데 하나인 ILC-2 세포를 이용해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을 찾고 있으며, 한국인의 아토피 피부염 자연경과에 관한
빅데이터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엔 줄기세포로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소아는 발달하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제대로 관리하고 치료하면 호전되는 속도가 매우 빨라요.
그만큼 치료에 대한 반응이 직접 보이기 때문에 보람도 크죠.”


그는 명쾌한 판단으로 보호자에게 신뢰를 준다. 그런 그가 꽃 피는 계절이나 단풍 지는 계절이 되면 시를 쓴다고
한다. 반전이다. 누군가는 그를 어떤 일이든 철두철미하게 해내는 의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보호자는 아이를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눈빛을 더 오래 기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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